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하 교무
이도하 교무

[원불교신문=이도하 교수]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르셸 뒤샹이 전시장에 변기를 가져다 놓고 ‘샘’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했을 때, 수많은 비난과 환불소동에도 이미 예술과 비예술, 예술과 일상의 경계는 무너져 버렸다. 

팝아티스트 앤디워홀이 복제를 기반으로 대량생산된 이미지와 영상들을 작품으로 선보이면서, 원본과 복제본, 예술의 고전적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미디어 플랫폼 시대의 새로운 논쟁이 촉발되었다. 

그리고 2021년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 게임’ 이 발표된 지 2주 만에, 이 작품으로부터 콘셉트를 가져온 천 개 가량의 2차 창작물이 유저들에 의해 로블록스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올라왔다고 한다. 그리고 더러 수억뷰의 조회수가 기록된다. 메타버스를 통해, 예술의 좀 더 근본적인 영역으로서의 창작자와 향유자, 창작자와 비창작자 사이를 흐트러뜨리는 대중창작의 시대가 열렸다고 느낀다.

예술의 영역에서, 대중창작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에 대한 언급이 빈번했고, 필자는 대중창작 시대 예술가의 역할은 공동창작의 리더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메타버스가 본격적으로 불붙인 대중창작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 여러 다른 의미들이 덧붙여진다. 그 중 필자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이 ‘예술가의 사회공헌’ 측면이다. 이제야말로 예술은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속에서 대중과 함께 역동적으로 꽃 피울 수 있지 않을까.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드는 솔루션, 유니티의 CEO는 ‘창작자가 많아지면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꿈을 꾼다. 메타버스 시대는 누구나 창작하는 시대다. 

동일한 관점으로 메타버스 시대의 인문학을 바라보면, 메타버스는 집단지성, 대중소통의 시대를 열 수 있는 장이다. 다시 이 관점을 종교에 적용해 보면, 메타버스는 대중각성의 시·공간이 될 수 있다. 

남녀노소 선악귀천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처처불상 사사불공, 무시선 무처선,  천여래만보살의 세계를 열고자 하는 원불교에 맞춤 아닌가.

/한국예술종합학교

[2022년 3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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