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옥 교수
김자옥 교수

[원불교신문=김자옥 교수] 며칠 전 정토회원인 후배가 “언니는 총부 옆에서 일하고 있으니 너무 좋겠다”면서 자기 소원은 총부 옆에서 항상 총부를 바라보며 일하는 것이라고 한다. 총부를 향한 간절한 후배의 마음을 보면서 좀 미안함이 느껴진다. 대학 때부터 10년을 넘게 서울에서 보낸 후배는 서울생활이 지치고 힘들 때면 언제나 혼자서 기차를 타고 총부를 방문했다고 한다. 후배의 총부사랑은 지극한 정성이구나 싶다.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원광보건대에서 방문간호조무과정을 주말마다 운영하면서 이론 공부가 끝나는 마지막 날 학우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었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특히  바다 건너 먼 제주도에서 주말마다 비행기를 타고 온 학우도 있었다. 55세에서 60살이 넘은 학우들은 사회에서 본인 이름을 걸고 꽃꽂이 협회장, 보건소 소장으로 은퇴, 양돈업, 현직 병원에서 근무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연세로는 인생 선배 같은 이들이다. 내가 “원불교 총부 한번 가시게요” 했더니 모두 흔쾌히 좋아하면서 소풍가는 학생처럼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거리를 유지 하면서 총부로 갔다. 성탑과 송대 솔밭을 거닐면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며 동심으로 돌아가 보기도 했다. 한 학우는 “길 건너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네요”라면서 송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본인 프로필 사진으로 저장도 했다. 원불교를 처음으로 접하는 학우들이 고즈넉한 총부에서 고단한 일상을 쉬어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혼자 걸어도
함께 걸어도 좋은
소중한 문화유산 성지

4년 전쯤 한 지인이 백제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우리나라에서 태동한 원불교 총부가 있는 이곳이 궁금하다고 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성지안내를 해주니 “총부의 단아한 아름다움과 몰랐던 원불교를 알게 되는 기회가 돼서 좋았고, 본인은 특별한 종교를 신앙하고 있진 않지만 교무님들이 해주는 기도 덕에 가족들이 미국에서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나는 지기의 도리로 인연 있는 교무님에게 기도를 부탁드리고 특별한 날 항상 가족 연등을 달았다. 

이처럼 총부는 혼자 걸어도 타인과 함께 걸어도 좋은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의 미학이 그대로 느껴진다. 또한 총부에서는 느림의 미학을 느껴볼 수 있다. 총부 돌담은 덕수궁 돌담길처럼 은행잎이 떨어지면 만추를 자극하는 곳이고 눈 내리는 겨울에는 총부 옆 카페에서 커피한잔의 여유를 부리고 싶어지게 만드는 곳이다. 눈 내리는 소리와 커피콩 볶는 소리는 음악의 베이스와 알토 같다.

최근에 영산성지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영산성지 관련 책을 집필한 교무님으로부터 소중한 책을 선물 받았다. 이웃종교를 신앙하는 동료가 책을 보더니 이렇게 귀한 책을 본인까지 챙겨줬냐면서, 본인도 다른 분들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으니 구매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처럼 성지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문화적 유산으로 원불교를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원불교의 매력을 보여 줄 수 있는 곳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온 인류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진리의 광명으로 인류가 코로나19를 지혜롭게 극복하여 총부를 비롯한 아름다운 원불교 성지를 마음껏 걸을 수 있길 심축한다.

/원광보건대·동영교당

 [2022년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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