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새로운 시대 상황을 말하는 포스트 코로나,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재택근무·화상회의·온라인 수업 등 비대면 사회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위기이면서 기회가 될 수 있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생활종교를 추구하는 원불교가 어떤 변화들에 주목해야 하는지, 현대인들에게 줄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인지, 신년호 특집 좌담에서 원불교 미래교화를 이야기해본다. 좌담 진행은 이여원 편집차장이 맡았다.

■ 패널
ㆍ이도하 교무(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ㆍ박세훈 교무(수위단회 사무처장)
ㆍ허인성 교도(『야사와 만화로 배우는 인공지능』 저자·정릉교당)


인류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이 대변화를 맞은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물리적 접촉이 최소화되면서 언택트(Untact) 문화가 확산됐다는 점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원불교 교화를 위해 어떤 변화들에 주목해야 하나
박 : 언택트 문화는 이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30~40대 중심의 문화가 아닐까 한다. 삶의 방식과 관련해서 불편한 소통보다는 편리한 단절을 꿈꾸는 삶이 트렌드로, 직접적인 접촉에서 오는 불필요한 갈등, 감정의 소모, 피로감에 대한 거부감 등이 편리한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세대는 이해되지 않는 불편함은 감수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오프라인 교화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는데, 온라인 교화에 집중할지 오프라인 교화에 집중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우리는 온라인 교화에 대한 개념 정리가 안 돼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화가 서로 상충될지, 보완될지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들이 교차할 것 같다. 언택트 문화를 직면하고, 주목하면서 이런 변화들을 시급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 박 교무가 말한 내용에서 좀 이어가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일종의 ‘교차’ 또는 ‘충돌’ 그리고 서로 ‘병립’하는 시대가 아닐까 생각된다. 저는 메타버스가 가상 세계라고 보진 않는다. 메타버스는 온·오프 사이에 있는, 일종의 교차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관점을 가지고 보면 시대가 보인다. 이 시대를 한마디로 정리를 해보면 ‘공간, 시간, 인간’ 전반이 변화되는 총체적이고 전면적인 변화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공간도 인간도 시간도 서로 공진화하면서 변화되는 거다.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서, 대면과 비대면 또는 실시간과 주문형, 이런 다양한 충돌을 융합하려는 시도고, 메타버스가 현실과 가상을 좁히고 순환시키고 확장하는 과정들을 진행시켜가고 있다. 메타버스 문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도하 교무
이도하 교무

 

교리도를 통해 
인류 문제를 해결하고 
누구나 정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하자

 

메타버스의 
정전 테마파크 아카이빙은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허 : 어쩔 수 없이 온라인화가 됐다. 여기서 ‘어쩔 수 없이’란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호텔에서 소수만 모이던 세미나가 무료로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다. 엄청난 지식이 쏟아지고 있다. 세상이 이미 디지털로 가고 있었는데 가속도가 붙어버렸다. 온갖 정보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며, 의견이 활발히 오고간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기술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적응속도도 그렇다. 아이들은 기술습득을 고민하지 않는다. 여기에 자극적인 것이 넘쳐난다. 언제나 그렇겠지만 과거의 시대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미 온라인이라는 도구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의 접근은 과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 변화하는 시대에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박: 종교활동에 대한 대면 참석과 비대면 참석이 종교에서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진다. 기술의 발달에 따른 편리함과 효율성의 추구가 종교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지에 대해 종교의 지도자들은 고민하고 답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참석하는 것은 오프라인으로 참석하는 것보다 정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출석도 0.5로 인정해야 되는가? 온라인 교화는 오프라인 교화의 보조 수단일 뿐인가? 이런 관점의 차이가 교화현장에서는 많이 발생한다.

이 : 예술 측면에서 보면 대중 창작의 시대가 열린 거다. 대중들이 완전히 대중 창작의 길로 가고 있는 시점이다. 이것을 종교적으로 바꿔보면 대중 각성이다. 대중 각성이라는 것은 더 이상 종교적인 어떤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나를 따르라가 아니다. 대중들이 집단 지성으로 같이 가는 것이다. 대중 창작과 대중 각성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종사가 말씀하신 천여래 만보살, 처처불상 사사불공, 하나하나 깨치는 사람이 미륵불이라는 말씀들이 묘하게도 이런 기술과 문화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 메타버스를 통해서 대중 각성의 어떤 방향으로 유도해 간다는 거다. 이런 부분이 원불교에는 기회라고 본다.

허 : 대종사도 불법을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하기 위해서 법을 펴셨다. 대종사님 본의가 대중의 삶과 가까워져야 된다고 본다. 대종사의 교법이 그 상황에 어떻게 쓰여질 지, 어떤 것에서 이 사람들이 괴로움을 겪고 있는지를 제시해 주고 깨닫게 해줘야 한다. AI, 5G 등 기술이 증가하면서 많은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다. 엄청난 데이터다. 이런 데이터의 변화를 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여 가는가를 알 수 있다. 그 데이터를 안 보고,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교법의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하는 것과는 거리가 크다.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양한 종교들의 법회·예배·기도·사회참여, 성직자들의 일상까지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상의 원불교 교화 콘텐츠 현실을 짚어본다면
허 : 원불교 교화 콘텐츠의 현실이라고 하면 ‘오프라인의 온라인화’에서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제 온라인 콘텐츠의 시작 단계인 것이다. 유튜브에 올리고 밴드 라이브로 송출하는 정도로 ‘온라인 교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들의 갭이 크다. 교단에서 교화 콘텐츠를 만들어서 잘 소비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좋은 콘텐츠를 기획하기가 어렵고, 기획한 걸 개발하기가 어렵다. 또 개발한 콘텐츠를 잘 전달하기도 어렵다. 교도 입장에서는 좋은 콘텐츠보다는 유혹하는 콘텐츠에 노출되기 쉽고, 좋은 콘텐츠를 잘 찾기도 어려우며, 잘 찾았다 하더라도 오래 보지도 못한다. 온라인 교화를 잘하고 있는 교당들에 대한 평가도 해야 되겠지만, 단순하게 조회 수가 올라갔다고 해서 잘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사실 교단 전체적으로 고민해야 될 부분이다.

박 : 안암교당의 경우 사이버 교화가 시작된 것이 다음(Daum) 카페를 활용하면서부터다.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다음 카페, 싸이월드, 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료를 올리고 활동을 소개했다. 이를 첫 번째 단계의 온라인 교화라고 한다면 안암교당에서는 한 15년 정도 했던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교화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고 온라인 교화 플랫폼도 바뀌었다. 요즘은 유튜브, 밴드 라이브, 줌등을 통해 온라인 교화활동이 주로 이뤄지고 이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성은 실시간 방송이다. 법회나 행사의 실시간 송출 그리고 회의나 공부 모임이 실시간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것이 두 번째 단계의 온라인 교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의 온라인 교화는 빅데이터의 활용과 다양한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공유되는 것이다. 원불교는 두 번째 단계에 있으며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박세훈 교무
박세훈 교무

기술의 발달에 따른 
편리함과 효율성의 추구가 
종교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지에 대해 
종교의 지도자들은 
고민하고 답해야 한다. 


이 : 콘텐츠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시대 변화가 빠르고 복잡해서 합의된 결론을 내기는 어렵지만, 우선 콘텐츠를 만들려면 플랫폼을 잘 이해해야 된다. 플랫폼의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콘텐츠의 개념이 달라진다. 저는 메타버스 시대의 콘텐츠를 플랫폼 콘텐츠라고 부른다. 콘텐츠이면서 플랫폼인 상태가 되는 거다. 이번 소태산 영화제에서 정전 테마파크라는 걸 열어놨다. 정전 테마파크라는 취지는 심플한데, 정전을 통해서 세상을 보자는 거다. 대종사의 정전이 세상을 보기에 좋은, 적절한 창이라고 생각한다. ‘정전’이라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안에 콘텐츠가 있고 세상이 있다. 예를 들면 정전의 각 장이 다 하나의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개교의 동기라는 파트에 세상 이치를 모두 담을 수 있다. 각자가 집적 그 공간에 들어가 글이나 이미지, 영상이나 게임 등을 올리고 축적하는 무한 확장 아카이빙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정전 테마파크를 출발시켰고, 이 또한 콘텐츠이자 플랫폼이다. 

허 : 대중들은 법회출석, 기도, 염불, 좌선 등에 관한 콘텐츠에 별로 관심이 없다. 하물며 성직자들의 일상, 교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굳이 알아야 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우리 원불교 콘텐츠는 이 부분의 비중이 높다.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우리 콘텐츠에 한정해서 생각하면 안 되고, 이 시대와 환경을 같이 봐야 된다. 출가가 모든 콘텐츠를 만들 수는 없다. 재가도 마찬가지다. 만드는 사람은 그 세계의 룰을 안다. 웹툰을 그리려고 하면 웹툰작법을 익혀야 한다. 그렇다고 그릴 준비가 되는 건 아니다. 그 전에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스토리를 쓰려고 하면 스토리작법을 익혀야 한다. 익히는 것은 아는 것과 별개다. 훈련이 되어 있어야 잘 할 수 있다. 우리는 그 훈련된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들이 교도이면 금상첨화다. 다행인 것은 디지털은 작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잘 활용해야 한다.

박 : 원불교의 디지털 교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재가 교도도 콘텐츠의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를 생산하는 생산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은 교무는 콘텐츠 생산자, 교도는 콘텐츠 소비자의 경직된 구조로 온라인 교화의 판이 형성되어있다. 그리고 콘텐츠의 종류도 대부분 교무의 설교가 중심에 있다. 현재의 원불교 온라인 교화는 교당의 법회를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업로드 하는 정도이다. 앞으로는 다양한 구성원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콘텐츠 중심으로 온라인 교화가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디지털 교구를 출범해 온라인 교화의 판을 더 키우고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온라인 교당(또는 메타버스 교당) 메타버스 교화단회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 인터넷 다음 플랫폼이 메타버스라고 이야기한다. 메타버스 시대의 콘텐츠를 고민할 시기가 된 것이다. 디지털 혁명은 이미 모바일을 넘어서고 있다. 원불교는 저력이 있고, 실제로 워크숍 등을 통해 느끼지만 예비 교역자나 젊은 교무들의 의지도, 역량도 뛰어나다. 하고 싶은 걸 하는 데서 오는 에너지는 굉장히 강한데, 우리 현실은 쉽지 않고, 특히 젊은 교무들을 보면 안타깝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 이것이 지금 우리한테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온라인 콘텐츠의 중요성과 교화자 역량개발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교도들은 특화된 교화 콘텐츠나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이 깊다.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은.
박 : 대중들이 교화 콘텐츠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그러나 대중의 기대치를 충족할 만한 좋은 콘텐츠가 갑자기 나올 수는 없기 때문에 양질의 교화 콘텐츠가 나오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온라인 성북교당은 콘텐츠 중심의 온라인 교화 플랫폼인데 학습 관리가 되는 부분을 추가했다. 교도들이 어떤 시간대에 접속하고, 어떤 콘텐츠를 많이 보는지 데이터를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원불교학생회 회장이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커뮤니티에 1년 가까이 거의 매일 원불교 콘텐츠를 올렸다. 그러한 노력으로 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쌓여서 10명 정도가 교당에 찾아왔고, 코로나 시기인 지난해 4명이 입교했다. 이후 어떤 것이 성공 요소인지 살펴봤다.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내용이 많이 회자가 됐다. 그래서 데일리 좌선과 데일리 염불 콘텐츠를 만들었고, 수행에 있어서 종교적인 부분이나 형식적인 부분은 빼고 시간도 10~20분 분량으로 축소 시켰다. 빅데이터까지는 아니지만 데이터를 활용해서 콘텐츠 제작의 선순환 구조를 한번 시도해 본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고 갈 길은 멀다.

허 : 우리는 여전히 오프 중심에서 바라본다. 교당교화, 지역교화 중요하다. 그래서 못하고 있는 디지털교화는 안보이는지 묻고 싶다. 박 교무님의 그런 시도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접근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관점으로 콘텐츠를 바꾼 것이다. 디지털 교화라는 세계로 한 걸음 나간 것이다. 여기서 좀 더 이야기 폭을 넓힌다면,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게 있고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게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사람을 만날 수가 있고, 기운을 느낄 수가 있고, 깊은 문답을 할 수가 있는 장점이 있는가 하면 현실의 제약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내가 갖고 있는 직업, 생활 패턴, 내가 살고 있는 곳을 극복하기가 어렵지 않은가. 온라인에서는 그렇지 않다. 온라인은 표현할 거리가 많다. 그리고 나만의 세계를 내가 만들 수가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접근했던 부분은 교당 교화 방식이다. 온라인 교당 법회에 많이 참석하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교당 중심 교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상호 보완적인 측면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특성에 맞는 부분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온라인을 통해서 오프라인을, 오프라인을 통해서 온라인을 보완하면서 같이 가야 한다. 

이 : 교당에 대소유무가 흘렀으면 좋겠다. 대종사가 말씀하신 ‘대소유무’는 독창적이고 함축적이어서 원불교만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모티베이션(motivation)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제가 소태산 갤러리를 2018년에 설계하면서 ‘소태산 갤러리 대소유무’라는 별칭을 붙였다. 360도 스크린으로 십우도를 감상하면 한 장면 한 장면이 애니메이션이 되면서 전체를 통찰할 수 있다.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는 거다. 이것이 지금 이 시대 대소유무의 한 단면이라고 본다. 시대 자체의 거대한 흐름은 비일상에서 일상으로 간다. 지금까지의 일상은 격리된 일상이었다. 일 따로, 공부 따로, 집 따로, 학교 따로, 이렇게 나눠져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구분이 다 없어진다. 메타버스 안에서의 정전 테마파크 같은 방식이 일종의 미래의 교당이라고 생각한다. 오프라인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온라인에서 완전히 확장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거다. 
 

허인성 교도
허인성 교도

디지털전환은 
피할 수 없는 숙제이며 
이것은 지금까지의 
강자와 약자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원불교 4대, 새로운 형태의 신앙·수행·교화 플랫폼과 콘텐츠를 구상해본다면 
허 : 앞으로의 디지털 교화라고 한다면 대중들이 공부하는 거다. 대중들이 공부해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대중들이 깨달아서 낙원 세상을 만드는 것이 디지털 교화의 방향이어야 한다. 교당 중심의 교화가 아니고 교화단 중심의 교화, 교당에 한정된 교화단이 아닌 전국이나 전 세계로 이어지는 교화단, 여기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공부의 소재로 활용되며 점점 깨닫는 이가 많아지게 해야한다. 그 콘텐츠로 오프라인에서도 회화를 나눌 수 있다. 이제 미래 교화라고 하면 어떤 한 장소에 머문다기보다는 더 넓은 세계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내 공부도 점검하고 더 좋은 지도인을 만나 진급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되지 않을까.

박 : 아이러니하게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실력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기술은 우리가 대체 가능하지만, 원불교가 가지고 있는 영성 능력은 대체 불가능하고, 이것이 더 중요하게 다가온 것 같다. 제가 많이 보고 있는 법륜스님 콘텐츠는 기술적으로는 특별한 것이 없다. 그야말로 사람이 콘텐츠다. 법륜스님의 영적인 능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5천~1만여 명이 온라인으로 실시간 참여한다. 원불교의 강점이 더욱 부각 되려면 영적 지도자들이 많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종교적 영성과 관련된 본질적인 콘텐츠가 없으면 그것은 그냥 상업적인 것에 불과하다.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지도자의 실력과 기본기가 더 중요하다. 실력 있는 지도자 양성에 더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 원불교 4대, 원불교의 위기라고 말하지 말자. 인류의 위기다. 원불교가 만약 인류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가치가 무엇일까. 21세기의 모든 문제는 소태산께서 제시한 교리도에 답이 있고 더 요약하면 일원상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종사를 종교의 틀 안에만 가두기보다, 원불교가 가진 종교적 특성, 탈종교적 특성, 통종교적 특성을 동시에 봐야 한다. 예를 들면 종교적인 표현 없이도 소태산 사상은 일상을 살아가는 혁명적 지침이 된다. 우리가 선행적으로 먼저 합의해야 하는 것은 어떤 콘텐츠냐 보다, 중층적이고 총체적인 모습으로 원불교를 바라볼 수 있느냐다. 탈종교적, 통종교적 원불교를 상상해보자. 이에 대해서 합의가 되면 교화는 교당 안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곳, 모든 인류로 확장될 것이다. 교화의 관점을 인류, 지구 공동체에 맞췄으면 한다. 

좌담, 에필로그
허 : 지금 이렇게 논의했던 것들, 어떤 방향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이 방향의 가능성을 인식한다면 좋겠다. 교단 정책적으로 어떻게 한 걸음 전진할 수 있을지, 어떻게 실행이 되어질지 궁금하다. 디지털전환은 피할 수 없는 숙제이며, 이것은 지금까지의 강자와 약자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박 : 디지털 교화라고 해서 교화의 내용과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원불교의 핵심 콘텐츠는 영성이고 그 영성은 신앙수행 공동체가 활성화돼야 발현된다. 관행적으로 해왔던 모든 것을 점검해서 교정 행정, 사업, 법회가 영성을 키울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설교위주의 교당법회, 형식적인 법위사정 등 본질에서 벗어난 관행을 털어버리는 것이 디지털 교화의 시작이자 바탕이다.

이 : 인간과 기계가 공진화하는 일상의 시대, 7G의 시대에는 일기법이 킬러 콘텐츠가 될  것으로 본다. 그런데 지금의 일기에서 기재-측정-통계 등의 선순환 과정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원불교 4대는 인류의 운명이 좌우되는 중요한 시기다. 원불교가 세상에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시대라고 본다. 

진행 이여원 기자 hyun@wonnews.co.kr

[2022년 1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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