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은선 기자] 우리는 때때로 살아가는 것을 ‘먹고 사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누구나 ‘먹거리’ 없이는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여전히 한 끼 한 끼를 어렵게 해결하거나, 간신히 끼니를 때우더라도 양질의 먹거리를 포기하는 이웃들이 있다. ‘먹거리’ 복지 전문 단체를 표방하는 ‘우양재단’은 ‘좋은 먹거리는 이웃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팍팍한 현실을 헤쳐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상을 건넨다. 가난한 이들에게도 건강한 밥상을 누리게 하고픈 속 깊은 배려다.
 

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
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

질 좋은 먹거리로 마음의 허기까지
우양재단은 ‘사회복지법인 우양’과 ‘재단법인 우양’, 두 개의 법인으로 이뤄져 있다. 재단법인 우양은 장학사업을 맡고 있으며, 이웃들의 먹거리 문제를 돕는 곳은 사회복지법인 우양이다.

1995년 재단법인이 인가된 데 이어 2007년 인가된 사회복지법인은 설립자 정의승 명예이사장이 자원봉사자와 함께 서울의 저소득 가정을 찾아가 쌀을 전한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쌀조차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집에 직접 어깨에 쌀을 메고 방문했던 것.

이처럼 처음에는 굶을 위기에 처한 이웃들을 지원하는 데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삶의 질을 높여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현재는 이웃에게 ‘좋은’ 먹거리를 전하는 일을 대표 사업으로 삼고 있다.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먹거리를 전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질 좋은 먹거리로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허기도 채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들이 꼽는 좋은 먹거리란 ‘제철 신선한 먹거리’와 ‘맞춤형 먹거리’로, 독거노인, 저소득 가정 아이들, 탈북민, 청년 그리고 정부 복지체계의 사각지대 놓인 이들이 대상이다.
최종문 이사장은 “먹거리라는 영역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되면 관련 지출을 가장 먼저 줄이는 부분이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잘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고, 아이들은 학습·신체 능력이 향상돼 우리 사회에 든든한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양재단은  해당 농가와 상생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추구한다.
우양재단은 해당 농가와 상생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추구한다.

6가지 사업 원칙, ‘우양웨이’
우양재단의 운영 철학은 6가지 사업 원칙으로 구성된 ‘우양웨이’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당사자에게 맞춘 먹거리’, ‘소규모 농가와 직거래’, ‘국내산 신선 먹거리 지원’, ‘사회복지기관과 협력’, ‘전문가와 꾸준한 질적 향상’, ‘환경까지 생각하는 운영’ 등이다.

먼저 ‘당사자에게 맞춘 먹거리’는 개인의 건강상태, 생활패턴, 주거환경에 따라 필요한 먹거리가 다르므로 당사자에게 딱 맞는 밥상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예를 들면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과 이가 불편해 씹는 능력이 부족한 노인에게 지원되는 먹거리는 차이가 있고, 엄마가 일하는 가정의 경우 엄마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반조리식품을 전달한다.

또 ‘소규모 농가와 직거래’로 먹거리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길러지는지 확인하고 ‘국내산 신선 먹거리 지원’을 통해 식생활의 질을 높인다. ‘사회복지기관과 협력’에는 각 지역에서 이웃들을 꾸준히 만나고 있는 사회복지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현장의 소리에 집중해 활동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전문가와 꾸준한 질적 향상’은 영양사, 의사, 정책가, 사회복지사 등과의 논의를 통해 사업을 발전시켜나간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환경까지 생각하는 운영’은 가능한 친환경 포장재나 무농약·유기농 생산물을 선택하고, 해당 농가와 상생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세심하게 챙기겠다는 각오다.

후원금 사용에 대한 철학도 확고하다. 최 이사장은 “우양재단은 일반 후원자들의 기부금을 전부 후원자가 돕고 싶어 하는 이웃들을 위한 사업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우양재단은 어려운 이웃에게 ‘건강한 밥상’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양재단은 어려운 이웃에게 ‘건강한 밥상’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새로운 사업 개발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모습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고,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이 받을 수 있는 급식과 같은 먹거리 복지 서비스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를테면 가정에서 밥을 먹기 힘든 노인과 아동들은 복지관에서 무료로 영양사가 짠 식단에 따라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복지관, 학교 등 곳곳의 급식소 운영이 중단됐고, 노인들은 간편 음식으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 또 꿈나무카드를 지원 받은 상당 수의 아이들은 편의점으로 향했다.

우양재단은 인스턴트 음식이 ‘나쁘다, 좋다’로 따질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코로나19 상황이 만들어낸 밥상을 놓고 고민에 빠진 우양재단은 새로운 사업을 개발해냈다. 이들은 영양사의 도움을 받아 각 대상에게 적합하고 균형잡힌 식재료로 먹거리 꾸러미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기와 함께 생활하는 가정에 맞춘 먹거리나 삶이 힘든 청년을 위한 먹거리 등이다. 최 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인스턴트 반찬들만 계속 전달돼 너무 당황스러웠다”며 “‘하루 이틀은 그렇게 먹을 수 있지만 어떻게 긴 시간을 그렇게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이때 개발된 게 ‘맞춤형 먹거리’ 사업이다”고 전했다.

친환경 햅쌀과 잡곡, 무항생제 계란, 국내산 두부, 콩나물, 신선한 과일 등. 좋은 먹거리를 지원하는 우양재단은 해당 사업의 초장기만 해도 ‘왜 굳이 좋은 먹거리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우양재단의 뜻을 이해하고 지지를 보내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기부만큼 가성비 높은 소비는 없다”며 “한 시민의 정성은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그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하는 최 이사장. 시민들의 후원은 ‘좋은 먹거리’로 이웃에게 미소를 선물해 주고픈 우양재단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다.

[2022년 3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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