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게 그려낸 사람과 자연 그리고 삶

안도현 저 / ㈜창비 / 288쪽·14,000원
안도현 저 / ㈜창비 / 288쪽·14,000원

[원불교신문=이은선 기자] “봄에는 꽃밭에 심을 것들을 궁리하고, 가을에는 봉투에다 꽃씨들을 받고,…말수를 줄이고, 크게 소리 지르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으로.”

안도현 시인이 5년 만에 단독 산문집을 펴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써온 글들이다. 경북 예천으로 귀향한 뒤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 사랑하는 시와 책 이야기 등. 우리 삶을 섬세한 눈으로 바라보며 느리고 작은 것들의 가치를 통찰력 있는 언어로 풀어놓는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됐다. 1부 ‘좋은 사람들’은 시인의 인생에 영향을 끼쳐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제자와 친구, 시인 박성우·박기영·안상학, 화백 김병기·유휴열, 지역에서 교류한 사람들의 면모를 담았다. 특히 저자의 고등학교 시절 은사인 도광의 선생에 대한 글에서는 안 시인이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한 시절을 엿볼 수 있다.

2부 ‘몸속 잎사귀를 꺼내 흔드는 날’에서는 자연과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고향 예천에 집을 짓고 마당에 돌담을 쌓으며 ‘이 세상에 쓸모없는 돌덩이는 하나도 없다’는 귀한 발견을 하고, 아침저녁으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새들의 이름과 거처와 안부를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하는 그다.

3부 ‘그래도 살아갑니다’에서는 지금의 현실을 딛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한다. 이 중 ‘평양은 멀지 않다’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 특별수행단으로 평양 땅을 밟았던 경험을 푼 기행문으로 독자들의 머릿속에 한 폭의 풍경화를 선사한다.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순간순간, 시인 안도현이 만난 ‘당신’에 대한 이야기 『내게 왔던 그 모든 당신』에는 사람과 자연 그리고 삶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2022년 3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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