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상현 교무
라상현 교무

[원불교신문=라상현 교무] 소복하게 눈 덮인 설날을 맞이했다. 새벽부터 눈을 치웠지만, 하염없이 내리는 눈앞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아침 7시 합동향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교당에 몇 가족이 도착을 못 하게 되자 노심초사했다.

그때 산부처(활불)를 봤다. 한 교도님이 교당에서 향례를 올리지 않음에도 새벽 일찍 교당에 나와 싸리비를 들고 눈을 치우고 계셨다. ‘세상에 어느 누가 명절날 새벽에 교당에 나와 눈을 치울 것이며, 어떻게 저런 마음을 낼 수 있을까?’ 분명히 교당 일을 내 일처럼 여기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부처님을 보면 위대함을 느끼고 전무출신으로서 더욱 초심을 다지게 된다. 필자가 여기는 위대함의 정의는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다. 그 영감은 선한 영향력이다.

‘교당 일을 내 일처럼 여기는 마음은 어떤 마음인가?’자타의 국한을 벗어나 주인정신으로 전체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 곧 공심이다. 부처의 마음이 따로 있는가. 이것이 바로 산부처의 마음이다. 원불교의 주인은 공부나 사업을 남이 알아주나 몰라주나, 하기 싫으나 좋으나 교중의 일을 상(相) 없이 알뜰히 챙기며 실천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국한을 넓혀 살다 보면 세상의 일도 내 일이 되고 이런 분들이 이 회상의 큰 주인이 되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신성과 공심 가진 사람이라야 이 법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신성과 공심 가진 사람이 많아질수록 원불교의 장래가 밝아질 것은 자명하다. 설날 아침 묵묵히  눈을 쓸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부처님을 바라보니 인생의 참가치는 이타(利他), 다른 사람이나 전체를 이롭게 하는 것에 있음을 새기게 됐다. 우리의 몸은 사은의 공물이며 보은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다. 오늘 하루 내 삶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처처불상 사사불공을 실천하여 주변에 영감과 동기부여를 주는 하루를 만들자. 또 다른 위대함을 만들어 내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신앙인이 되자. 이것이 소태산 대종사의 정신이며 낙원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수원교당

[2022년 2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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