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광 명예교수
김혜광 명예교수

[원불교신문=김혜광 명예교수] 우리 교단의 인재는 근무지 형태에 따라 교화, 교육, 자선 분야에 종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교단의 인재양성이 일선 교당 교화에 우선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급기야 교화현장 위주의 인재양성을 우선하며 현장에 필요한 이런저런 역량과 관련된 과목을 정규 교육과정에 개설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일견 현장 교화 위주의 교육과정을 강조하는 논리로 받아들여진다. 

그렇지만 ‘왜 교단의 삼대 목표를 교화, 교육, 자선으로 결정했으며, 우리는 그 본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는 의문은 남아 있다. 나아가 과연 대학에서 정규 교육과정의 편성 근거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교화현장에 필요한 인재양성을 위해 현장 적응력 제고에 주안할 것인지, 아니면 기본적인 역량을 기르는 데 주력할 것인지에 대한 해묵은 고뇌가 있다.

물론 두 가지를 아울러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교단의 인재양성 과정에서 ‘제대로 된 지도자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을 어떻게 구성할까?’라는 질문에 봉착한다. ‘과연 어떤 선택이 보다 교화력 신장에 도움이 되는가’를 알아보려면 물론 장기적인 종단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적어도 대학에서 인재를 양성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인재양성의 목표와 교육과정 구성 간에 모종의 상관관계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교단 인재양성의 중추인 원불교학과 교육과정이 어떤 근거에서 출발해야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교단 지도자의 한마디 지시에 근거할 것인지, 아니면 구성원의 요구를 수용하여 교육과정을 구성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적어도 대학의 전공 학문 분야로써 원불교학이 존재한다면, 원불교학과 교육과정은 먼저 원불교학의 학문적 근거나 수준을 떠나 존재하기는 어렵다.

교과목이 교육과정에 편입될 때, 원불교학의 학문적 근거 위에서 정당화 여부를 찾아보는 것이 타당한 순서일 것이다. 아무리 교화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이라 해도 그러한 요구에는 학문적 논거를 통한 경험적 검증과 축적된 연구결과로 답을 해주는 것이 온당하다. 그것이 이론으로 정립되어 현장에 설명력을 갖는 순환(feedback)구조일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만일 이렇게 했음에도 정립된 이론이 현장에서 설명력을 갖지 못한다면 그 이론도 다시 수정 보완되는 순서를 밟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이론과 실제 간의 관계를 맺어주는 고리이기 때문이다. 

교단의 인재양성에서 교화가 우선이라면, 관련 교육과정 구성에 있어서는 원불교학이 이를 입증해주는 문화가 먼저 존중돼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은 말이 달려야 하는 경로를 시사하듯, 교무가 되기 위해 이수해야 하는 과정(course)을 망라한다. 물론 여기에는 정규 교과목과 비정규 교과활동이 모두 포함된다. 어떤 교육과정이든 그것이 설계·구성되었어도 실제 운영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교수, 예비교무, 교단의 교육과정이 각기 존재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이들 간 격차가 좁혀지기를 바라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먼저 검토해보아야 하는 것이 공유된 교육이념, 목적, 목표 등이다. 동시에 교육과정을 지배하는 것은 원불교학의 학문적 근거, 수요자의 눈높이와 문화 등이다. “교단의 인재양성 향방은 곧바로 우리의 문화적 눈높이, 학문적 수준을 대변한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원광대학교

[2022년 3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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