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세상을 더 건강하게, 코로나19 최전방 보건소 라이프

관악구보건소 검진팀 이인성 주무관
관악구보건소 검진팀 이인성 주무관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코로나19, 아직 끝이라고 속단하긴 이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바이러스의 위험한 아종(sub type)이 생길지 몰라요. 코로나도 이전에 있었던 바이러스인데 이번에 전파력이 높아진 거죠. 코로나가 다시 위험해질수도, 다른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도 있어요.” 

조심스레 일상회복의 문을 두드리는 이때, 코로나 최전방에 있는 그는 고개를 젓는다. 서울시 관악구보건소 검진팀 이인성 주무관(여의도교당). 바이러스 배양 및 국내 병원에서의 바이러스 검사 분야의 역사를 함께 해온 그에게는 전망이 조심스럽다.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온 임상병리사 12년에 이어 의료기술직 공무원 4년, 그의 궤적은 대유행 바이러스로 돌아볼 수 있다. 그가 현장에서 만난 대유행 바이러스는 세 번. 신종플루,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다. 예전에는 그가 바이러스 배양(컬쳐)과 PCR 검사를 한다고 하면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허나 세 번의 큰 산을 넘으며 이제는 ‘바이러스 배양’, ‘PCR 검사’, ‘항원’을 다들 잘 알고 있다고.

금이야 옥이야 길러낸 바이러스 엄마
바이러스는 몸에서는 활개를 치지만, 밖으로 나오면 살아남기 힘들다. 검사할 검체와 실제 바이러스를 비교하려면 이 예민한 녀석들을 살려둬야 하는데, 이것이 배양이다. 아주 까다로운 조건과 500ml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먹이로 금이야 옥이야 길러야 겨우 살아남는다. 그는 이 배양을 국내 병원에서 본격적으로 할 무렵부터 현장에 있었던 바이러스 엄마였다.

이는 지도교수 영향이 컸다. 국내에서 병원이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시스템을 처음 만든 이규만 교수가 그의 은사였다. 졸업과 동시에 대형병원 바이러스실로 그야말로 모셔졌다. 생소하지만 꼭 필요한 분야였기에, 의사나 연구원들이 그에게 배우러 오기도 했다.

대형병원에서의 12년을 정리하고 보건소 공무원이 된 후 코로나19가 시작됐다. 방역의 길잡이자 코로나19 방어의 최전방 보건소. 모든 업무가 코로나19에 집중되고 검진부터 역학조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발로 뛰었다.

“서둘러 인력을 충원하긴 했지만 할 일이 너무 많아 내 일 네 일이 없었어요. 구민들이 PCR검사를 하고 가면, 그 이후로 우리에게는 참 많은 일이 시작됐습니다.”

그가 되짚는 힘든 일은 검체 대조 및 정리. PCR 검사를 한 2천여 검체를 이름과 맞춰보고 이를 검사소로 보내는 과정이다. 이후로도 검사통보 및 역학조사 등 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매일 전화로 역학조사를 하는데, 연세 많은 분들과의 소통이 종종 어려웠죠. 한번은 많이 아픈 분이었는데도 ‘어휴 고생이 많죠.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시더라고요. 뭉클했던 그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배양 전문가에서 보건소 공무원 2막 변신
“코로나19처럼 언제든 위험한 아종 생길 수 있어”
우리 동네 보건소 사업 확인하고 적극 활용 권장

500:3 경쟁률 뚫은 비결, 좌선의 공덕
더 많은 보통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보건소. 병원에서도 근무했던 그는 보건소의 공공의료가 더 원불교적이라 잘 맞는다. 그러나 임상병리사였던 1막을 떠나 의료기술직 공무원 2막을 여는 과정은 험준했다. 서른여덟이라는 나이로 2년만에 시험에 합격한 이 주무관. 그가 합격한 해 서울시 경쟁률은 500:3에 달했다. 

“그때 그 느낌은 뭐랄까, 하늘에서 저를 잡아 끌어주는 기분이었죠. 그 후 비결을 많이 물어보시는데, 제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좌선의 공덕이에요.”

갑자기 눈빛을 반짝이는 그. 공무원 등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는 교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하루에 18시간까지도 공부를 했어요. 근데 다들 그렇게 열심히 해요. 그걸로 합격권에 들 수는 있지만 합격까지는 뭔가가 더 필요합니다. 저의 플러스 알파는 교무님과 매주 1시간 좌선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그는 교당을 찾아 당시 장상인 교무와 청년 1명까지 셋이서 좌선을 했다. ‘움직이면 떨어진다’며 몸과 마음을 꾹꾹 눌렀다. 놀랍게도 단 며칠만에 좌선의 공덕이 나왔고, 그 맛에 1년을 이어갔다. 

“참는 힘이 생기고 차분해지고요, 정말 우주의 기운과 내가 하나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에너지도 생깁니다. 공부는 계속해서 채우는 일이잖아요. 좌선은 그 시간동안 이를 소화하고 내리는 작업입니다. 공부할 때 반드시 필요해요.”

모태신앙으로 부산진교당에서 입교, 마산교당 학생회의 전설이었던 그. 5명 남짓이던 학생들을 40명 이상으로 늘려내기도 했다. ‘남들 공부할 때 교화했다’가 지금도 자랑거리인 그다. ‘단호한 결혼조건’이었던 원불교 남자(서채원 교도)와 가정을 꾸렸고, 딸 주영이 태교는 너섬합창단 성가연습으로 했다. 올해부터는 월 1회 법회 사회도 맡았다. 거의 주 6일인 보건소 근무지만, 신앙을 더할수록 일상의 힘이 더 생기니 게으를 수 없다.

일원가족 꾸려 교법대로 사는 보람
더 많은 사람들로 보건소 문턱이 닳았으면 좋겠다는 그. <원불교신문> 독자들에게 보건소 이용팁도 덧붙였다.

“보건소마다 주요사업이 다르고, 해마다 집중 분야도 다릅니다. 종종 우리 동네 보건소 사이트를 검색해서 확인해보세요. 내게 꼭 필요한 사업들도 안내해드리니 적극 활용하시고요.”

코로나19 방역 최전방에서 주인의 마음으로 공공의료를 실현하는 이인성 주무관. 그가 있어 매일 세상은 조금씩 더 건강해지고 있다.

[2022년 4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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