임진은 교무
임진은 교무

[원불교신문=임진은 교무] 자신의 생각이나 욕구, 감정, 가치관 등을 다른 사람의 것이라고 지각하는 마음의 현상을 ‘투사’라고 한다. 예를 들면, 자신이 상대방에게 적개심을 갖고 있으면서 오히려 상대방이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오해도 이런 오해가 없다. 이런 현상은 어떤 욕구나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느끼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책임소재를 다른 사람에게 돌림으로써 나타난다. 만약 스스로를 돌아볼 때, 다른 사람의 특정 행동에 대해서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심하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면, 여기에는 투사가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투사는 우리의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며, 그만큼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 중에서도 대인관계 갈등은 흔히 투사로 인해서 일어난다. 부정적인 측면일수록 내 것이라고 인정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나쁘고 그른 사람으로 규정하고 비난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빚어지는 대립과 갈등이 괴롭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인격적으로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 ‘나름의 자아상’은 유지할 수 있다. 어떻게든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자아의 입장에서는 꽤 달콤한 보상인 셈이다.

물론 투사가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즉, 미움이나 질투, 시기심, 적대감 같은 마음뿐만 아니라 융통성, 배려심, 진실함, 순수함, 창의성 같은 긍정적인 측면들도 투사하게 되며, 그 결과 이런 긍정적인 측면들을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하고 부러워하게 된다. 당연히 나에게서 발휘될 리 없고, 이는 마치 엄청난 재산을 두고 스스로 가난뱅이를 자처하는 것과 같다. 

중요한 것은 투사 그 자체가 결코 병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의 자연스러운 마음작용이며, 오히려 없어서는 안 될 능력 중 하나이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근거로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투사가 없다면 서로를 이해하는 윤택한 삶은 어려워진다. 문제는 자신이 투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데서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의 내면은 살피지 못한 채 다른 사람과 환경을 탓하는 데만 몰두하게 되고, 이미 갖고 있는 잠재력과 긍정적 특성들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며, 지금-여기에 깨어있지 못한다. 모두 성장이나 진급과는 멀어지는 길이다. 

투사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자신의 지각과 거꾸로 행동해보는 것이 있다. 만약 누군가 나를 미워하는 것 같다고 생각되면, 거꾸로 내가 그 사람을 미워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밖의 경계에서 인식되는 온갖 마음들이 사실은 내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 급선무다. 혹시라도 강에 비친 달을 보면서 달을 안다 착각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하늘을 올려다보자. 그곳에 내가 찾는 그 달이 있다.

/원광대학교

[2021년 12월 0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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