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명 교도
김신명 교도

[원불교신문=김신명 교도] 어린 시절 교당에 다니면서 또래의 친한 도반을 못 만나서인지 학교 친구와 더 가깝게 지내다 보니 언제부턴가 교당과 멀어지게 됐다. 성인이 됐고 사회로 나와 온갖 경험을 쌓으며 살았다. 그 과정에서 교당에서 배웠던 ‘원망 생활을 감사 생활로 돌리자’는 말의 실천과 중요성을 망각하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만족과 감사 생활에서 벗어난 채 늘 고집대로 안되는 일에 대해 짜증을 내고 원망하는 생활을 하며 살았다. 

감사를 잊자 점차 삶을 부정적이고 건조하게 바라보게 됐고, 그럴수록 사소한 일에도 갈등만 더 커져갔다. 무언가를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으로는 늘 똑같은 괴로운 삶을 살 것 같아서 이 괴롭고 부정적인 순환을 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생각과는 일치하지 않은 다른 것이 나타날 때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등의 내 고집이 주입된 부정적인 고정관념으로 분별하는 것을 멈추고, 버리기 위해 노력했다. 또 이해가 안 되는 상황마다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라는 주문을 외쳤다. 갈등 상황에서의 회피나 저항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이자 정말 기적처럼 괴로움이라는 경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편안함을 느꼈다. 
 

사소한 경계가 오더라도
일상에서의 감사를 찾는
마음공부에 늘 집중

내가 만든 마음의 옥살이와 강박이라는 철창과 욕심의 속박에서 벗어나 따뜻하고 상쾌한 바람을 느끼는 자유를 맞이했다. 무거운 괴로움을 내려놓고 한결 가벼워지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고통 속에서 나처럼 깨달음이 필요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청년이 돼 교당에 다시 돌아왔다. 낯선 공간이었지만 마치 옛 고향에 방문한 것처럼 반갑고 편안했다. 어렸을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나갔던 교당이 이제는 내 안의 갈등과 괴로움이라는 업을 해소하고, 원만하고 지혜롭게 다스리고 정화하기 위해서라는 특별한 동기가 생긴 것이다.

마음공부를 통해 영원할 것 같던 캄캄한 괴로움이라는 밤이 끝나자 빛이 보이며 깨달음이라는 아침이 찾아왔다. 사소한 경계가 오더라도 반성하고 되돌아보며 일상에서의 감사를 찾는 마음공부에 늘 집중했다. 

그러자 ‘만족은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에 감사하는 것’과 ‘행복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도 괴롭지 않은 것이구나’를 배웠다. ‘어떠한 상황과 조건 속에서도 늘 만족하고 감사하면 행복할 수 있구나’를 깨닫고 경험했다.

수많은 은혜를 받고도 감사를 잊고 살았던 어리석은 나는 오직 탐진치에 가려진 내 괴로움에만 급급하고 집착하면서 세상을 온통 원망과 고통으로 물 든 곳으로 왜곡되게 봤었다. 그 괴로움 속에 배우고 깨달은 건 불행은 원망을 통해 세상과 단절된 깊은 고립감이란 것이었고, 반대로 행복은 감사를 통해 세상과 상호작용 하며 느끼는 깊은 유대감과 연결감이라는 것이다.

진흙 속에 활짝 피는 연꽃처럼 경계 속에서도 참마음을 구하는 수행자가 되기 위해 늘 애쓰고 노력할 것이다.

/법무실 간사

[2022년 3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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