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여경 교사
사여경 교사

[원불교신문=사여경 교사] 연일 폭증하는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비대면 형식으로 변경되어 치러졌다. 

해마다 맞는 신입생이지만, 유독 이번 학년 신입생들이 인상적이었던 까닭은 ‘24명’이라는 숫자가 전에 없이 많기도 하거니와, 대부분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영산성지고에 입학하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고 입학 소감을 말했기 때문이다. 학교에 드리웠던 선입견과 편견을 바꾸고자 몇 년 전부터 애써 온 교직원들의 노력이 이제야 결실을 맺는 신호탄처럼 들리기도 했다.

‘최초의 대안학교’라는 명예와 자부심도 드높았지만, ‘공교육 부적응 학생들만 모이는 대안학교’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이어졌고, 교단 안팎에서 ‘교립학교의 존재 이유’에 회의적인 시선이 있음을 듣기도 했다. 더구나 인구감소가 심각한 전남 지역의 교립학교라니. 학급감축과 존폐위기는 변수가 아니라 ‘디폴트값(기본값)’으로 존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립학교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도
원불교 개교 정신에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부산에서 지내다 이곳으로 온 지 4년째인 나에게도, 지난 시간은 ‘교립 학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할까’를 궁구하는 과정이었다. 대안학교의 장점이었던 자유롭고 탄력적인 교육과정은 이미 공교육으로 상당 부분 흡수되어 외견상 차별성을 말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각종 매체의 발달로 정보 전달과 탐색이 용이해지면서 ‘왜 학교를 다녀야 하는가’라는 급진적인 물음도 가속화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지 않은가.

요즘 아이들은 더 이상 거실에 있는 TV의 채널선택권을 두고 다투지 않는다. 교무실이며 교직원 화장실 청소가 당연히 학생의 몫이던 시절도 이미 지나갔다. 틈만 나면 각자 손에 쥔 조그마한 휴대전화의 모니터 속으로 숨어들기 바쁘다. 일찍부터 인권과 차별에 예민하도록 길러졌지만, 그럴수록 환경오염, 양극화, 지역과 국적, 혹은 각 가정 내 문화자본의 격차 등 여러 겹의 원인이 작용하는 시스템 속에서 상처를 받고, 각종 증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적절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원만하게 갈등을 조정하며, 타인과 자신을 함께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 일은, 고등교육으로 갈수록 더욱 귀한 풍경이 되었다.

귀한 자녀를 기숙학교에 맡기는 학부모의 심정을 헤아려본다. 여전한 입시경쟁 속에서도 ‘우리 아이를 스스로 행복할 줄 아는 아이로 기르고 싶다’는 학부모의 마음이, 통학이 힘든 이 먼 곳까지 보내는 이유이지 않을까. 내가고단한 기숙학교의 교사이자 사감 역할을 여전히 기쁘게 수행하는 까닭의 하나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몸과 마음이 자라는 학생들을 직접 목격하는 보람이다. 또 다른 하나는, ‘몸은 천하의 뒤에 서서 일하고 마음은 천하의 앞에 서서 일할지니라’는 전무출신의 도이다.

‘자타의 국한을 벗어난 교육’(타자녀교육)은, 사요(四要)의 하나로 우리 교법의 근원을 이루는 강령이다. 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엄혹한 시대에, 학교란 무엇인가, 교립학교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했던 원불교 개교 정신 속에 있을 것이다. 

/영산성지고등학교

[2022년 3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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