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원 교무
하도원 교무

[원불교신문=하도원 교무]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에 겪게 되는 큰 난관인 군대.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이 겪었고 대부분이 무사히 마쳤기 때문에 당연한 과정이고 별일 아니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의무복무 당사자들에게는 입대하는 순간부터 전역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매 순간이 경계의 연속이다. 

그 경계의 시작점인 논산 육군훈련소. 그리고 논산 육군훈련소의 울타리 바로 옆에 원불교 군종센터가 위치하고 있다. 필자는 원기105년 1월 군종교구 주사 겸 육군훈련소교당 부교무로 첫 발령을 받았다. 원불교 군종센터에서 아침·저녁 심고 목탁소리와 아침·저녁 점호를 알리는 나팔소리의 하모니를 들으며 근무하고 있다.

육군훈련소교당은 매주 500명 이상의 청년을 만날 수 있는 교화지다. 새로운 환경에서 힘든 적응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마음공부를 알려주는 것은 신나고 행복한 일이다. 더욱이 주임교무님이 계신 덕분에 책임감과 중압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활동을 했다. 

하지만 훈련소 내부의 사정으로 인해 나의 평화로운 상황이 급변했다. 부득이하게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법회를 나눠 진행해야 했고, 나는 당장 법회를 주관하고 설교를 해야 했다. 정신없이 첫 법회를 끝내고 지금까지 여유롭게 흘려보낸 시간들을 후회했다. 기존에 잘 진행되고 있는 법회 구성과 설교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기존 것은 이미 나의 것이 아니었다. 내가 설교 때 무슨 말을 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부족한 실력과 정성을 확인한 나는 정신을 차리고 법회를 준비했다. 지금까지 보고 배운 것에 나의 경험과 장점을 더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중한 시간을 내어 법회에 참석해준 훈련병들이 무엇을 필요로 할지 판단하고 그것을 전해주는 것이었다.

첫째, 훈련병들의 마음을 더 가까이서 느끼기 위해 주 3회 이상 육군훈련소의 울타리를 따라 7㎞씩 뛰었고 그 기록을 매주 설교 전 공유하며 함께 훈련받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전했다. 둘째, 사회와 단절돼 있기에 접할 수 없는 연예, 스포츠, 사회, 경제 분야의 주요뉴스를 모은 영상을 만들어 법회시작 전 틀어줬다. 셋째, 나의 군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겪게 될 군 생활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한 명 한 명 훈련병들의 이름을 부르며 건강을 기원하고, 간식을 직접 나눠줬다.

정말 감사하게도 나의 마음이 훈련생들에게 전해졌다. 1주 차 법회에는 10명의 훈련병이 참석해 강의실이 허전했다. 하지만 매주 2배씩 증가해 5주 차 수료를 앞두고는 160명이 참석해 강의실 공간이 부족해졌다. 수료 법회를 마친 후 나는 교화자로서 느낄 수 있는 보람과 행복을 느꼈다.

나는 과거 군 복무를 정말 열심히 했었다. 하지만 전역하며 ‘이곳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를 반문했었다. 나는 처음으로 담당했던 훈련병들과 작별하며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마음을 챙겨 진리에 맞게 잘 활용하면 헛된 경험은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겪고 있는 지금의 힘든 시간 또한 잘 활용하면 더욱 큰 진급과 보은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겪어왔고 겪게 될 모든 경험이 헛되지 않도록 정성으로 교화해 낙원세상 건설에 힘을 보탤 것을 다짐한다.

/군종교구

[2022년 2월 14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