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일원공유센터 사업을 진행하며 도시교화의 새로운 플랫폼을 창출한 둔산교당.
지난 1년간 일원공유센터 사업을 진행하며 도시교화의 새로운 플랫폼을 창출한 둔산교당.

[원불교신문=권원준 기자] 수요일 오전, 하나둘 모여든 교도들. 서둘러 앞치마를 둘러매고 주방 한편에 놓인 음식 재료를 손질한다. 서로 눈빛 하나로 일사천리 진행되는 반찬 조리는 이내 먹음직한 요리들로 뚝딱 만들어 진다. 둔산교당 건물 2층에 마련된 공유 부엌의 모습이다. 새로운 교화의 플랫폼을 만들며 도시교화의 모델을 창출하고자 하는 대전충남교구 둔산교당을 찾았다. 

일원공유센터의 탄생
대전 행정타운의 한복판, 그곳엔 둔산교당이 있다. 올해 부임 6년째를 맞이한 이성심 교무. 교도들과 한 마음으로 도시교화에 새로운 활기를 불려 보려 노력 중이다. 이 교무가 부임한지 5년째 들어설 무렵, 둔산교화 활성화를 위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교도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실마리를 조금씩 풀어갔다. 그 결과 지역공동체교화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고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일원공유센터’다.
 

일원공유센터에서는 친환경 샴푸 만들기 등의 다양한 환경 살리기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며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다.
일원공유센터에서는 친환경 샴푸 만들기 등의 다양한 환경 살리기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며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다.

일원공유센터 운영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김인원 교도. “교당 교화 활성화를 ‘어떻게 하면 이뤄낼 수 있을까’ 고민을 했죠. 몇 년 전 교무님께서 ‘카멜레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우리 교당건물을 공유공간으로 만들어 이 지역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논의된 사업은 원기104년 감로교화재단 교법의 사회화 분야에 지원해 선정됐다. 이후 교도들과 구체화 시켜 ‘공유 서재’와 ‘공유 부엌’으로 방향을 잡고 운영에 들어갔다.

첫 시작을 위해 장소부터 단장했다. 식당으로 사용됐던 2층을 공유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교도들이 직접 리모델링해 완벽하게 탈바꿈시키며 공유센터 운영의 열의를 다졌다. 그렇게 지난 1년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 한 결과 센터 활용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공유 서재 모습.
공유 서재 모습.
공유 서재의 대표 프로그램 ‘함께 책 읽기’가 매달 두 차례 시행됐다.
공유 서재의 대표 프로그램 ‘함께 책 읽기’가 매달 두 차례 시행됐다.

꾸준한 지적 공유 서재 활동
서로 다른 가치관을 공유하며 보다 넓은 만남을 이루기 위해 기획된 공유 서재.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를 초청해 참가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 교법의 사회화를 위한 초석이 되기도 했다. 공유 서재의 프로그램은 함께 책 읽기, 차훈명상, 힐링강좌, 영화인문학, 환경교육 등이다. 대표적 프로그램은 책 읽기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매월 2차례씩 총 27차례를 진행했다.

책 읽기프로그램을 진행한 이은석 교도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선정해 책의 내용을 소개하고 서로가 감상을 나눌 수 있도록 이끌었다. 또 관련된 법문으로 연결하며 교법실천의 방향까지 제시했다. 코로나로 인해 활동이 아쉬웠다는 이 교도. “팬데믹 상황이 끝나면 지금까지의 기틀을 활용해 시민단체, 탄방동과 둔산동 지역주민, 도서관 등 공동체 활동가들에게 홍보해 그분들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발판삼아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또 많은 교도가 참여하며 인기를 끈 프로그램이 있다. 영화인문학 강좌다. 총 3번의 시간을 가진 영화인문학 강좌는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시청한 후, 감상을 나누며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느끼도록 했다. 앞으로도 마음공부와 연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공유 부엌의 프로그램인 반찬나눔이 매월 2차례 진행되며 지역의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정을 선물했다.
공유 부엌의 프로그램인 반찬나눔이 매월 2차례 진행되며 지역의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정을 선물했다.
공유 부엌에선 ‘발효인생 9988’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월 1회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었다. 사진은 발효빵 만들기를 실습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유 부엌에선 ‘발효인생 9988’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월 1회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었다. 사진은 발효빵 만들기를 실습하고 있는 모습이다.

훈훈한 나눔, 공유 부엌
공유 부엌 역시 공간을 활성화해 궁극적으론 교화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진행된 프로그램이다. 애초 함께 만들어 가는 먹거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계층을 초대해 요리 교실, 친환경 식사 제공, 반찬나눔, 공동식사, 돌봄밥상 등을 실현하고자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 중 몇 가지를 중점으로 진행했다. 그중 하나가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을 위한 반찬나눔이다. 월 2회, 수요일 오전 진행되는 반찬나눔은 박명인 교도가 총괄을 맡아 장보기를 하고 김우근 교도회장 외 교도들이 음식조리와 포장, 배달을 한다. 신속한 가운데 일심합력 교도들의 정성이 함께한다. 이렇게 완성된 반찬은 탄방동 주민센터를 통해 독거노인과 연로하신 교도들에게 전달된다. 신속하게 반찬을 나르는 이 교무. “반찬 배달이 조금 늦는 경우엔 어르신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연락 올 정도예요. 은근히 이 반찬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 힘든지 모르겠어요. 또 삼세 부모님 대접한다 생각 하니 교도님들도 즐겁게 임하고 계십니다.” 11월로 사업이 종료됐지만, 지역주민에게 은혜를 나눌 수 있도록 한살림협동조합과 연계해 그 뜻을 이을 예정이다.

또 하나의 중점 프로그램은 ‘발효인생 9988’이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 한 달에 한 번 건강 먹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전문가를 초빙해 우리밀로 천연발효빵을 만들며 지구 환경까지 살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낸 프로그램이다. 또 명상걷기 프로그램인 만보사랑을 실천하며 심신 건강도 챙기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모임 단체에 공간을 대여해 열린 공간으로 활용도를 높였고 무료음료 공유냉장고, 복숭아 잼 만들기, 장담그기 등 도심에서 쉽게 할 수 없는 활동들을 펼치며 공유 부엌의 경쟁력을 높였다.
 

둔산교당은 다양한 교화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도들의 신앙과 수행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교화단별 교리도 완성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둔산교당은 다양한 교화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도들의 신앙과 수행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교화단별 교리도 완성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교도들의 예비학습 활동
둔산교당은 이러한 사업을 이뤄내기 위해 연차적으로 다양한 학습을 전개했다. 이 교무 부임이후 매년 은혜의 라면 나누기를 탄방동 주민센터를 통해 진행하며 지역사회와 탄탄한 관계를 맺었다. 내적으로는 교도 전체가 전반기와 후반기 반백일 특별 정진 기도를 한다. 이 기간에는 강도 높은 교리학습을 한다. 금강경이나 반야심경 공부를 하고, 올해는 웰빙 감사데이 사사불공 노트 작성과 Well-dying(웰다잉) 연마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기도정진과 봉사활동으로 교도들 간 화합을 이끌어 내는 동시에 공동체 활동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하는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둔산교당은 신앙과 수행을 꾸준히 챙기며 교도들의 마음공부는 물론, ‘일원공유센터 활성화’라는 공동목표를 통해 안과 밖을 단단히 챙겼다. 또 일원공유센터가 가진 지역사회 교화의 가능성을 발견하며 미래교화를 도모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처음 계획한 바를 다 이루진 못해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지만 일원공유센터가 가진 무진무궁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며 이를 바탕으로 지역 교화발전의 물꼬를 터 가고 있기에 내일의 둔산교당이 더 기다려진다.
 

10월 3일 진행된 법호수여식을 마치고 법호인과 교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0월 3일 진행된 법호수여식을 마치고 법호인과 교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둔산교당은 매년 연말 은혜의 라면 나누기를 진행하며 지역사회에 온정을 나누고 있다.
둔산교당은 매년 연말 은혜의 라면 나누기를 진행하며 지역사회에 온정을 나누고 있다.

[2021년 12월 13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