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혁신과미래 창립포럼
교헌·신앙·정체성·재가출가 발제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교단과 종법사를 보호하기 위해 종법사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자.’ ‘인격신앙, 기복신앙이 아닌 진리신앙, 일원상 신앙을 하자’, ‘최고 결의기관에 재가출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자’ 다양한 주제의 혁신 과제들에 교단의 이목이 쏠렸다. 최대 화두 ‘혁신’을 이룰 가능성과 교단혁신특별위원회와의 협력이 기대를 모은다.
 

교단이 당면한 과제에 대한 목소리를 담아낸 ‘원불교혁신과미래’ 창립포럼이 열렸다.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원불교의 혁신과제’라는 주제로 ‘교헌·신앙·정체성·재가출가’라는 소주제의 발제가 진행됐다. 교도회장 출신의 모임 원덕회에 뿌리를 둔 ‘원불교혁신과미래’ 창립에는 교단의 화두인 ‘혁신’을 위한 다양한 재가출가가 함께했다. 이날 ‘원불교혁신과미래’ 유튜브 채널에도 많은 참가자들이 모여 관심을 입증했다.   

첫 번째 최병원 교도(진안교당)의 ‘교헌개정에 관한 제언’에는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됐다. 그는 “시골의 일개 교도로서 좁은 시각에 비친 풍경만이라도 그려보겠다”고 운을 뗀 뒤 깊은 연마의 결과를 내놨다.
 

그는 “종교의 법규가 사회의 법규여야 할 것은 아니나, 서로 간의 선의로만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교헌의 중요함을 짚었다. 이어 “교단의 모든 권한이 종법사에게 너무 집중되어 있다. 불평과 원망이 있기 마련인 인사권이 종법사에게 있으면 득보다 실이 많으며, 이권에 얽힌 관련설이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단과 종법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종법사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자는 의미다.

또한 최고 결의기관에 대한 설명이 상충되는 조항을 짚고, 수위단회에 대한 현행 교헌 ‘수위단회는 교단 최고 결의기관이며 정수위단은 최상위 교화단이다’를 ‘수위단회는 교단 최상위 교화단으로 교화 정책을 수립하며, 중앙교의회에 부의할 사항을 심의 의결한다’고 고치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난해 논란을 낳았던 수위단원 선거에 대해서도 ‘피선 자격자 중에서 자유출마는 보장된다’는 조문을 제시했다.

중앙교의회에 대한 부분은 많은 공감이 뒤따랐다. 교단의 결의기관 역할을 하기에는 구성이 취약하며 의안에 대해 거의 알 도리가 없어 그저 거수기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앙교의회에서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되기는 거의 불가능한 구조’이니 분과위원회와 감사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집행기관으로써 인사권을 맡는 교정원과 예산편성권을 맡는 서정원(가칭)으로 권한을 분산하는 제안도 눈에 띄었다. 불법연구회 규약에 있던 기관인 서정원은 원기33년 교헌 제정으로 그 부서들이 통폐합되며 사라진 바 있다.

발표 후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개정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었으며, 교헌개정특위의 실패가 언급되기도 했다. 종법사의 권한 문제와 관련, 이덕우 교도(한강교당)는 “결국 종법사에 대해 상징적 지위에 중점을 둘 것인가의 문제일 뿐 인사 재정 등의 문제는 교정원장 위임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의기관에 대해서는 “재가출가 모두로 구성 된 중앙교의회가 결의기관이 되어야 하는데, 신속 원활한 결정을 위해서는 역시 재가출가 모두를 구성원으로 하는 대의기관을 두어야 한다”며 “수위단회가 공부 분야의 결의기관이라면 이에 준하는 사업 분야의 결의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교의회에 대해서는 “거수기 역할이라는 비판이 일면 타당하긴 하나 한편으로는 재가들이 의결사항에 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성전 원로교무는 교법의 정체성을 주제로 ‘열린종교·진리적 종교의 신앙’을 발표했다. 그는 내용에 앞서 “이제는 재가출가가 힘을 합쳐 경전의 권위를 다시 살려내고 받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소태산 대종사 대각 후 최초의 교화활동은 저축조합운동이었다”며 “바로 그 때 그 곳에서 시작된 개벽 시대의 새 문명을 여는 첫걸음이었다”는 말로 시대 속 활불의 중요성을 짚었다. 

박시현 교도(원남교당)는 ‘진리적 신앙의 정체성’에서 뼈아픈 반성을 담아냈다. “어릴 때 체험한 총부는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이 이루어지는 낙원세계였다”며 “그런데 지금은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어떻게 해달라는 기도, 백일기도, 천일기도에 매달리고, 특정 인물을 따르는 인격신앙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60년 전만 해도 종법실의 문턱은 높지 않고 주법이라는 단어로 권위를 내세우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교단의 최고 지도자를 주법이라 하면서부터 이상한 기류가 생겼다. 편벽된 수행을 원만한 수행으로 바꿔놓은 소태산의 공덕을 허물고 만 것이다”고 일침했다. 그는 “혁신운동의 주체로서 역할해야 할 처지에 혁신의 대상이 됐다”며 “소태산 대종사께서 하라고 한 대로 공부하자. 하지말라 한 것은 하지 말자”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 발표는 김원성 교무(삼동인터내셔널)의 ‘재가출가의 차이와 차별’이었다. 김 교무는 재가와 출가를 구분짓는 프레임 중 차이와 차별을 나눠 개선점을 덧붙였다. 그는 현재 원불교의 교조정신과 교법정신의 문제를 지적한 후, “재가와 출가 간의 차별은 이미 불합리하게 수직적 계급화 되어 있다”며 교헌 및 수위단원 선거규정을 예로 들었다.

이에 “재가교도가 최상위 결의기관(여기서는 정수위단원)을 출가교도와 함께 구성해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는 한 출가의 계급화와 특권화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며 “피선거권과 선거권은 이를 표준하여 기회를 평등하게 보장하되 결과의 평등까지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포럼은 최근 출범한 교단혁신특별위원회에 대한 기대가 여실했다. 다양한 의견들이 현실화될 수 있는 기회가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강해윤 혁신특위 위원장은 “복수의 전문위원회를 꾸려 귀한 말씀들을 담아내겠다”며 “수위단에 안건으로 올라가면 통과 여부에 따라 법이 된다. 함께 교단의 혁신을 이뤄내자”고 전했다.

김원도 교도(개봉교당)는 “어려운 시기에 이런 자리에 뜻을 모아줘 감사하다”며 “조직이 안될 때는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우리가 자꾸 나서주고 혁신특위를 바쁘게 하자”고 독려했다.

차장호 교도(역삼교당)가 진행한 이날 포럼에서는 창립선언문이 공유됐다. 원불교혁신과미래 대표 추대 및 운영체제 구축은 빠른 시일내 진행예정이다. 이후 혁신과제를 선정해 토론회 등으로 의견을 모아 혁신특위 및 유관부서에 제시하겠다는 의지다.
 

[2022년 3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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