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기자
이은선 기자

[원불교신문=이은선 기자] 최근 한 젊은 사업가와 직원들이 원불교 은혜심기운동본부를 찾아왔다. 강원·경북 산불로 고통받고 있는 이재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였다. 이날 이들은 회사의 이름으로 1천만원을 은혜심기운동본부에 기탁했다.

이 선행이 특히 더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1천만원이라는 큰 금액 때문이 아니다. 이 사업가는 “돈을 벌었으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은 당연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에게 남을 도와주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 남에게 은혜를 잘 베푸는 사람들을 보면 타인을 돕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즉 ‘돕는다’는 것이 꼭 어떤 명분이 있어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1천만원을 기탁한 회사의 경우도 돈이 남아 기부를 결정한 게 아니었다. 그들의 사연을 들어보니 해당 분야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는 있지만 사무실 임대료를 내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하루 하루 살기도 빠듯한데 남을 살펴볼 여유가 어디 있어요”라고. 원불교 교리에 ‘지은보은’이라는 강령이 있다. ‘지은(知恩)’, 은혜를 안다는 것은 우리가 천지·부모·동포·법률의 네 가지 은혜를 입고 태어나서 살아가게 되는 내역을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지은보은(知恩報恩)’이란 은혜 입은 내역을 알아서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다. 

즉 은혜를 베푸는 일은 시간이 남아서, 돈이 남아서 등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만 하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태어나서 먹고, 자고, 입고, 공부하고, 일하고 등. 우리가 살아가며 누리는 모든 것이 ‘다 내가 받은 은혜’라는 점을 알고 이를 되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대산종사는 “지은보은의 도를 알아서 사은에 보은하면 불과를 얻는 동시에 자타간 천생 만생의 복문이 열린다”고 했다. 또 “사은의 지중한 은혜를 알지 못하고 설사 안다할지라도 보은의 실행이 없으면 배은망덕이 되는 동시에 천사만사(千死萬死)의 화문(禍門)이 열린다”고 말했다.

원불교는 최근 산불이 발생한 강원·경북 지역 이재민과 전쟁으로 고통을 겪는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을 돕기 위해 긴급구호모금을 진행했고, 반응은 뜨거웠다. 또 도시락 전달과 빨래 봉사 등을 위해 이재민들을 직접 찾아가 땀 흘린 교도들도 적지 않았다. 모두 지은보은의 순간이다.

세상에는 스스로 온전한 식사를 하는 것이 어려운 노인과 아동,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 등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바쁜 일상 속, 잠시 주변을 둘러보자. 그리고 스스로 결정하자. 복문을 열 것인가, 화문을 열 것인가.

[2022년 3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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