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적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이미 6.25란 전쟁의 아픈 상흔을 겪은 우리로서는 그 살상의 현장에 안타까움을 넘어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개개인의 존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야만적 전쟁의 발발은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국제사회는 이번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다방면에 걸쳐 제재할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자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소리만 요란할 뿐, 우크라이나를 향한 구원의 손길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선한 전쟁은 없었다. 정의로운 전쟁은 더 없었다. 전쟁의 역사는 언제나 살상으로 점철되었으며, 그 희생의 산물은 언제나 권력자가 차지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푸틴의 장기 독재를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 국가주의에 바탕한 지정학적 영토분쟁의 경계선을 확대하기 위한 변명은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담보하기에 너무 참혹하다. 

모든 전쟁은 불행을 동반한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6.25 한국전쟁의 실상은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당시의 아픈 상처가 아직도 서로를 분노케 하고, 반목하며, 사그라지지 못한 증오심은 서로를 철저하게 분열시켰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이 전쟁으로 끊어졌다는 것이며, 그들은 대부분 전쟁과는 연관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도 이처럼 선량한 국민들이 자기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번 전쟁으로 죽임을 당하고 있다. 

생명 위기 시대에는 종교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국가주의는 철저하게 영토의 경계선을 획정해 방어와 공격의 빌미로 삼는다. 하지만 인류주의에 바탕한 종교는 그 어떤 철책선도 의미적 가치가 없다. 종교는 생명의 존엄이 최고의 가치이며, 이는 사람만의 생명을 넘어서 만물의 생명까지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현대 국제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참혹한 전쟁상황에 종교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종교가 지켜내야 할 평화의 시작은 기도다. 흔히, 골방에서의 나약한 기도가 인류 평화를 견인했다는 이야기도 회자된다. 기도는 가장 나약한 행위일 수 있지만, 가장 위대한 힘을 가지는 원천이다. 즉, 기도는 곧 우주의 기원을 받는 일이며, 진리의 기운을 모으는 거룩한 행위이고, 모든 생명을 하나씩 깨우쳐가는 의식이다. 그러기에 이 나약한 기도는 인류 평화를 끌어올리는 동아줄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도는 다시, 사람들의 행동을 끌어내는 마법을 갖는다.

원불교는 평화의 종교를 자부한다. 우린 그 어떤 전쟁도 반대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다. 러시아는 생명살상의 전쟁을 즉각 멈추길 바란다.

[2022년 2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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