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원 기자
이여원 기자

하나의 도형이면서 보는 방법에 따라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으로 볼 수 있는 도형. 애매(曖昧)도형이라고도 한다. 비트겐슈타인의 ‘오리와 토끼’, 보는 관점에 따라 오리로도 보이고 토끼로도 보이는 그림이다. 

똑같은 그림을 놓고 ‘오리의 부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토끼의 귀’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다. 그림은 변함없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의 생각과 판단,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사람 수 만큼, 우리는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간다. 관점에 따라 실재를 볼 수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표현하는 사람의 의도와 완전히 반대로 곡해할 가능성도 언제든지 있다. 

어쩌면, 교단 ‘혁신’에 대한 생각도 구성원 수 만큼 다양하다는 것. 이 또한 이상하지 않다. 그림 이야기를 앞서 꺼낸 이유가 있다. 결국 ‘대중공사’를 말하고 싶어서다. 

소태산 대종사는 창립 초기부터 대중공사를 통한 공의(公議)로 교단을 운영해 왔다. 1934년 5월 원불교 총부 대중공사. 소태산 대종사가 임석한 가운데 보화당 설립을 위한 사업계획을 발기한다. 

당시 원불교 신정예법에 의해 교도들의 관·혼·상·제 등 행사에 허례와 낭비를 줄여 저축된 공익금 1만원을 투자해 창설한 보화당 한약방, 지금의 보화당이 됐다. 

공중회합을 위한 건물,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공사(公事)를 논의하기 위해 세운 건물이 공회당이다.(『대종경』 전망품 26장) 

교단의 일, 곧 교화 교육 자선의 모든 일과 이를 위한 모든 살림살이가 공중사다. 공중사를 논하는 대중공사는 먼저 서로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설득하면서 이해시키는 토론문화가 대중공사다. 공사 중에는 진솔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다가도,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때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마음도 필요하다. 

교화현장 일선에서 한 교구가 대중공사를 통해 구성원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공유했다. 출가교역자협의회를 공사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법정을 나누고 공부와 교화를 위한 지혜를 모으며 코로나19 시대의 교화 방책을 준비했다. 

분반 토의를 거쳐 ‘교구 교화와 전무출신 공동체를 위한 의견’도 공유했다. 급지에 상관없이 교구 내 모든 교무에게 최소용금을 보장해주는 방안도, 대중공사를 통해 구상해간다는 의지를 모았다. 반가운 소식이다. 

각자 다른 생각, 다양한 의견을 서로 들어주고 이해하며 진솔하게 마음 나누는 크고 작은 대중공사가 이어지기를. 그렇게 교화현장 곳곳에서 교단 혁신의 물꼬가 트이기를. 
대중공사, 혁신의 시작이다. 

[2022년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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