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체험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의 변화에 감동하면
교화는 저절로 이뤄진다

하건양 원무
하건양 원무

[원불교신문=하건양 원무] 작년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중에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책이 있다. 대한민국은 경제 규모 세계 9위이며,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추월했고, 문화적인 면에서도 영화, 음악,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7월에는 UN산하 기구가 한국을 공식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정하면서 대한민국은 객관적으로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식은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나의 아버지 세대(70~80대) 뿐 아니라 주위의 50~60대에게 우리가 일본보다 잘살게 됐다고 말하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반응이 많다. 소니가 삼성전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시가총액 기준), 가까운 미래에 메타버스의 가상세계가 일상화될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것 같다. 세상이 변했고 또 변화의 필요성을 모두가 이야기하지만 많은 경우 실제로는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혁신 컨설팅을 하는 나는 세상의 변화와 기술의 진보를 가까이서 목격하고 있다. 하지만 나 역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다. 세상의 변화와 상황을 보는 우리의 인식(분별성)을 알아차리고 그 오류에서 깨어나야 한다.

우리 원불교 내에서도 교화의 동력이 떨어진 지 오래고,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훈련과 교화의 방법을 개선하려는 많은 노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일선 교당에서는 그 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정례 법회와 교도 정기훈련의 내용은 10년 전과 지금이 거의 다르지 않으며, 그 사이 교도의 숫자는 계속 줄고 신입교도는 거의 늘지 않고 있다. 변화의 노력에 방향이 잘못된 듯하다.

전산종법사가 취임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시훈련에 대해 강조했다. 전적으로 공감된다. 기업의 경영혁신 컨설팅과 교육도 예전에 표준화된 교재를 활용한 집체교육 방식에서 최근에는 기업 맞춤형 교재와 실무 활용을 돕는 코칭 방식으로 크게 전환됐다. 문제해결의 원리와 방법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아픈 부분을 찾아 묻고 함께 소통하며 구체적인 문제가 해결되도록 까지 돕는다. 이렇게 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날로 높아지는 고객의 요구를 따라가기에 다른 선택이 없다. 

우리 원불교 교화와 훈련의 개혁 방향도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 실생활에서 자신의 경계로 용심법 응용에 초점을 두는 상시훈련을 통해 교도 자신의 기질이 변화되고 삶의 질이 향상되는 구체적 체험이 있어야 한다. 교도 자신이 스스로의 변화에 감동하면 교화는 저절로 이뤄진다. 일방적인 설교나 법을 전달하는 데 갇히지 말고,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문답감정으로 법을 응용하고 잘 활용하는 훈련을 고민하자. 아픈 곳이 어디인지 묻고 문답하며 법을 잘 응용하도록 하고, 내 삶을 잘 운전해 갈 수 있도록 돕자. 지금 여기에서 『정전』을 응용해 내 삶의 문제(경계)를 잘 운전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실천을 위해서 훈련과 교화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진주교당

[2022년 2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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