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법률사무소 김정선 변호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상대로 승소

김정선 변호사
김정선 변호사

“해당 문항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평가원 처분을 취소한다.”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결정처분 취소소송(2021구합86979)에서 최종 승소했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8번의 문제 오류로 구설수에 올랐던 바 있는 평가원은 이번 소송에서 3000만원대의 대형 로펌을 선임해 끝까지 맞섰지만, 결국 패소했다.

대형 로펌과 평가원이라는 큰 산을 넘어 92명의 학생들에게 ‘전원 정답’을 안겨준 김정선(법명 정화·이리교당) 변호사가 연일 화제다. 그는 3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결과 중심의 사고를 막고자 수능 오류 소송의 ‘무료 변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평가원 이의신청결과 발표 전에 지인이 문제를 한번 풀어보라고 했는데, 문제가 어려워서 바로 풀지는 못하고 한참 공부한 후에야 풀게 됐다. 오류가 맞는 것 같아서 지인에게 평가원도 오류를 인정할 것 같다고 의견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평가원은 결국 ‘문제의 조건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정답은 유지한다’라는 발표를 내놨다”며 소회했다.

처음 소송 제의를 받았을 때, 그에겐 많은 고민이 있었다. 평가원을 상대로 한 사건이자, 촌각을 다투는 사건이라 오롯이 이 소송 건에만 집중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평가원의 잘못된 결정에 우왕좌왕 하는 학생들을 마주했고, 그의 변론 결심이 굳어졌다.

김 변호사는 “누구든지 해당 문제를 풀어보면 오류라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에 상대가 평가원이든 대형로펌이든 관계 없이 재판부가 인정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이렇게 확실한 오류를 평가원이 인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일이 매번 반복될 것 같았고, 그걸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소송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학생들이 직접 한국의 관련 분야 전문가와 교수들에게 메일로 의견을 구했지만 단 한명도 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답답한 상황에 소송인단 중 한명이 외국 대학의 교수들에게 메일을 보내자고 제안했고, 학생들이 직접 문제와 풀이과정을 영어로 번역해 미국의 명문대학교 연구실에 전송했다. 오랜 인고 끝, 집단 유전학 분야의 세계 최고 석학 중 한 명인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측의 답장이 도착했다.

김 변호사는 “스탠퍼드 연구실에서 답을 받은 학생이 몇 번에 걸쳐서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우리 사정을 설명했고, 소송에 도움이 될 연구실 의견서를 보내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 의견서가 마지막 재판기일이 지난 후에 도착해서 증거가 아닌 참고자료로 쓰였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실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판결에 도움이 됐을 거라고 추측한다”고 밝혔다.

소송은 마무리 됐지만, 김 변호사는 이 같은 일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평가원이 출제와 검토과정에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오류를 그냥 넘긴 점 ▷이의제기과정에서 비공개로 심사과정을 진행한 점 ▷일부 학회에서 받은 단 몇 줄 의견서에 수많은 학생들의 미래를 결정한 점 ▷소송과정에서 국민의 세금과 수험생의 응시료로 대형로펌을 선임해 학생들에게 맞선 점 ▷재발 방지나 관련자들의 사과나 처벌없이 평가원장의 사퇴로만 마무리 한 점 등은 앞으로 개선돼야 할 과제라고 질타했다.

김 변호사는 “소송하는 2주동안 5kg이 빠질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맡게 된 것 자체가 행운이었고, 승소한 것 또한 온전히 나의 능력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진리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기간은 짧았지만 오랜만에 정말 흥분되고 열정적인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목표와 역할에 충실하며 지금 이 자리에서 깨어 있기에 열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선 변호사는 숙명여대 생명과학 계열에서 공부하다가 원광대 한약학과에 재입학해 석·박사를 마쳤다. 이 후 원광대에 로스쿨 1기에 도전해 변호사로서의 삶을 시작했으며, 서울대학생연합회, 원불교대학생연합회, 원광대 원불교 법조인회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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