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석 교도
이은석 교도

[원불교신문=이은석 교도] 모든 것은 건강반 소모임에서부터 시작됐다. 지역 공동체 활성화 및 지역민의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산업자원부가 후원하고, 대전시 민들레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이 주최한 건강반 사업에 둔산교당 교무 및 교도들이 참여했었다. 6개월간 참여한 결과,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이러한 활동을 교당 밖으로까지 확대할 필요성을 느끼던 중에 <원불교신문>을 통해 감로재단 교화사업 공모를 접하게 됐다. 둔산교당 내의 여유 공간과 재능이 있는 교도들이 많다는 장점을 활용해 감로재단 교화사업에 응모·채택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번 교화 사업의 실무를 담당하며 지난 1년 반을 회고해 보면 어려움과 즐거움이 교차하는 나날이었다. 교화사업의 시작부터 우리 사회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됐고, 이로 인해 교화 사업의 홍보 활동부터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점은 유감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교도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던 점은 큰 소득으로 남았다. 역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둔산교당의 저력인 듯하다. 

지역 교화에 안성맞춤인 프로그램들을 교도들이 재능 기부로, 함께 책 읽기, 영화 인문학, 차훈 명상, 힐링 강좌, 환경 강연, 반찬 나눔, 만보 사랑(걷기), 웰다잉 강연, 발효 인생 9988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외에도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환경 파괴로 인해 병들어 있는 지구 살리기 실천에 참여했고, 원불교 환경 연대에서 진행하는 천지보은 15분 법회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올 5월에 진행된 감로재단 교화사업 중간발표에서도 많은 지적을 받았다. 우선 프로그램이 너무 다양하다는 것, 지역민들의 참여가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모두가 귀중한 지적이었으며, 앞으로 우리가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로 삼았다. 

교화(敎化)의 사전의 의미는 ‘가르치고 이끌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이지만, 교화의 ‘화(化)’는 亻(사람)+匕(사람이 거꾸로 있는 모습)의 상형 문자로 사람이 변화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따라서 교화는 교육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교화는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교화에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기에 우리는 이번 교화사업의 미미한 결과에 결코 실망하지 않는다. 둔산교당의 일원공유센터는 이제야 교화의 장으로써 걸음마를 뗀 상태라고 보며, 본격적인 활동은 이제부터라는 생각으로 임하고자 한다. 다행하게도 올 하반기에 들어서서는 약간의 홍보 효과가 있어서인지 외부인들의 공간 사용 문의가 많아졌고, 실제로 소규모이지만 대관으로 외부인들의 출입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어서 희망적이다.

일원공유센터를 운영하면서 나는 얼마만큼 변했나를 생각해봤다. 환경 강연을 듣고 나서부터는 텀블러와 개인용 컵을 항상 들고 다니게 됐고, 또한 환경 관련 책을 함께 읽고나서부터는 평소 내가 좋아하던 연어가 바다 오염과 함께 식량 부족을 초래하는 양식 연어라는 사실을 알게 돼 그 후로는 일절 먹지 않게 됐다. 작은 변화라면 작은 변화겠지만 나의 개인적 교화의 소득은 있었다고 본다. 

또, 이번 기회를 통해 한 가지 더 배운 것이 있다면, 교화의 현장에서 인내와 희생을 아끼지 않는 많은 교무님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피부로 느꼈다는 점이었다. 이 기회를 통해 일선 교당에서 지금도 묵묵히 교화에 정진하고 계시는 교무님들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하며 노고에 감사드린다.

/둔산교당

[2021년 12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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