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예비교무
김성재 예비교무

[원불교신문=김성재 예비교무] 어릴 적 작은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내가 처음으로 심은 나무의 성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 일주일을 꼬박 찾아갔다. 하지만 그 친구는 내 마음을 모르는 듯 전혀 성장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 내가 그 나무에 대해 잊어갈 때쯤, 나는 그 나무가 성장해 있음을 알게 됐다. 이후로도 작았던 나무는 꾸준히 성장해서 어느새 어엿한 나무의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나무는 옆에서 내가 뭐라고 하든지 조급해하지 않고 매일 꾸준히 자라고 있었다. 그것을 알게 되자 주변에 있는 큰 나무들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저 나무들도 이렇게 작은 나무에서 시작해 매일 꾸준히 자란 것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정신개벽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처음 출가했던 때의 모습이 마치 이 나무와 같았다. 그때의 나는 비록 아무것도 몰랐지만, 모두와 함께 공부하는 것이 즐거웠고 스스로 무언가를 배워나간다는 것이 행복했다. 행복 속에서 꾸준히 공부하면서 작은 묘목이 자라나는 것처럼 커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나무와 달랐던 점은 어느샌가 시선을 주변에 두었다는 점이다. 학부 생활의 반절을 지내갈 즈음에, 스스로의 부족함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 모두가 나의 배울 거리가 됐다. 그러나 아무리 보고 배우려고 해도 그 사람들과 나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스스로 많이 공부했다고 생각하던 원불교의 교리도 모르는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렇게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

가끔은 ‘내가 세웠던 서원이 사실은 혼자만의 자만에 불과했던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까지도 했다. 계속 그 고민 속에 살면서 꾸준히 해왔던 공부조차 손에 잡질 못했다. 그렇게 힘들어하던 나에게 당시 한 도반이 공부를 마라톤에 비유하며 격려해 줬다. 2년밖에 공부하지 않았고, 공부할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다. 힘들어하던 그때에는 비록 와닿지 않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말이 참 힘이 되는 말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많은 인연의 도움으로 나를 스스로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고민을 하는 동안 오히려 공부도 손에 잡지 못했고, 후회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돌을 쌓아 성을 완성하려는 사람이 지어야 할 성이 너무 커서 끝이 안 보인다며, 주변에 지어진 성이 너무 크다고 투정부리며 손에 쥔 돌을 내려놓는 모습과 같았다.

과거는 지나간 현재이며 미래는 다가올 현재일 뿐이다. 그 속에서 나는 현재를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내 모든 모습이 만족스럽고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지금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됐다. 내가 지금 노력하는 작은 마음 하나만 있다면 분명 어제의 나보다 한 걸음 성장해 있으리라. 

내가 심었던 작은 나무는 어느덧 작은 나무라고 부르기 어색할 정도의 크기가 됐다. 비록 따뜻한 날씨 속에서는 빠르게 자라고, 추운 겨울이 오면 더디게 자라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나무의 성장은 나이테에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돼 있다. 내가 해나가는 공부도 마찬가지다. 어느 때는 솟아오르는 공부심 속에서 힘써 공부하다가도 또 어떤 날에는 나태심 속에서 한 마음 돌이켜 작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고작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인과보응의 이치를 믿고 있기에, 내가 지금 한 마음 돌이켜서 하는 작은 공부가 마치 나이테와 같이 진리로서 나의 영생과 함께할 것임을 안다. 부푼 서원을 품고 전무출신을 서원한 작은 나무가 언젠가 큰 나무가 되어 많은 사람을 그늘 속에서 쉬게 해줄 수 있길 염원해본다.

/원광대학교

[2021년 12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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