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딱 1년 전, 꽃 피는 3월. 중간발령을 받아 물금교당(주임교무 이원우)에 도착한 교무를 본 교도들은 생각했다. ‘이번에도 틀렸구나….’ 왜소한 체구에 긴장이 더해진 교무의 첫인상은 아파 보이는 모습, 딱 그랬다. 그러나 그 생각은 불과 며칠 후 바로 달라졌다. 부임인사를 하는 씩씩한 목소리에 한 원로교도가 “아이고 교무님 이제 됐심더. 교화 한번 잘 해보입시더”라고 말했다. 교도들은 박수치며 교무를 환영했다.
 

물금교당 전경.
물금교당 전경.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에너지
출석 교도 12명, 6급지 미자립 교당. 겉으로 나타나는 숫자는 그렇지만 물금교당에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생생 약동함이 있다.

“교당에 와서 법회 형식을 다양화하고, 신입교도 훈련을 시작했어요.” 신입교도 훈련에는 기존에 교당을 다녔던 교도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기초 교리를 하나씩 다시 짚고 원불교의 기본 정신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반겼다.

법회 형식을 다양화한 데에는 교도들의 제안이 먼저 있었다. 현재 물금교당은 첫 주 월초기도 법회, 둘째 주 11과목 훈련 법회, 셋째 주 정례법회, 넷째 주 교화단 법회가 이뤄진다. 이 중 11과목 훈련 법회는 교도들이 가장 호응이 좋다. 지난해의 경우, 한 주에 한 가지 공부과목으로 오전은 강의, 오후에는 실천(실습)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염불’이 주제라면 오전에는 염불의 개요에 대한 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직접 염불을 하며 교리를 체험하는 식이다. 

올 초에는 교리 강습도 열렸다. 교무가 혼자 결정하지 않고 교도들에게 의견을 물어 추진한 일이었다. 교도들은 “교리 강습으로 연초 적공을 하겠다”는 데 마음을 모았다. 4주간 ‘일원상을 체 받는 정전공부’ 8강이 진행됐는데, 어려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교도들은 끝까지 경청했다. 그 모습 덕분에 이 교무의 공부심과 사명감도 더 깨어났다.
 

시장과 읍장이 보내온 편지
지난해 연말, 시장과 읍장이 보내온 편지가 교당에 도착했다. 편지에는 지역사회를 위해 힘을 보태준 데 대한 감사가 담겨있었다. 그럴 일이 있었다.

코로나19 백신접종을 하러 보건소를 찾아간 이 교무는 자원봉사자들의 활동과 의료진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보건소에서는 ‘우리는 마스크도, 간식도 충분하다’고 했다. 이 교무는 교도들과 상의 끝에 복지 사각지대에 도움을 주기로 결정하고, 물금읍사무소 사회복지팀에 마스크 1천장을 기탁했다. “비록 영세 교당이지만, 우리만의 작은 공동체를 벗어나서 지역 공동체를 위한 일을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소태산 대종사께서 교단과 사회를 둘로 보지 않는 가르침을 주셨잖아요.”

이 일은 지역사회에게는 원불교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교도들에게는 ‘지역사회에 우리가 뭔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는 계기도 됐다. 이에 물금교당은 올해부터 매월 1회 교당 인근 노인회관 독거노인 어르신들에게 은혜의 도시락 나눔을 시작했다. 곧 돌아올 대각개교절 은혜나눔 사업으로는 취약계층을 위한 김치 나눔을 계획 중이다.
 

녹록지 않음에도 존재하는 은혜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간다. 갑작스럽게 받은 중간인사 요청이었지만 이 교무는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막상 발령받아 온 교화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소법당에서 좌선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 마주치는 금정산 너머 햇살에도 눈물이 났다. 그렇게 막막한 시간이,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1년 후, 이제 이 교무는 그때와 다른 종류의 눈물을 흘린다. 기쁨의 눈물이다. 교화를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하나가 되어주는 교도들에게 감사해서이고, 수도인으로서 밥 세끼 거르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진 것이 은혜로워서다.

그의 마음이 그러하니, 교도들도 기꺼이 하나가 된다. 한 90대 원로교도는 자신의 집과 땅을 매매한 금액 2천만원을 올해 교당에 희사했다. 이에 이 교무는 “교구 지원을 받는 교당으로서 희사 금액의 절반이라도 교구에 은혜를 갚고 싶다”고 했다. 부창부수, 그 마음이 똑 닮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교구에서는 교당 유지자금으로 사용하라며 받지 않았지만, 큰 미담이 됐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는 또 있다. 지난해, 이 교무는 옥상 방수 공사와 생활관 도배, 장판 교체, 전기 시설 교체 등의 교당 재정비를 모두 교도들과 직접 진행했다. 이때 큰 은혜를 받았다. 이 교무의 전임지인 관촌교당으로부터다. “전임지 교무님들에게 인계인수를 하고 나올 때, 박선제 교무님이 ‘어려운 일 있거나 필요한 것 있으면 전화해’라는 말을 툭 던지셨어요. 그전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선배님이었는데 말이죠.”

이후 물금교당에 발령을 받고 잘 도착했다고 건 전화. ‘이러저러해서 교당을 조금씩 손봐야 할 것 같다’는 그의 말을 무심히 넘기지 않은 걸까.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다. “이 교무, 내가 회장단하고 상의했어. 사축이재 때마다 100만원씩, 1년 안에 5백만원을 보내줄게.” 공간은 떨어져 있지만 두 교당은 마음을 연하며 하나의 교화, 함께하는 교화를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물금교당은 공부와 화합을 통해 할 수 있는 ‘역량껏’ 최선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게 탄탄하게, 하나가 돼가고 있다.
 

[2022년 3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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