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층 미래세대 진로특성화 작은도서관, 지상 2층 열린법당으로 지역사회 다목적 공간, 지상 3층~4층 원로교도 위한 공도자 숭배공간인 상계교당.
지하 1층 미래세대 진로특성화 작은도서관, 지상 2층 열린법당으로 지역사회 다목적 공간, 지상 3층~4층 원로교도 위한 공도자 숭배공간인 상계교당.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원탁 테이블이 놓여있는 법당, 공익적 교육 가치를 실현하는 일명 ‘거꾸로 도서관’, 원로교도를 위한 공도자 숭배 공간이 될 원룸. 누구라도 이 모든 공간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곳이 있다. 하천(중랑천)의 맨 위쪽에 자리해 이름 붙여진 상계(上溪)동에 새 법도량을 마련한 서울교구 상계교당(주임교무 김성근). 이곳에서 제일 먼저 발길 닿은 곳은 지하 1층 작은도서관이다.
 

네네봉구스 작은도서관 1호점, 원센터
상계교당 지하 공간에는 네네봉구스 작은도서관이 자리해있다. 지난해 11월 오픈한 작은도서관 1호점의 핵심은 원센터다. 원센터는 교육 플랫폼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도서관이 유지되기 위한 수익사업도 병행한다. 수익 재정을 기반으로 교화사업까지 종합적으로 관리·조절·운영하며 공익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민경덕 교도(원센터 대표)가 ‘원센터는 작은도서관의 심장과 뇌’라고 이야기하는 까닭이다.

민 교도는 원센터가 기획하고 있는 중요 프로그램으로 ‘진로특성화’를 들었다. “원센터에서 협력업체와 같이 진로상담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한 그는 “지역의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문 상담사들이 진로상담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특기와 특성을 발견하고, 어떤 진로로 나가면 좋을지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진로와 관련된 책을 추천하고, 이후 독서지도사와 함께 토론하며 논술까지 이어지는 교육 콘텐츠를 구상 중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원센터의 진로상담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꿈꾼다.

원센터는 진로뿐만 아니라 진학에 관한 양질의 컨설팅도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공영방송과 연계한 방송기자단 활동과 미래지향적인 교육 플랫폼으로 메타버스 기자단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민 교도는 “원센터를 통해서 형편이 어려운 지역 아이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받으며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고 토론할 수 있는 ‘거꾸로 도서관’, ‘시끄러운 도서관’을 만들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원센터가 교육문화콘텐츠를 통해 추구하는 공익적 가치는 그렇게 ‘상계를 넘어 세계로’ 확장될 터이다.
 

원센터 입구.
원센터 입구.

교당 이전불사, 천일의 원력
원기104년 1월 새로운 법도량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된 천일기도, 천일의 원력은 지난해 3월 건물을 매입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지하 공간 무인카페에서 만난 김교정 교도회장이 당시를 회상한다. 김 교도회장은 “우리 교당은 노원구 노원역 인근 아파트 상가 4층에 있었다. 20여 년 있으면서 교도님들이 교당 4층까지 올라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원로 교도님들이 점점 나이가 들어 교당을 다녀가지 못하는 불편함이 컸다”고 말했다. 김 교도회장은 “각산 교무님이 오시면서 교당 이전에 대한 뜻을 모아 여러 지역을 물색했고, 재정적인 상황을 감안해 신중하게 건물을 매입했다”면서 교당 이전불사에 대한 인내와 정성의 시간을 설명했다.

서울 노원구 한글비석로23길 27. 이곳에 교당 건물을 매입할 당시, 주변 환경은 그야말로 열악했다. 김 교도회장은 “건물 인접지에 재래시장이 있고, 인접 지역들이 재개발이 안 된 상태여서 주변 환경이 아주 낡고 열악했다”면서 “교무님과 교도님이 1년 동안 매일 교당 주변 골목길까지 청소했다. 그렇게 모두 힘을 합쳐 깨끗하고 아름다운 교당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여러 곳에서 교당을 견학하기 위해 방문한다”고 전한 김 교도회장은 “힘들고 궂은일에 솔선해준 교무님과 힘을 모아준 교도님들 덕분이다”는 말로 미안함과 감사함을 표현했다.

김교정 교도회장
김교정 교도회장

원탁 테이블, 홀딩 도어, 원룸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상계교당. 1층은 상가, 3층과 4층은 원룸으로 운영된다. 2층 교당에는 원탁 테이블이 놓여있다. 지역을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나아가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교당 공간이 활용되기를 바라는 김성근 주임교무의 마음이 읽혀졌다.

“대종사님 당대에는 법당이라는 명칭보다 공회당이라는 명칭을 많이 사용했다”는 김 교무는 교당이 일주일에 한 번 법회 보는 장소로 국한되거나, 법당은 성스럽게 유지돼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났다. 김 교무는 “이제는 우리 사회가 평등, 공정, 편안함,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엄숙한 교당 분위기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대중들이 모이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활용방안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계교당은 공간의 효율성을 최대한 살려 2층 법당을 리모델링했다. 평소에는 홀딩 도어를 모두 오픈해 교당 공간으로 사용한다. 홀딩 도어 하나를 닫으면 작은도서관과 연계된 모임이나 세미나를 진행할 수 있다. 다수의 포럼과 대담도 가능하다. 두 개의 홀딩 도어를 모두 닫으면 가족 천도재나 의식을 진행할 수 있는 소법당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상계교당 3층과 4층은 원룸이다. 김 교무는 이 공간이 원로교도들의 생활공간으로 활용돼, 공도자 숭배 공간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그는 “일상수행의요법과 사요의 궁극적인 실현은 공도자 숭배로, 공도자에 대한 불공을 우리가 얼마나 사실적으로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신심과 공심으로 교당 일에 정성을 다한 원로 교도님들을 위해 공도자 숭배 차원에서 교당이 무언가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그는 원로교도들을 위한 원룸 제공이 ‘교도 자녀들의 간접교화뿐만 아니라 생사의 도를 따라 영생을 이 회상과 함께 성불제중 대업으로 이어가는 길’임을 확신한다.
 

김성근 주임교무.
김성근 주임교무.

 

지역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자유롭고 편안하게
교당 공간이 사용되도록
활용방안 높여야

사오백년 결복 교운의 종가
김 교무는 올해 신년식 인사에서 교도들에게 ‘상계교당이 사오백년 결복 교운의 종가가 되자’고 당부했다. 그는 “이를 위해 개인 개인은 신앙과 수행을 통해 공익인으로 거듭나야 하고, 교당은 지역사회에서 실질적으로 공익의 실적이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교당 3층 4층은 원로교도들의 공도자 숭배 공간으로 확장시켜 나가고, 지하공간인 작은도서관은 미래 세대들에게 각자가 가지고 있는 핵심 역량을 키워 세계 공익에 일조하도록, 탄탄한 교화 구조를 만들어가자고 교도들의 의지를 북돋웠다.

교당 1층 상가 임대수익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정기반이 될 것이다. 교당 유지대책에 대해서도 김 교무는 오랜 시간 고민해왔다. 그는 “대종사는 앞으로 종교가 신자와 신도의 시주나 동량에만 의지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초기 교당들을 살펴보면 유지답, 기념답, 장학답들이 조성되어 있었다”면서 “코로나 이후, 종교가의 재정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제라도 교당과 지구 등 단위별 생산구조를 구축해야 하고, 일환으로 종교는 비영리조직이기 때문에 저축조합과 같은 협동조합 결성과 운영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김 교무의 생각이다. 사오백년 결복 교운의 종가, 상계교당이 그 교두보가 될 것이다.
 

에필로그, 못다 실은 교화 이야기
김 교무와의 인터뷰는 한참 동안 진행됐다. 교육과 교화구조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애정 어린 제안도 덧붙였다. 다양성과 시대 변화의 빠른 속도에 교역자 혼자서는 대응하기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음을. 각 분야의 역량 있는 재가출가 교도들이 융복합적으로 관계를 맺어 현실에 대응해 내야 함을.

고교학점제, 자율학기제 등 미래세대 교육과 교화 콘텐츠, 교법의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의 가치를 근간으로 한 지역사회 대 사회적 역할 등 김 교무와의 인터뷰는 유튜브 채널 원불교신문 TV를 통해 더 자세히 만날 수 있다.

[2022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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