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로 책 짓는 작가 정연두

작가 정연두
작가 정연두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이불을 만든다. 조각조각 이어붙여 보고 싶었다. 그렇게 무심(無心)과 만난다. 시집살이 한숨을 한땀 한땀 바늘 가는 데다 놓아두었다. 친정엄마가 혼수품 속에 넣어주셨던 명주실이 달래준다. ‘괜찮아, 지나갈 거야.’ 오후의 가을볕이, 길게 창을 넘어와 방안을 가득 채운다. 따숩다. 그가 머무는 삶 자리다. 

바느질로 책을 짓는 작가, 정연두. 그는 달빛 고운 담양 무월마을에 산다. 그가 ‘안즌자리 슨자리가 다 꽃자립디다’ 바느질 전시를 한다. 세종지혜의숲 전시장에서 그를 만났다. 


무월마을에 살아요
두 아이에게 평생 갚지 못할 빚을 진 엄마다. 거동이 불편하고 연로하신 시부모님은 조그마한 아이들만큼이나 손이 가고 마음이 가야 했고, 농사꾼의 삶 자리는 자고새면 일이었다. 작은 아이들을 품에 안을 수 있는 시간은 저녁 시간뿐이었다. 어느 날 눈떠보니 아이들이 저절로 커서 엄마 품을 벗어나 있었다. 미안했다. 고마웠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보여준 모습을 잃지 않고 싶어서 바느질로 새겼다. 무월마을에 살아오는 앞으로도 몇 권이 더 나올 것이다.


1958, 인연 맺은 고마운 벗들에게
단발머리 소녀 적에, 영국의 엘리자베드 브라우닝과 로버트 브라우닝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 딱! 소녀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커서 결혼을 하게 되면 남편을 향한 사랑의 넓이와 깊이와 높이를 시로 써서 출근하는 남편 호주머니 속에 넣어주겠다’는 야무진 꿈이었다. 어쨌든 당시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남편은 출근이 없는 농부였다. 함께 살면서 남편에 대한 신뢰와 감사에 보답하고자 남편의 회갑을 맞아 소중하고 귀한 지인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었고, 나는 1958을 만들었다. 1958은 남편에 대한 내 마음이면서 나와 인연을 맺은 고마운 벗들에 대한 마음이다. 
 

내가 좋아, 짠하디 짠한 나를 만나다
어린 시절의 나는 마음이 여리고 부끄럼도 많은 소심한 성향의 아이였다. 내 마음을 표현하거나 내 욕망을 드러내는 일은 있을 수가 없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나는 언제나 어디서나 내 욕망은 뒤로하고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만이 내 본분인 양 살았다.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살고 있는 내 자신이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내가 나를 만난다. 상처 많은 짠하디 짠한 나를 위로하고, 소중한 마음으로 만나고 만나고 또 만났다. 내 회갑을 맞아 마음을 나누고 사는 지인들 앞에서 말했다. 내가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지,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인지를 소리 내어 알렸다. 그렇게 내가 좋아~라고 외쳤다. 


그리고 못다 한 이야기
살아온 나의 60년이 어디에 있을까. 앉고 서고 눕고 먹고 싸고 놀던 그 많은 날들이 어디에 있을까. 좋으면 깔깔 웃었고 아프면 엉엉 울었고 배고프면 밥해 먹고 깜깜해지면 잠자던 그 많은 시간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 많은 날이, 그 많은 시간이, 여기 나와 있다. 안즌(앉은)자리 슨(선) 자리가 다 꽃자린 것을. 살아보니 참 좋다. 내 삶이.

 

전시/ ‘안즌자리 슨자리가 다 꽃자립디다’ 
정연두 글 쓰고 바느질하다. 
27일까지 세종지혜의숲 전시장. 


바느질은 엄마다
어린 시절
엄마의 바느질하는 모습이 
일상이었다.

떨어지고 닳아지고
해진 옷을 꿰매고 
양말을 꿰매고
눈이 시린 하얀 
이불 호청을 꿰매는
엄마의 모습이 
자연스레 내게로 이어졌다.

나도 엄마처럼
바느질 놀이를 한다
삶을 산다.


[2022년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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