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호정 예비교무
진호정 예비교무

올해 영산선학대학교 새도반으로 입학한 나는 태어날 때부터 법명으로 이름이 지어졌다. 하지만 무교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었고, 지난해 원불교를 제대로 만나기 전까지는 대학교를 휴학한 뒤 엔터테인먼트 디자이너를 준비했다. 스스로 선택한 과정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힘들었고 ‘내 인생은 이대로 취업해서 회사 상사가 시킨 일을 하며 돈을 벌고 그러다 끝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삶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그러던 중 어쩌다 엄마를 따라 일요일 법회에 참석하게 됐고, 성가 한 곡씩을 맡아서 반주하게 됐다. 처음에는 띄엄띄엄 치다가 계속 반복하다 보니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연주할 수 있었고, 그 성취감이 참 좋았다. 또 매주 성가 한 곡이라는 작은 목표가 힘들고 지겹게 느껴지는 일상 속에서 활기가 되었다.

그렇게 몇 주를 보냈고, 어느 날 교무님이 출가를 권했다. 늘 마음속으로 멋지다고 생각한 교무님이 그런 말을 해주시니 괜히 으쓱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희생, 헌신, 봉사의 표본이라고 생각되는 성직의 길을 가는 것은 잘 상상되지 않았다. ‘꼭 출가를 하지 않더라도 어떤 가치를 중점에 두고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보라’는 교무님의 말에 다른 사람들의 출가감상담을 들어보고 가족, 친구들과도 얘기를 나누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무님이 영산에서 학교를 다닐 때 무척 행복했다는 얘기를 해줬는데, 그 모습이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과연 영산이 어떤 곳이길래 그럴까’ 궁금한 마음에 엄마와 영산에 다녀오기로 했다. 마침 그 주에 좌산상사의 훈증법회가 있었고, 학교의 배려로 영산에 5일간 머물 수 있었다.

영산에 갈 때는 마음이 명확히 서지 않은 상태였지만, 돌아올 때는 이미 영산의 학생이 돼 있었다. ‘이 길이 맞다’는 것에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상태였다.

나는 영산에서 새 세상을 만났다. 아는 척, 괜찮은 척 할 필요 없는 세상,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힘든 것은 힘들다고 하는 것이 당연스럽게 괜찮은 세상, 또 괜찮지 않다고 생각하는 마음까지 괜찮은 세상. 만나는 줄도 모르고 마주한 영산의 따뜻한 기운은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한동안 지속됐다. 억지로 해야만 했던 것들이 별 애씀 없이 됐고, 머리로만 이해하던 말들이 마음 깊숙이 와닿았으며, 충만감과 행복감 속에 매일매일이 새롭고 활기찬 느낌을 받았다. 영산에 다녀온 후 스스로가 전체적인 부분에서 나아졌다고 느꼈기에 솔직히 초반에는 내가 잘나서 이런 경험을 하는 건가 하는 착각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소태산 대종사의 법을 온몸으로 받들고 실천하는 교무님과 교우들 덕분에 그 기운을 조금 전해 받은 것임을 안다.

소태산 대종사가 『대종경』 교의품 2장에서 “우리의 일원 종지와 사은 사요 삼학 팔조는 온 천하 사람이 다 실행할 수 있는 천하의 큰 도”라고 밝혀줬으니, 무책임한 삶을 살아온 나도 소태산 대종사만 믿고 이 길을 가려고 한다. 새 마음, 새 몸, 새 생활로 새 사람이 돼, 스스로를 소태산 대종사가 이끄는 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내놓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영산선학대학교

[2022년 3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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