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각 원무
최선각 원무

[원불교신문=최선각 원무] 변산 제법성지 수호기지인 원광선원에서 직무를 시작한지 3개월째다. 예전에는 그저 공부를 하려고 해마다 2번 정도 순례했지만, 올해는 정식으로 원광선원에서 일정한 역할을 부여받고 도량관리, 성지수호, 훈련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덕분에 수행이라는 새 개념이 정리되고, 실천하는 신앙심이 저절로 이뤄지는 기분이다. 이 도량으로 인도해 준 장오성 원광선원 원장님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나는 이곳에서 맡은 일을 할 때마다 기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몸은 고단하지만 이 일은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를 닮아가는 일이기에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한다.

원광선원은 생명의 환희가 온 누리에 가득한 곳이다. 지난 겨울, 세상의 모든 눈이 다 내린 듯 쌓이고 쌓이던 하얀 눈, 그래서 도무지 다시는 봄이 올 것 같지 않게 꽁꽁 얼어붙었던 이 골짜기에도 3월이 찾아왔다. 여기저기 여린 꽃이 피어나고, 법문·독경 소리 듣고 자란 석두암터 느티나무가 살아있음을 자축이라도 하듯 큰 아름을 뽐내는 계절이다. 나는 요즘 “봄바람은 사가 없이 평등하게 불어주지마는 산 나무라야 그 기운을 받아 자라고, 성현들은 사가 없이 평등하게 법을 설하여 주지마는 신(信)있는 사람이라야 그 법을 오롯이 받아 갈 수 있나니라” 한 소태산 대종사의 음성을 석두암 뜰에서 다시 듣고 있다.

또 많은 재가출가 교도들이 알고 있듯 원광선원에는 정산종사 추모 비문이 모셔져 있다. 비문에는 ‘변산성지 월명암에 최초로 파송(派送)된 새 회상 법인제자, 월명·실상간 험준한 정산로를 밤마다 오르내리시던 만고신의의 혈성제자, 실상초당 교강선포와 교서편정에 보필의 성(誠)을 다하신 편수제자, 내장(內藏)·만덕(萬德)을 거쳐 신룡(新龍)에서 법통(法統)을 이은 종통여래(宗統如來) 정산종사를 이 추모탑으로 길이 기린다’고 새겨져 있다.

한편 원광선원이 자리한 변산성지는 소태산 대종사가 인생의 요도 사은 사요와 공부의 요도 삼학 팔조를 선포한 곳이며, 원불교 최초의 경전인 『조선불교혁신론』과 『수양연구요론』을 초안한 제법성지다. 

그리고 봉래정사 앞 마당은 『대종경』 교의품 15장 노부부 이야기의 실지불공 산경전의 현장이며, ‘변산구곡로에 석립청수성이라 무무역무무요 비비역비비’라는 뜻을 알면 곧 도를 깨닫는 사람이라는 내용이 담긴 성리품 11장 변산구곡로의 현장이다.

“하루속히 이 정법을 마음대로 가져다가 그대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되게 하라”한 부촉품 4장 말씀대로 모두가 변산 제법성지를 순례하며 성자의 심법을 보고, 듣고, 말하고, 만지고, 느껴서 마음속에 가득 채울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이곳을 찾는 일체만유가 마음의 힘과 서원이 더욱 충만해져 세상의 주인 되도록 하고 신심·공심·공부심의 실력을 발휘하는 혈심 장한 심통 제자들이 되기를 서원한다. 

실천하는 신앙인, 행동하는 수행자로 길 없는 길을 열어가고 그 길에서 만난 성자의 심법을 만나니 참 쉬운 깨달음의 길, 이 길을 봉래구곡 제법성지와 원광선원에서 함께했으면 한다. 

/원광선원

[2022년 3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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