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훈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혜심 원로교무 사진집 『블랙 마더 김혜심』 출간
“블랙 마더는 ‘살아있는 교전’, 실천하는 종교인”

[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비대면 시대가 만들어준 사진집, 코로나 때문에 가능했어요.” 

양종훈 다큐멘터리 사진가(상명대학교 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교수·한국사진학회장)는 사진집 『블랙 마더 김혜심』(이하 블랙 마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발간된 블랙 마더는 김혜심 원로교무가 아프리카 에스와티니(구 스와질랜드)에서 활동해 온 모습이 담긴 사진 116장이 수록된 다큐멘터리 사진집이다. 

2005년부터 2017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아프리카를 방문해 기록을 남겨 온 양 교수는 여러 번 사진집 발간을 제안했다. 하지만 허락을 받지 못한 채 불투명한 미래의 일로 남겨 놓았던 상태. 그러다 코로나19 때문에 김혜심 원로교무가 아프리카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후원자들에게 우리 활동을 보고하는 의미로 사진집을 내는 것을 허락했고, 그렇게 블랙 마더가 탄생됐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더 있었다. “김혜심 교무님은 본인 모습이 담긴 사진은 다 빼야 한다고 했는데, 사진가로서 제가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총 3부(데일리 라이프, 에이즈, 희망)의 구성에 들어갈 사진을 선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사진가로서 아프리카의 처참한 모습을 더 담고 싶은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편집진은 3부 ‘희망’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을 강조했다. 결국 그는 오랜 숙고 끝에 책의 완성도를 위해 자신의 욕심을 포기했다. “원불교 정신으로 양보했더니, 훨씬 좋은 반응을 얻게 됐어요. 제 판단이 틀린 거죠. 아릅답게 틀렸고, 그래서 세상에는 양보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 알게 됐죠.”
 

양종훈 다큐멘터리 사진가
양종훈 다큐멘터리 사진가

그에게 있어 다큐멘터리는 소위 ‘당기는’ 장르다. 돈을 많이 버는 사진 장르를 하고 싶다는 개인적 욕망과는 별개로, 어렵고 힘든 현장의 모습을 담을 기회가 그에게는 유독 많이 주어진다. 그런 그에게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있다. 사진을 찍고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람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것까지도 생각하는 것. 여러 경험들을 통해 ‘사진이 세상을 바꾼다’를 확신하는 그는, 블랙 마더 역시 ‘살아있는 교전’ 또는 ‘움직이는 교전’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사실 그가 오랜 기간 이 사진집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었던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원불교인을 향한 메시지다. “원불교 교도들은 자신들의 종교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위대한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홍보가 덜 되어서 그렇지, 테레사 수녀보다 더 대단한 일을 교무님이 하고 있는데 말이죠.”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을 냉동실에 보관해 끼니를 해결하면서도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내주려 하고, 에이즈 환자일지 모르는 이의 손을 덥석 잡는가 하면, 그들이 맨손으로 건네는 주먹밥을 아무렇지 않게 입으로 넣는 모습 등은 양 교수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 면면이다. 실천하는 종교인, 삶으로 보여주는 지도자의 정신을 전달하고 본받는 것만으로도 교화의 효과가 있지 않겠냐고 강조하며, “아름답고 가슴 뛰는 일을 하는 모습들을 통해 원불교가 다시 태어나는 기회를 삼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아프리카라는 현장에서 직접 보여주고 실천해내는 김 원로교무의 모습이야말로 ‘정신개벽’해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실천하지 않고 하는 이야기는 힘이 없다’는 일침도 날렸다. 그래서 그는 이 사진집에 김 원로교무의 살신성인과, 그를 통해 아프리카에 희망이 생겨나고 있음을 담아내는 데 노력했다.

한편 그는 (사)한울안운동 고 한지성 전 회장에게도 이 책을 헌정한다고 했다. 김혜심 교무와 인연이 되도록 해 준 첫 시작점, 근본을 잊지 않고 싶다는 것. 에이즈와 기아에 허덕이는 세계 최빈국 스와질랜드에서 원불교 김혜심 교무가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도 한 회장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렇게 그가 아프리카로 날아가 담아온 사진들 덕분에 에스와티니는 UN의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경험한 다큐멘터리가 나를 살렸다’고 말한다. 올해로 교수 생활 30주년을 맞이하는 자신의 삶에 있어 가장 보람 있는 책을 발간했다고도 표현했다. 아프리카에서의 어떤 순간이 가장 감동적이었냐고 묻자, 그가 답한다. “그곳에서는 그냥 하루 종일이 모두 감동이에요. 교무님이 하시는 일들이 모두 그렇죠. 아이들 교육 시키고, 얼굴 만져주고, 에이즈 환자들 상담하는 것까지… 감동 아닌 순간이 없어요.”

[2022년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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