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물질문명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마는, 오는 세상에는 위없는 도덕이 굉장히 발전되어 인류의 정신을 문명시키고 물질문명을 지배할 것이며 물질문명은 도덕 발전의 도움이 될 것이니, 멀지 않은 장래에, 산에는 도둑이 없고 길에서는 흘린 것을 줍지 않는 참 문명 세계를 보게 되리라.’ 소태산 대종사가 바라고 전망하는 참 문명 세계의 모습이다. 교단 4대를 준비하면서 원불교의 교화정체성을 찾자는 논의를 진행할 때 마음에 새기면 좋을 법문이다.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는 대각 이후 회상을 열 때 ‘개교의 동기’라는 199자의 짧은 글로 그 목적과 방법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인류의 고통이 과학문명과 정신문명의 불균형으로 인해 사람들이 물질의 노예생활을 하는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았다. 

소태산의 문명사적 관점이요 현대문명에 대한 평가인 셈이다. 그가 전망한 미래문명의 모습은 대종경 곳곳에서 잘 그려지고 있는데 ‘개교의 동기’ 속 이상향인 ‘광대무량한 낙원’이 ‘참 문명’으로 표현되곤 한다. 소태산이 꿈꾼 새로운 문명의 이름이 바로 ‘광대무량한 낙원’인 셈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 명확히 했으니 원불교 사람들을 비롯한 모든 인류가 살아가야 할 방향로를 알려준 것이다. 

앞으로의 교화는 어떠해야 할까. ‘파란고해의 일체 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기 위한 노력, ‘참 문명 세계’ 건설을 위한 노력을 넓은 의미의 교화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인류의 탐욕스러운 문명에 의해 고통받고 멸종되는 수많은 생물들, 불의한 권력에 탄압받는 약자들,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병들거나 굶어 죽어가는 가난한 사람들, 종교의 이름으로 희생되는 또 다른 종교 신자들을 비롯해 이 땅의 고통받는 이들의 애타는 호소에 응답하는 것이 큰 관점에서 우리의 교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은사요의 실천으로 은혜 가득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진리에 바탕한 신앙과 사실적 도덕으로 철저히 훈련된 개벽의 일꾼들이 필요하다. 어떤 경계 속에서도 마음을 잘 쓰는 사람들을 키워내야 참 문명의 건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좁은 의미의 교화로 보자면 소태산의 교법대로 제대로 훈련받아 세상 사람들을 도덕문명으로 이끌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우리의 교화라고 할 수 있다. 

새해에도 광대무량한 낙원이라는 참 문명 세계를 바라보며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철저히 수행하자. 그 안에 우리의 정체성이 있고, 거기서 교화정체성도 도출될 것이다. 새해에도 소태산 대종사가 가리키는 곳으로 함께 나아가자.

[2021년 12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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