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세영 교무
문세영 교무

[원불교신문=문세영 교무] 어린 시절부터 늘 궁금하던 것이 있었다. 바로 ‘사람의 마음이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사랑한다고 말하던 연인끼리 사랑하는 마음을 잃고 서로 다투고, 친했던 친구 사이도 감정이 상해 원수지간이 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내가 마음의 원리를 알게 된다면 한순간의 감정에 휘둘려 소중한 인연 관계가 원망하고 미워하는 아픔으로 변하는 것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사람의 심리에 대한 관심과 마음공부에 대한 발원으로 이어졌다.

원불교학과에 진학을 하고 나서 도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가득했다. 그러나 앞서나가려는 열정에 비해 내가 아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다. 심리학과 경전공부를 꾸준히 했으나 그것은 한낱 이론에 불과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무슨 기계 마냥 감정이 어떠한 상황에 어떻게 일어나고 이렇게 처리하면 된다는 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는 열심히 했기에 여러 지식은 늘어갔지만 정작 의문은 해결되지 않아 답답함도 늘어갔다. 무엇이 문제인가 고민하던 중에 ‘내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을 안다’는 법문이 떠올랐다. 마음이라는 것은 본디 사람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인데, 정작 나는 내 마음을 보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여러 이론을 통해 마음을 발견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후에는 경전공부에 쏟은 정성을 기도와 수행에 들였다. 온종일 선이나 염불을 해보기도 하고 여러 수행법을 스스로 만들어 오롯이 도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일관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따금 드는 감상들은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느낌은 없었다. 기나긴 구도와 좌절 끝에 도에 대한 마음마저 놓아버린 채 선을 했다. 그제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음이라는 것이 다름 아닌 오롯한 나였음을. 세상이 만들어놓은 ‘문세영’이라는 틀에  맞춰 살아왔던 탓에 정작 내가 나로서 살았던 적이 없었기에 마음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닫혀 있던 문을 열면 이미 그곳에 내가 오롯하게 나라는 존재로서 독존하고 있었음을, 그것이 곧 마음이자 나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희열 뒤에 곧바로 오는 생각은 세상 사람들이 오롯하게 자기 자신으로서 살지 못하고 있음을 하나하나 먼저 깨친 사람들이 이끌어 줘야 한다는 대종사의 말씀이었다. 법인기도 때 “그대들에게 창생을 제도할 책임이 있음을 알라”고 한 말씀이 구인 선진에게만 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 각자가 하나하나 깨쳐 세상의 주인으로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전하고 일깨우는 데에 앞장서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임을 전하고자 했음을 알게 됐다. 결국 세상의 고통은 곧 나의 책임이고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되는 것이며, 온통 은혜로 가득 찬 세상임을 먼저 알고 전하고자 하는 것이 전무출신의 사명임을 깨달았다. 

비록 늦게 깨달았고 ‘공부인으로서 살다 가리라’는 서원을 세운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에, ‘교무’라는 직위를 달고 현장에 나가는 것이 아직도 부족하고 이르다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각자의 맡은 바 그 일 그 일에 힘과 마음을 다하면 곧 천지행이 된다는 법문처럼, 내가 맡게 될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성불제중의 공부이자 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항상 가족과 스승, 도반들 그리고 수많은 인연들이 함께한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이제는 내가 받은 은혜에 보은하고 세상에 전하기 위해 첫걸음을 조심스레 떼고자 한다. 일체생령이 법신불 사은의 은혜 속에 항상 진급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오늘도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대구경북교구

[2022년 1월 17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