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인을 보내는 정성, 가족교화로 나타나”
장례의식, 원불교 문화 만들어 가는 것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한번 태어나면 누구나 맞게 되는 여행길 ‘죽음’. 그 이별의 여행길을 안내하는 사람이 있다. 장례지도사는 고인을 잘 보내드리기 위해 봉사한다. 그들은 이생을 떠나는 고인의 마지막 의복인 수의를 입혀주고, 생전 종교의식으로 다음 생을 잘 찾아가도록 돕는다. 

원광의전 김기영(법명 도언·UN석포교당) 대표는 23년 경력의 베테랑 장례지도사다. 그는 부산을 대표하는 원불교 장례지도사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한다.
 

김기영 장레지도사
김기영 장레지도사

이별의 안내자
그가 장례지도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친구의 권유였다. 잇따른 사업 실패로 이런저런 일을 하며 방황하던 중 자신의 생업이 될 줄 모르고 시작했다. 친구는 이 일이 무섭거나 거부감이 들 수도 있으니 고민해보라고 하며 장례지도사일을 가르쳐줬다. 하지만 김 대표는 처음부터 거부감이나 공포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고인을 보내주는 일 속에서 자신의 마음도 편안해졌다.

“보통 열반한 분들을 상대하는 일이라서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죠. 하지만 죽음을 맞이한 분들을 잘 보내드리는 일이 귀한 일이라 생각됐고, 마음도 편안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장의사라고 알고 있는 장례지도사들은 떠나는 열반인을 잘 보내주기 위한 조력자들이다. 장례식에 필요한 모든 물품 준비를 해주거나, 장례일정, 순서, 종교에 따라 의식 준비도 맡는다. 고인을 위해 염(殮)을 해주고, 가족들을 대신해 장례참석자에 대한 차편 마련의 소소한 일부터 행정 절차에 필요한 소정의 서류 작성과 제출, 부고장 인쇄 등 여러 일들을 돕는다.

김 대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어려웠던 점은 밤낮이 따로 없는 바쁜 일정이었다고 한다. “늦은 밤, 새벽 할 것 없이 연락이 옵니다. 처음엔 전화벨소리만 울려도 놀라곤 했는데, 유족들을 만나보면 마음이 달라집니다. 가족들은 사별 앞에 어찌할 바를 모르죠. 어디로 모시고 가야할지, 법적 절차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장례의식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그래서 고인을 잘 보내드릴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이 일이 숭고하게 느껴집니다.”

지금도 처음 그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한다.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당황하고, 너무 큰 슬픔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을 때, 가족들을 대신해 잘 떠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마련해 주는 이들. 영원한 이별 앞에서 그들은 위로자이자 안내자가 된다. 


부산을 대표하고 싶은 원불교 장례지도사 
청운회 활동을 하면서 인연이 된 해운대교당의 한 교도에게서 장인이 열반했다는 소식이 왔다. 그는 김 대표에게 다급히 전화를 해 도움을 청했다. 가족들은 황망했다. 병원도 아닌 자택에서 열반했기에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소식을 들은 김 대표는 바로 찾아갔다. 

“유가족은 보통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합니다. 자택에서 열반한 경우는 경찰서에 먼저 연락해야 합니다. 그 뒤 119에 전화해 병원과 장례식장으로 안내를 하죠. 그 분의 경우 가족들이 다 원불교 교도라서 원불교 장례의식으로 진행하고 발인식을 치렀습니다.” 김 대표는 부산지역 교도들 사이에 원불교 장례지도사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교도들은 가족들이 열반길에 오르면 김 대표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최근에 김 대표를 찾아온 금정교당의 한 교도는 어머니의 묘 이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 이장의 방법이나 의식행사를 두고 가족 간에 의견이 엇갈렸다. 원불교 의식으로 어머니 묘 이장을 새로 해드리고 싶은 아들, 그러나 종교가 각기 다른 형제들은 그 뜻이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김 대표는 이달 중순 즈음에 가족들을 만나기로 했다. “이런 경우 어떻게 묘 이장을 해드릴 것인지, 어떤 좋은 서비스로 가족들을 만족시켜 드릴 수 있는지 고민해 설득하려 합니다. 교당 교무님이 독경도 해드리고 법공양을 잘 올려드린다고 말씀도 드리려 합니다. 또 풍수에 능한 분을 모시고 가서 묘 이장 하시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가족들을 만나 묘 이장에 대해 설명하고 그리고 교당 교무님의 입회하에 원불교 의식으로 이장을 할 수 있도록 조력하겠다는 것. 이런 과정이 곧 원불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원불교 장례문화가 곧 교화
원광의전이라는 이름만큼이나 김 대표는 원불교 장례의식을 소중히 여긴다. 항상 차량에는 일원상이 새겨진 원불교 휘장과 장례기가 실려 있고, 좌종과 목탁, 죽비, 독경집이 준비돼 있다. 언제든 교무님의 열반 독경이 가능하도록. 

김 대표는 원불교 장례문화가 또다른 교화의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종교 장례의식을 대단히 귀하게 여깁니다. 기독교 신자든 불교 신자든 이생을 다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가족을 잘 보내주기 위해 종교의식을 거룩하게 생각하죠. 장례의식은 그 귀하게 생각하는 신성한 마음을 잘 키워 교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떠나는 가족을 원불교 장례의식으로 잘 보내주면 그 가족들이 감응해 다시 교화가 된다는 것. 그러기에 김 대표는 원불교 장례의식으로 열반인이 잘 떠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함으로써 가족들의 신앙심이 커지고 불연이 깊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길에 함께 하고 싶다고 한다.

“열반독경과 천도재를 정성으로 모시면서 자녀들이 마음을 많이 여는 모습을 봅니다. 또  그렇게 인연이 된 가족들이 기념제 때 교당을 찾아오기도 하고요. 이렇게 교당과의 인연을 만들어 주는 것도 교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교당 일에 힘을 보태고 싶어요.”

또한 20년이 넘도록 장례지도사 활동을 해온 만큼 그는 이 업계에서 마당발이다. 부산과 울산 지역 장례식장이나 추모공원에서는 김 대표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그를 만나는 동종업계의 사람들은 김 대표 통해 원불교 장례문화를 많이 지켜봐왔다.

“저는 원불교 장례의식도 하나의 문화이고, 교화라고 생각합니다. 원불교를 전혀 모르는 이들 중에는 천도독경을 듣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하나의 문화이고 교화가 된다고 믿습니다. 매일매일 내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교화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2년 3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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