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길을 나서면 마음으로 보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파리 떨구어낸 겨울나무, 그 아름다움이 온통 마음에 담긴다. 꽃눈 다물고 잔가지 하나까지 온전하게 겨울을 나고 있는 나무들이 운장산 계곡을 따라 구부구부(굽이굽이) 고갯길의 안내자가 된다. 그렇게 주천교당에 닿는 길은 또 다른 명상 길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화합하는 아름다운 우리 주천교당’ 전경.
‘서로를 존중하고 화합하는 아름다운 우리 주천교당’ 전경.

용담댐 수몰지구 마을
주천교당은 원기55년 전북 진안군 안천면에 설립된 안천교당이 출발지다. 주천교당의 전신인 안천교당은 한때 어린이, 학생, 청년 일반법회를 보며 교화에 꽃을 피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용담댐 수몰지구 마을에 속하면서 원기84년 주천면으로 이전 신축하고, 원기86년 주천교당 신축봉불식을 진행했다.

농촌지역 교화 현실은 급격하게 달라졌다. 교도들이 주거지를 옮기거나 열반하는 등 교도수가 현저하게 줄었고, 안천지역 교도들마저 교통이 불편해 법회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주천교당은 서너 명의 교도만 남게 됐다. 

그야말로 명맥만 유지한 채 교당운영을 포기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이곳에 김성길 교무가 부임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이다. 
 

교화 일념의 재가와 출가의 삶
김성길 교무는 논산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한 재가로서의 삶이 앞서 있다. 논산시청에 근무하면서 강경교당 교도부회장과 중앙청년회장을 맡았고, 원창학원 행정실장으로 소위 영입되면서 교화자로서의 서원을 키웠다. 

원기87년 늦은 출가였지만, 재가와 출가의 삶이 둘이 아니었다. 재가로 근무하면서 64개 교당 법회지원, 교화비 지원, 천도재 의식 보조, 어린이집 행정지원 등 후원을 이어갔고, 동전주교당 청년회를 재창립해 법회를 진행했다. 학교에 재직할 때는 설교자료 수집과 의식진행 훈련 등 스스로 교화준비에 매진했다. 그야말로 재가와 출가의 삶이 ‘교화 일념’으로 하나인 삶을 놓치지 않았다. 원기103년 1월, 그가 부임한 날 주천에는 눈이 많이 쌓였고, 날씨가 무척이나 추웠다.
 

원기106년 교화훈련부문 대상과 특별미행상 법규준수상을 받은 김성길 교무와 김혜주 교도회장.
원기106년 교화훈련부문 대상과 특별미행상 법규준수상을 받은 김성길 교무와 김혜주 교도회장.

지역교화, 뼈를 묻을 각오로 
그는 부임하면서 소합원 100개와 염주 300개를 구입했다. 지역교화를 위해 만나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전달하며 인사를 나눴다. 

김 교무는 주민들에게 “제가 운장산을 그냥 넘어온 것이 아니다. 뼈를 묻을 각오로 부임했다. 1573명의 주천면민 전체를 교화하러 왔다”고 당차게 인사했다. 주천면에서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무엇보다 일주일 전부터 특별기도를 올리며 행사가 원만하게 진행되기를 염원하는 기도를 이어갔다.

“교당 정원수를 전지한 것을 본 교도가 그가 관여하고 있는 장학회관의 정원수 전지를 요청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김 교무의 전지 봉사는 주천면에서 그 실력이 정평이 나 있다. 

충혼비 주변 작업과 교당이 위치한 괴정리 마을안길 정원수도 그의 솜씨가 발휘될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김 교무가 기도하며 불공했던 괴정리 이장 부부는 6개월 만에 입교해 지금까지 무결석으로 교당의 모든 일을 솔선수범하는 교도가 됐다.
 

 35명의 출석교도가 법회를 보고있다.
 35명의 출석교도가 법회를 보고있다.

누구라도 ‘입맛 다시고’ 가는 교당
김 교무는 교당을 방문하는 누구라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는다. 우편배달부도, 택배기사도, 길을 물어오는 낯선 사람에게도 그는 음료수를 건넨다. 교당에 발길만 닿았다면 그의 표현대로  ‘입맛을 다시고’ 가야 한다. 택배기사들 사이에선 주천교당에 가면 음료수를 준다는 소문이 자자할 정도다. 마음 정성이 닿았을까. 이렇게 10여 명의 신규 교도를 입교시켰다. 

교도들을 향한 그의 정성도 다르지 않다. 그는 부임 후 교도들에게 “아들 한 명이 새로 왔으니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교무를 찾으면 무엇이든 해결해준다”고 약속했다. 대신 고추장, 된장, 반찬을 나눠달라고 말했다. 교도들이 한 번이라도 더 교당을 오게 하기 위한 속내가 뻔히 보이는 요구사항이다.

거동이 불편한 교도들은 김 교무가 직접 모시러 간다. “교도님 댁으로 가서 방은 따듯한지, 가스는 잠겼는지, 전기코드는 뽑았는지 확인한다”는 그는 법회가 끝나면 다시 ‘방까지 안전하게 모셔드리고, 전기코드 꽂고, TV 전원 켜는’ 일까지 완수한다. 주천교당의 현재 출석교도는 35명으로 늘었다.

정성으로 ‘까무러치게’
김 교무는 교도수가 늘어난 절대 공신으로 김혜주 교도회장을 소개했다. 인터뷰 내내 옆자리에서 편안한 웃음을 보여주던 김 교도회장이다. 

김 교무는 “교도회장님이 10여 명의 교화대상자 명단을 가지고 찾아다니면서 밭도 매주고, 김장을 해주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주면서 한 사람씩 입교시켰다”고 소개했다. 교무의 정성을 교도회장도 온전히 닮았을까. 원기106년 교화대상 수상에서 김 교무는 교화훈련부문 대상을, 김 교도회장은 특별미행상 법규준수상을 수상했다. 

“농촌이라 교화가 어렵다고만 생각할 수 없다”고 전한 김 교무는 “기관, 단체, 주민들과 함께 하는 원불교가 되어야 한다”며 지역교화를 강조했다. 그리고 그가 덧붙인 말이다. “교도들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아니 감동으로는 약하다. 까무러치게 감동을 전해야 한다.” 

‘죽기를 각오하고 모든 힘을 다해’라는 뜻이 담긴 ‘까무러치게.’ 새해, 내 마음에 새겨지는 첫 단어가 됐다. 

[2022년 1월 17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