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진 전북교구 봉공회장
안현진 전북교구 봉공회장

[원불교신문=최지현 기자]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1 전국자원봉사자대회에서 ‘원불교봉공회’의 이름이 울려퍼졌다. 전북교구 봉공회장인 은타원 안현진 교도(恩陀圓 安賢眞·64·동전주교당)가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것. 묵묵히 걸어온 ‘봉공의 길’, 그가 30여 년간 걸어온 그 길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10일 전북교구청에서 안현진 교도를 만났다. 

33세, 봉공의 시작
‘원불교자원봉사단’. 조금은 낯선 이름으로 봉공이 시작됐다. 그가 33세 되던 무렵, 전주시로부터 원불교자원봉사단에 구이저수지 청소요청이 들어왔다. 그는 두말없이 현장에 나갔다. “그 시절 전주 시민들은 구이저수지 물을 상수도로 끌어다가 식수로 사용했어요. 그런데 구이저수지가 너무 더러워서 시청으로부터 청소 봉사 요청이 들어왔죠. 그때부터 총 10년간 구이저수지 청소 봉사를 했어요. 긴 세월동안 ‘원불교자원봉사단’의 명칭도 ‘원불교봉공회’로 바뀌었습니다.”

법회가 있는 일요일을 제외한 월~토요일은 모든 날이 봉공으로 시작해 봉공으로 끝났다. 독거노인 목욕봉사, 성지 청소봉사, 사랑의 밥차, 어려운 이웃 반찬 나눔, 독거노인을 위한 김치 나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었지만 행복했다고 말하는 그다. 

“그때는 요양시설이 지금처럼 잘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어르신들 목욕을 시켜드려야 하는데, 목욕탕이 시설 안에 없었어요. 당시 동전주교당에 다니시던 한 분이 목욕탕을 운영해서 장소를 협조해주셨고, 목욕봉사를 이어나갈 수 있었지요.” 청소년 복지사업, 지역복지사업, 노인복지사업 등 사회 봉사뿐만 아니라 교단 내 봉공활동에도 적극 참여한 그, 수계농원이 고추농사를 지을 때면 찾아가서 도왔고, 중도훈련원에서는 1년에 2~3번씩 이불교체 작업을 해왔다. 그는 이처럼 원불교봉공회가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지, 어디든지 행복한 마음으로 달려갔다.

지역사회 보듬은 봉공회
“봉공회 임원들과 회원들의 합력에 힘입어 욕심 부리지 않고 공도자 숭배의 마음으로 봉공회를 이끌어가고 싶다.” 원기97년(2012) 전북교구 봉공회 신임회장으로 선출된 안현진 교도가 밝힌 포부다. 전북교구 봉공회장을 맡은 9년동안 청소년복지사업, 지역사회복지사업, 노인복지사업, 군교화 지원사업, 교도소, 소년원 교정교화사업, 북한 돕기사업, 해외 지원사업 등에 매진해 온 그는 2020년 전주시 사회봉사대상, 2021년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 2021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다.

“9년동안 회장을 맡아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묵묵히 합력해준 회원들이었습니다. 사회에서는 무섭고 가지 말아야할 곳이라고 생각하는 교도소 봉사도 봉공회원들과 함께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 원불교 법회를 보고 싶어서 경쟁이 붙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준비할 때 힘들었던 마음이 녹아내리곤 합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재소자 교정교화에 정성을 들인 그는 교무님 설법에 고개를 끄덕이는 재소자, 법회 후 눈물을 흘리는 재소자들도 만났다. 재소자 자녀들을 위한 4대종단 장학금 전달, 매년 대각개교절에 개최하는 원불교 행사도 재소자들의 참여도가 높다.

최근 코로나19로 대면 봉사가 어려워진 시기에도 그와 전북교구 봉공회는 멈추지 않았다. 코로나 의료진들에게 ‘집밥’ 도시락을 전달하고, 천마스크를 제작해 기부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예방에 힘쓰고 있는 의료진들이 생각났고, 그들에게 일회용 도시락이 아닌 따듯한 집밥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전날 미리 모여 식단을 짜고, 재료와 양념을 만들었고 당일 새벽 6시부터 밥, 국, 밑반찬을 만들어 100개의 보온도시락을 쌌습니다.” 

매월 2차례 의료진들에게 보온도시락을 전달할 때 받은 감사편지에 마음이 따듯해졌다는 그는 KF94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곳이 있으면, 천마스크를 제작해 필터와 함께 기부했고, 최근에는 백신 접종처에서 접종자들을 안내하는 봉사도 진행했다.

 

나라는 존재 놓고 
봉사·봉공하는 삶

 

월요일~금요일 
‘봉사하는 공무원’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
대통령 표창 수상

원불교와의 인연
원불교와의 인연은 오빠인 충산 안도정 원로교도(남대전교당)의 결혼 선물로 시작됐다. “오빠가 결혼 선물로 교전과 법명증을 줬습니다. 그때는 원불교를 잘 몰랐고, 한 가정의 아내이자 며느리, 세 아이의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느라 교당에 가지 못했어요. 오빠는 나중에 가정이 안정되거든 꼭 교당에 가라고 말씀해주셨고, 선물 받은 교전은 책꽂이 한 공간에 넣어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이었던 원광대 교수님이 집에 찾아와 시부모님을 뵙고 싶다고 했습니다. 시부모님이 왜 그러냐고 묻자, 정중히 인사를 한 뒤에 며느님을 원불교에 데리고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시부모님은 ‘사모님이 다니시는 종교라면 믿고 보내야지요’라며 허락했고, 책꽂이에 꽂혀 있던 교전을 꺼내와 동전주교당으로 향했다. 법당 문을 여는 순간 그의 눈에선 눈물이 쏟아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일원상은 빛이 났고 가슴은 뜨겁게 타올랐다. 

“저는 고생한 일도, 힘든 일도 없었어요. 시부모님, 남편, 아이들과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교당의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운동화에 청바지를 신고 갔던 이웃집 새댁이 어느덧 동전주교당 교도부회장이 됐네요.”

봉사하는 공무원
봉공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한 걸음에 달려가는 안현진 교도. 수해, 산불 등 자연재해 현장에도 항상 함께였던 그는 스스로 ‘봉사하는 공무원’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봉사를 하는 날입니다. 토요일은 가정을 지키는 날이고, 일요일은 교당에 가는 날이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봉사 근무를 한다는 마음으로 ‘봉사하는 공무원’이라고 스스로 부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거든 ‘저는 봉사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나라는 존재를 놓고 봉사·봉공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 저에게 가장 큰 자랑이자 행복입니다.”

30여 년의 세월동안 오롯이 ‘봉공’ 한 길만을 걸어온 안현진 교도. 그에게 ‘봉공’은 삶이자, 신앙이요, 수행 그 자체였다.

[2021년 12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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