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법률사무소 김정선 변호사
“해당 문항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평가원 처분을 취소한다.”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여덟 번의 문제 오류로 구설수에 올랐던 바 있는 평가원은 이번 소송에서 3000만원대의 대형 로펌을 선임해 끝까지 맞섰지만, 결국 패소했다.
대형 로펌과 평가원이라는 큰 산을 넘어 92명의 학생들에게 ‘전원 정답’을 안겨준 김정선(법명 정화·이리교당) 변호사가 연일 화제다. 그는 3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결과 중심의 사고를 막고자 수능 오류 소송의 ‘무료 변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평가원 이의신청결과 발표 전에 지인이 문제를 한번 풀어보라고 했는데, 지인에게 평가원도 오류를 인정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평가원은 결국 ‘문제의 조건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정답은 유지한다’라는 발표를 내놨다”고 소회했다.
처음 소송 제의를 받았을 때, 그는 많은 고민을 했다. 평가원을 상대로 한 사건이자, 촌각을 다투는 사건이라 오롯이 이 소송 건에만 집중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평가원의 잘못된 결정에 우왕좌왕 하는 학생들을 마주했고, 변론 결심을 굳혔다. 김 변호사는 “이렇게 확실한 오류를 평가원이 인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일이 매번 반복될 것 같았고, 그걸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소송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학생들이 직접 국내 관련 분야 전문가와 교수들에게 메일로 의견을 구했지만 단 한 명도 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랜 인고 끝, 집단 유전학 분야의 세계 최고 석학 중 한 명인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측의 답장이 도착했다.
김 변호사는 “스탠퍼드 연구실의 의견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판결에 도움이 됐을 거라고 추측한다”고 밝혔다.
소송이 진행되는 2주동안 5㎏이 빠질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낸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을 맡게 된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 승소한 것 또한 온전히 나의 능력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진리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숙명여대 생명과학 계열에서 공부하다가 원광대 한약학과에 재입학해 석·박사를 마친 김정선 변호사는 이 후 원광대 로스쿨 1기에 도전해 변호사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2022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