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있다.

이번처럼 선거 바람이 차분하기도 처음이다. 코로나의 마술인지, 아니면 인물난이 대중의 마음을 멀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교단 입장에서는 참 다행스럽기도 하다. 이런 정치의 계절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지역색을 기반으로 한 편가르기다. 정치인들에게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기에 이만큼 용이한 정략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번 대선은 정책이나 국민을 생각하기보다는 정권 욕심에 매몰돼, 그 어느 때보다 네거티브가 활개를 친다.

호남에 본부를 둔 원불교는 이런 선거의 계절이 돌아오면 편향성에 휘둘려 오해를 받고, 일정 부분 정치의 농간에 분열되는 양상도 보였다. 특히 영남권 교화가 선거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면 그 상처로 흔들렸다는 걸 우린 경험으로 알고 있다. 또한, 평소 멀쩡하던 교도들도 선거바람에 편이 갈라져 교당교화에 분열을 초래한다면 참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이즈음이면 출가교무들의 입장도 어정쩡 난처하기 마련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유세차 전국을 돌면서 어김없이 찾는 게 종교지도자들이다. 군중이 상시로 모이는 종교는 표심을 좌우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럴 때 눈치 빠른 종교인이라면 그동안 쌓인 민원을 해결할 기회로 삼지만, 이런 속세적 저속함은 종교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실상, 그들의 목적이 뚜렷한 방문은 ‘국민을 생각하고 바른 정치를 펼치도록’ 언질하고, 깨우침을 줄 호기가 되기도 한다. 권력과 분열을 밥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서 한쪽으로 편착되지 않고 스스로 욕심을 덜어내게 하는 종교 가르침만큼 강한 채찍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시기만 지나면 하나 두려울 게 없는 정치인들이지만 종교인들 앞에 서면 유독 작아지는지도 모른다. 

대선이 임박하면서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들의 유세 발걸음이 교단을 향하는 일이 부쩍 잦아지는 것 같다. 이럴 때 교단도 정치적 편향성에 휘둘림 없이 정산종사의 중도론에 바탕해 국민을 바라보며 바른 정치를 펼쳐갈 수 있도록 지도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 같다. 정하든 탁하든 그 누구를 막론하고 중앙총부를 방문한 정치지도자들이 소태산의  개벽정신에 눈꼽만큼이라도 물들어 ‘정치개벽’을 일구어가겠다면 그것만큼 큰 제중사업이 어디 있겠는가.

일선 교당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는 생물이라 했다. 정치의 변화무쌍한 가변성과 불확실성은 끊임없이 타협과 변절로 점철되어 오기도 했다. 왜냐하면, 정치의 최종 목적지는 권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괜히 여기에 휘둘려 곤욕을 감내하려 한다면 이 또한 지혜의 길을 걷는 종교인으로서 어리석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교화에 정치를 관여시키는 일은 스스로 어리석음을 자초하는 일이기도 하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자.

[2022년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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