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란 정토
한정란 정토

[원불교신문=한정란 정토] 나는 정토 14년 차이다. 정토가 뭔지도 모르고 오직 남편 교무가 좋아서 부모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다. 결혼 당시 남편 교무는 배내청소년훈련원에서 근무했다. 부임지가 너무 멀어 평균 집에 오는 횟수가 한 달에 1~2번이었고, 그러다 보니 일하며, 아이를 혼자 키우며, 당시 박사논문을 쓰며 너무 힘겨운 생활을 했다. 그래서 시댁과 합가했고, 남편 교무도 원광대학교 대학법당으로 발령이 나 좀 편안해졌다. 그러나 이것도 잠깐, 시아버지가 당뇨합병증과 치매로 투병을 하게 됐다. 이 시기에 남편 교무는 광주교당으로 발령이 났다. 나는 남편 없는 시댁에서 치매인 시아버지와 그런 시아버지를 손수 집에서 병간호하는 시어머니, 어린 아들과 살았었다. 작년에 시아버지가 열반했는데,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가족 모두가 오래 보냈었다.

남편 교무가 광주에서 6년을 잘 살고 이제는 다시 집 가까이 오려나 했더니 경남교구 사무국장으로 발령이 났다. 정말 경계였다. 우리 아들은 곧 사춘기에 접어드는데, 사춘기 남자아이 옆에는 아빠가 있어야 된다고 하던데, 왜 하필 이런 때 그 멀리로 가야 하는지 눈물만 났다. 

나는 지난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이 세상에서 내가 처한 현실이 가장 힘들다고 여기며, 나의 상황을 불행이라는 단어에 몰아넣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대단한 벼슬이라 여기고 남편교무에게, 친구들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양보와 이해를 구했었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삶인데 말이다.
 

아내, 엄마로서 만의 
행복을 찾는다면 
평생 불안할 것이다

 

과연 내가 정토 14년 차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주부 14년 차가 아닌 정토 14년 차인데,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남편의 부임지에 따라 마음이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여느 집 일반 주부와 같았다. 남편 교무가 소태산 대종사의 법 안에서 서원을 세워 일심정진하고 있을 때 정토도 그 법 안에서 가정을 지키고 이끌어가기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하는데 말이다. 정토가 단순히 한 남편의 아내, 아이의 엄마로서 만의 행복을 찾는다면 남편 교무의 인사이동 속에서 평생 불안할 것이다. 영생을 믿고 사는 우리 정토들은 소태산 대종사의 법 안에서 생멸거래가 없는 일원의 진리를 깨치고 큰 살림을 할 때 항상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서예 작품을 하고, 서예를 가르치고, 서예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사실 나는 그동안 정토라는 신분만 돼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능력을 좋게 봐주고, 지난해 원불교출판사에서 원기107년 원불교 달력에 들어가는 작품의뢰를 받았다. 원불교 교리의 진수만을 뽑아 가락을 붙인 성가에 나만의 그림, 스토리를 엮어 작품을 한 장 한 장 완성하면서 재미있고 즐거웠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 달력을 보고 원불교에 관심을 가져 교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서예를 통해 원불교 교화에 이바지하겠다’라는 서원도 세우게 됐다.

참 행복은 밖의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태도에 있다. 마음속에 일원의 진리를 생각하며 살 때 진정 희로애락과 생사고락을 초월해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 안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그냥 한정란이 아닌 늘 마음공부에 정진하는 진정한 정토 한정란이 돼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정토회교당

[2022년 2월 7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