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근대한국 개벽종교 연구팀이 26일 1차 답사를 진행했다. 익산지역 개벽종교 현장을 중심으로, 사자암(해월 최시형 수련지), 보광사(불법연구회 창립회 현장), 남전리 남전교회(익산 4.4만세운동의 진원지), 익산 천도교회관 터(동인회 창립지)를 답사하는 일정에 동행 취재했다. 연재하던 기획 ‘길에서 길을 묻다’(본지 1697호)에 소개한 후 9년 만에 다시 찾게 되는 보광사, 개인적으로는 불법연구회 창립총회를 열었던 익산 보광사를 다시 걷고 싶은 바람도 더해졌다. 그러나 보광사는 대형건설사 아파트 준공 예정지에 속해 철거됐다. 불법연구회 총재로 소태산 대종사가 만장일치 추대됐던 창립총회 현장도, 흔적없이 사라져버렸다. 
 

불법연구회 창립총회를 열었던 익산 보광사가 대형건설사 아파트 공사로 흔적도 없이 철거됐다.
불법연구회 창립총회를 열었던 익산 보광사가 대형건설사 아파트 공사로 흔적도 없이 철거됐다.

‘이곳은 원불교의 중요한 자리’
답사 일행을 맞이한 최재만 GS건설 공무책임자는 “이 자리에 절이 있었는데, 철거과정에서 ‘원불교에 중요한 자리이니 제사를 지내고 철거해야 한다’면서 철거 하루 전날 제사를 지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철거 진행과정을 확인하다가 이 부지가 원불교와 관련돼있는 곳인지 알게 됐다는 최 공무책임자는 “지금은 땅 매입이 끝나서 지난 1월 15일부터 아파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곳에 익산자이그랜드파크 9동 1431세대가 들어설 예정으로, 공사 기간은 2025년 2월까지다”라고 설명했다. 

불법연구회 창립총회 자리가 흔적없이 사라진 현장을 바라보는 답사 일행은 “이곳은 원불교의 탯자리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성지터다”면서 “원상회복은 불가능하더라도 불법연구회 창립총회 장소임을 안내하는 간판이나 표지석이라도 세워야 한다”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에 대해 문화사회부 담당자는 2019년 10월 시행사(주식회사 NS)와 업무협약서를 작성하고 이 자리에 역사적 가치를 알리는 기념비를 세우기로 협의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원불교 탯자리 
보광사 터에 표지석 세워야
2025년 대형건설사 아파트 준공 예정

 

근대한국 개벽종교 
익산지역 답사
사자암·남전교회
천도교 익산교구 등

개벽종교 답사의 세 가지 목적
아파트 공사 현장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빵과 음료를 나눴다. 조촐한 점심식사를 하며 이번 개벽답사를 안내하고 있는 박맹수 원광대학교 총장과 일행들은 근대한국 개벽종교 답사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근대한국 개벽종교 전체를 하나의 눈으로 보자’는 게 첫 번째 의미다. 19~20세기 우리나라의 격동기에 모든 종교의 고민은 ‘근대(近代)를 어떻게 바람직한 근대로 만들 것인가’에 닿는다. 개벽종교 답사는 ‘전통종교’, ‘개벽종교’, ‘전래종교’와 함께 바람직한 근대를 위해 노력한 근대한국 개벽종교 전체를 통찰해보기 위함이다. 

대학이라는 학문(이론)의 장과 지역사회라는 현장(실천)이 어우러지는 마당을 만들자는 의미가 두 번째다. 특히 인문학적 연구 성과들이 연구실에만 머물러있는 한계를 극복해 연구자들이 현장으로 가보자는 하나의 실천이다. 

로컬(Local)로 내셔널(National)과 글로벌(Global) 문제를 하나로 바라보자는 세 번째 의미도 공유됐다. 지역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개개인의 삶과 가장 가깝고 가장 밀접한 로컬차원에서, 나로부터 세상을 새롭게 해석하고 바라보자는 의지다. 답사 목적을 각자 가슴에 담고, 개벽종교 답사길은 다시 이어졌다. 
 

 

사자암, 남전교회, 천도교 익산교구
답사 일행은 불법연구회 창립총회 현장 답사에 앞서 사자암에 올랐다. 사자암의 행정구역은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 신용리로, 미륵산 남쪽 중턱에 있는 조그마한 암자다. 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이 4개월 동안 은거(隱居)했던 곳이다. 익산 미륵산 사자암이 해월 선생의 비밀포교지가 될 수 있었던 조건이 무엇일까. 일행들의 대화가 시작된다. ‘조선시대 호남대로(湖南大路)라는 교통로 상의 이점’을 살려, 이내 소태산 대종사가 익산에 전법성지인 총부를 두게 된 이유를 짐작해본다. 백제 미륵지에서 비롯되는 미륵하생신앙, 즉 민중으로부터 비롯돼 각자가 주인이 되는 용화세계를 건설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남전교회는 익산시 오산면 남전리에 설립된 익산지역 최초의 교회다. 100년 넘은 당회록을 보존하고 있다. 송승현 남전교회 담임목사가 일행을 맞이했다. 1919년 익산 솜리장터에서 열린 만세운동을 주도했고, 1970~1980년대 인권운동과 농민 권익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역사적인 자료사진이 액자 하나 하나에 담겨 교회 건물 안에 전시돼 있다. 2000년에 한국기독교장로회로부터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총회 유적 제1호 교회’로 지정됐다. 익산천도교회관 터를 경유해 천도교 익산교구를 마지막 답사지로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번 답사길에서 소태산 대종사의 제자가 된 조송광 선진의 일화를 떠올렸다. ‘나의 제자 된 후라도 하나님을 신봉하는 마음이 더 두터워져야 나의 참된 제자’임을 깨닫게 한 소태산 대종사. 너와 나의 종교는 ‘이름만 다를 뿐 다 한 집안’임을, 내 안에서 묵연히 깨닫게 된 답사길이다. 

[2022년 2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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