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6천여만 원 상당 토지 희사
정순기 정토 “다음 생은 전무출신 서원”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교단 재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전무출신으로 살고 싶습니다.” 

16일 교정원장실을 방문한 정순기 정토회원이 재정산업부에 5억 6천여 만 원 상당의 토지를 희사하며 전한 말이다. 정 정토와 김성현 교무는 익산시 금마면 소재 2,434㎡와 신동 지역 337.5㎡의 토지를 교단에 선뜻 내놓았다. 교단 재정이 어려운 만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으자는 뜻이었고, 나보다는 교단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에서였다. 평소 근검절약을 실천하며 소박한 삶을 살아온 이들은, 그렇게 알뜰히 살면서 조금씩 돈이 모일 때마다 항상 교단을 먼저 생각했다. 

김 교무가 원광대학교 부속기관에서 퇴직할 때의 일이다. 그는 퇴직금으로 9천여만 원을 받았다. 그렇게 연금도 없이 받게 된 퇴직금을 김 교무는 교단에 내놓으려 했고, 부인인 정 정토에게 천만원을 빌려 1억원을 채워 희사했다고 한다. 정 정토는 “그때 천만원만 빌려달라고 해서 줬는데 지금까지 못 받고 있다. 급여를 받아도 교단에 다 내놓았지 집에 가져다준 적이 없었다”며 “교단을 생각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 대단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정 정토 역시 남편 못지않은 공심의 대가이다. 2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매년 백만원씩 정토회 장학금 희사에 참여하고 있는 그였다. 30여 년 전에는 원창에 쌀 지원 값으로 천여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으며,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김도공 교무(원광대 교학대학장 역임)가 원불교학과 유일장학회를 창립할 당시에도 천만 원의 종잣돈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유일장학회에 1억원을 희사했다. 

아내의 선행에 김 교무는 “선뜻 먼저 마음을 내서 희사한다고 하고, 교단 일에 합력해주는 마음이 나 역시도 고맙고 소중했다. 난 그저 이 사람이 하고자 하면 무조건 그 뜻에 동의해줬다”며 웃음을 지었다.
 

어찌 이들에게 이런 마음이 생겨났을까. 정 정토는 어릴 적부터 마음에 다짐하고 이루고 싶었던 꿈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학교를 세워 후진을 가르치고 싶었던 것. 정 정토는 “내가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고, 운동도 잘했었다. 하지만 시골에서 가난한 삶을 살다 보니 중학교 졸업을 하지 못했다. 내가 고등학교만 졸업했어도 좋은 직장을 구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면서 “구멍가게도 해보고 탁구장이나 독서실도 운영하며 살았다. 이런저런 일을 많이 하고 살면서도 학교를 세워 학생들을 가르쳐보고 싶었던 그때 그 마음이 늘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 마음이 지금은 교화와 교육, 자선에 힘쓰는 교단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 것이다. 교단이 하고자 하는 일이면 언제든지 동참하고자 하는 마음. 그래서 그들에게는 교단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정 정토의 앞으로 목표는 다음 생 전무출신이다. 그는 “나는 다음 생에 전무출신을 하고 싶다. 다른 일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내심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새벽 4시 20분이면 지금도 교당에 찾아가 기도를 올리는 정 정토는 사경도 열심히 한다. 

정 정토는 “아주 오래전일인데,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면 잘 쓰질 못했다. 당시 교무님이 108배와 하루 세 줄 사경을 권했는데, 왼손으로 사경을 해보니 재미를 붙이게 됐다”며 “12년째 사경공부를 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2시간 사경을 하고 왔고, 이제는 사경공부가 하루 일과의 재미가 됐다”고 말한다.
김 교무는 부인의 사경공부를 지켜보며 한결같은 그 모습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그는 “본래 왼손잡이가 아닌데도 이제는 한 글자 한 글자가 고르고 정돈됐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글씨쓰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며 부인의 정성심에 감동했다. 이어 그는 “소태산 대종사님의 법은 전만고 후만고의 대법이다. 모두가 이 법대로만 공부하면 안 될 일이 없을 것이라 믿고, 그렇게 후진들에게도 말하고 싶다”고도 전했다.

[2022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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