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기자
이은선 기자

[원불교신문=이은선 기자] 지난해 말, 한 TV 프로그램에 여러 종단의 종교인들이 출연해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신부, 스님, 목사 그리고 교무의 입으로 직접 듣는 그들의 삶은 흥미로웠다. 또 청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지만 생활 속 일정 부분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알게 됐다. 성직자이지만 같은 인간으로서의 면면들도 가지고 있었던 것. 특히 원불교인으로서 원불교를 대표해 출연한 ‘교무’의 말에 기자의 눈과 귀가 더 집중됐고, 다소 안타깝고 충격적인 정보도 듣게 됐다. 바로 교무들의 ‘용금 수준’이다. 그동안 교무 용금에 대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지만 구체적인 액수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

해당 방송에서 공개된 교무 용금은 60만원 정도. 월 190여 만원으로 알려진 ‘최저 임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일반인의 삶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기본 수준의 생활마저 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일반인의 기준으로 이렇다 저렇다 단정 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현직 교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든 전무출신이 같은 수준의 용금을 받는 것은 아니며, 결혼 여부나 임지 사정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또 기본적인 의식주가 제공되거나 추가로 지원되는 부분도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미혼 교무들의 한달 용금이 ‘60만원±a’ 수준이라는 점을 놓고 봤을 때 이런저런 지원 부분들을 감안한다고 해도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원불교는 생활 종교다. 혼자 조용한 산속에 들어가 깨달음을 구하는 종교가 아니다. 많은 재가출가 교도들은 대중들이 살고 있는 생활 속에서 그 일 그 일에 일심하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현실적으로 ‘생활’을 하려면 ‘돈’이 필수인 상황에서 현 수준의 용금만으로 원만한 삶을 꾸려가기에 과연 어려움이 없을까.

다행스러운 일은 전무출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교단 곳곳에서 일고 있다. 전무출신의 최소 용금을 상승시키기 위한 준비과정에 돌입한 교구가 있는가 하면 정책 방향의 중심을 ‘전무출신 삶의 질 개선’에 둔 교정원 부서도 있다. 교단 재정 상황과 대중의 공감 여부가 고려돼야 하는 등 결코 녹록치 않은 길일 것이다. 특히 용금 상향 조정은 더 민감한 사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혁신 DNA’가 있기 때문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과거 많은 이들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던 방언 공사를 해냈다. 교단 창립 정신을 이어받아 ‘교무 용금 상향 조정’이라는 혁신이 또 한 번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2022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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