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혜 교무
김경혜 교무

[원불교신문=김경혜 교무] 남편 소개로 심신수련 단체에 인연이 닿아 몇 년간 수련과 활동가로 활동을 했다. 나이 마흔에 지도자 입문 과정을 이수해 단 센터 원장으로 복무했고, 이후에는 협력사에서 봉직했다. 원기101년 20여 년의 복무를 마치고 퇴임했다. 그해 10월 말, 지중한 후배의 소개로 서울 안암교당에 입교했다.

일요법회 설법과 수요마음공부방 강연에서 “영생의 행복자가 있으면 지금 당장 나와 보라”는 김제원 주임 교무님의 당당한 말씀이 마음속에 큰 울림이 됐다. 

교법 강연을 통해 의식이 성장하는 기쁨도 컸지만, 친정집 유산 상속과 관련해 부모님에 대해 서운한 감정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그 무렵 ‘인과의 이치 따라 지은 대로 다 받는다, 짓지 않고 어떻게 받겠냐’는 말씀에 욕심을 내려놓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뵙고 온 지 이틀 만에 어머니가 열반했다.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서 그동안 부족하고 어리석었던 마음을 돌아보고 진심으로 참회하는 계기가 됐다. 

입교 시 주임교무님은 “좀 더 일찍 인연이 됐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는 말을 해줬는데 그땐 그 의미를 잘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생사의 진리와 인과의 이치를 알게 되니 정법 회상인 원불교에 출가해서 많은 선진들의 가르침을 받아 거듭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빠르게 원불교 문화를 접하고 공부하고 싶어, 원기102년 10월부터 안암교당에서 주무로 생활했다. 원기105년 기간제 예비교무 6기생으로 입학해 수학 과정을 거쳐 지난해 출가식을 마치고 만덕산훈련원에 부임하게 됐다. 

출가의 기회를 주신 교단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정법 회상에서 성직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추천해 주신 교무님들과 안암교당 교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이들 덕분에 영산에서의 수학 기간 동안 하고 싶은 마음공부를 잘 마칠 수 있었다. 또한 원불교로 이끌어줬던 서인혜 도반과 늦은 나이에 성직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지해준 가족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영산에서의 출가 생활은, 매일 하는 정신수양과 학습 과정, 다 같이 사심 없이 하는 보은 봉공, 하루 일과를 마치고 참회 일기를 쓰며 일상생활 속에서 원만하지 못한 습관을 확인하며 속 깊은 마음공부를 하는 등 나를 성장시키는 나날이 돼 참 행복했다. 

그런데 교무고시를 준비할 때는 공부를 해도 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리곤해서 내심 힘들었다. 공부도 때가 있다는 말이 실감 났지만 외우고 또 외우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 정도 임계질량이 되어가는지 점점 밝아지기를 반복하게 됐다. 이런 과정을 거듭하면서 솟구치는 법열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종사와 선진들의 정신이 어려 있는 영산 새벽 하늘의 쏟아질 듯한 별들, 눈 앞에 펼쳐진 정관평과 옥녀봉, 늘 따뜻한 사랑과 격려로 품어주며 열정과 정성을 다해 열강을 해주신 교무님들, 1년을 함께 학과 공부를 했던 무아 학년 동기들과 마음을 열어준 청년 출가자들의 은혜 속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배우고 비우면서 온전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는 것이 인생의 큰 축복이었다. 

인생 2모작이 시작됐다. 끊임없이 비우고 채우고, 비우고 채우는 공부를 잘해서 인연의 소중함과 감사함으로 인생의 후반부를 스승에게 보은하며 잘 마무리하고 준비하고자 한다. 다음 생에는 좀 더 일찍 성불제중의 서원을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대종사와 일원대도 회상에 누가 되지 않고 정성으로 보은하는 전무출신이 되기를 기원한다. 

/만덕산훈련원

[2022년 1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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