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형 교무
조태형 교무

[원불교신문=조태형 교무]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인간 관계만큼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고, 저 사람이 나에게 이러는 게 어떤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생각해보는 일련의 과정들은 상당히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수반하는 일이다. 여러 가지 다른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그런 것까지 신경 쓰다 보면 너무나 지치고 힘이 들 때가 있다.

더욱이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일이고 딴에는 위한다고 한 일인데 오히려 역정을 사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정말 모든 것이 귀찮고 그냥 다 포기하고 떠나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되고 그로 인해 내 이름과 평판이 더럽혀지는 경우에는, 도대체 이런 사람들과 내가 무슨 일을 도모하겠다는 것인가 하는 회의가 생기고 마음 속에서 원망과 분노가 타오르기도 한다.

머리로는 ‘모든 것이 은혜’라는 말씀을 계속 되뇌어 보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마음속에서는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생각이 더욱 커진다. 그럴 때는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를 굴려 답을 찾으려 하는 것 보다, 잠시 그렇게 힘들게 하는 경계들로부터 도망치는 것도 괜찮다.

목공 작업을 하면서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집중을 하기도 하고, 집안 구석 구석을 청소하거나 정원을 정리하는 등의 단순한 일들에 집중해보기도 한다. 때로 공원에 나가 달리기를 하기도 하고 혼자 운전을 하면서 마음껏 노래를 불러보기도 한다.

여유가 있다면 잠시 휴가를 내서 가까운 곳으로라도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 내가 보지 않고 생각하지 않게 되면 그 가운데 새로운 힘이 생겨나기도 한다.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추스른 이후에는 반드시 마음의 힘을 쌓는 데 적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폭우가 내려서 지붕에 뚫린 구멍으로 비가 샐 때는 일단 고무 대야든 뭐든 갖다 놓고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날이 갠 이후에도 지붕을 수리하지 않고 그냥 둔다면, 다음에 비가 올 때는 더욱 큰 봉변을 당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어린아이에게는 1㎏도 안 되는 작은 아령을 드는 것이 버거운 일이지만, 훈련으로 단련된 병사들은 수십 키로의 무거운 군장도 거뜬히 짊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마음의 힘을 쌓는 훈련을 통해 어떠한 비바람이 불어오더라도 편안히 쉴 수 있는 나만의 안식처를 장만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이것도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다. 정성으로 인고의 세월을 지낸 작은 씨앗이 마침내 아름드리 큰 나무로 자라나게 되듯이, 오래오래 정성을 들여 적공하는 가운데 그 힘이 조금씩 쌓이고 쌓여 마침내 큰 마음의 힘을 얻게 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음악을 듣고 커피 한잔을 음미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집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나를 힘들게 하는 인연들까지도 모두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낼 수 있는 여유를 갖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오늘 하루도 이런저런 일들에 신경 쓰느라 고생이 참 많았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단전 토굴에 들어가 잠시 편히 쉬었다 와야겠다.

/미국 산호세 개척

[2022년 3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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