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원로교무
김종천 원로교무

[원불교신문=김종천 원로교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까/ 꼭 끝난 줄 알았네/ 이 노래 언제 끝납니까/ 안 끝납니까/ 끝이 없는 노랩니까/ 그런 줄 알았다면 신청하지 않았을 거야/ 제가 신청한 것이 아니라구요/ 그랬던가요 그 사람이 누굽니까/ 이해할 수 없군/ 근데 왜 저만 듣고 앉아 있습니까/ 전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다른 노래를 듣고 싶다구요” (이희중 시집, 『참 오래 쓴 가위』의 ‘끝나지않는 노래’ 앞부분) 어쩌면 이렇게도 내 속마음을 읽은 시가 있을까? 

부처님들의 용기를 훑어 보아왔으니, 이제는 용기가 없는 지도자의 무능, 지(知,智)가 없는 리더의 무능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짚고 가자. 일반 회사나 사업체 같으면 금전적 손실이나 약간의 인력낭비로 끝나고 말겠지만, 크고 작은 종교단체에서는 그 교조에 대한 존경심과 일반 추종자들의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본인은 물론 뽑는 사람들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인내가 없는 인생은 
칼집이 없는 칼과 같고, 

 

용기가 없는 인생은 
날이 없는 칼과 같다

자기를 세상의 중심에 놓고 판단하는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접촉하면서 그런 경험을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숨바꼭질을 할 때 베개로 얼굴을 가리면 못 찾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자기중심성의 연장선상이다. 그런 사람은 아는 건 적고 신념만 강한 바보이기 십상이고,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을 잊어서는 안 되는지 방향과 속도에 대한 지혜는 물론, ‘시대의 변화와 흐름은 결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상식이 없기 때문이다. 감당할 능력이 없이 권력을 갖게 되는 것보다 남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은 없다. ‘인내가 없는 인생은 칼집이 없는 칼과 같고, 용기가 없는 인생은 날이 없는 칼과 같다’라는 말도 있다.

콘클라베(Conclave)는 갇힌 공간에서 밖의 압력이나 영향력 없이 가톨릭의 새 교황을 선출하는 제도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학자들의 이야기로는, ‘콘클라베’는 교황을 선출하는 전문용어가 아니고 그리스 시대에도 사용된 방법이었다고 한다. 가톨릭 지도자인 교황 선출의 뒷이야기를 보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측은한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노출시키고 맷집을 키운 가톨릭이 부럽기까지 하다,

가장 오래된 콘클라베는 1172년 베네치아에서 열린 것으로 본단다. 그리고 가장 완전한 콘클라베는1241년이다. 1059년부터는 추기경들에 의한 교황 선출방식이 정착되었고, 1179년부터 새 교황의 당선에는 재적인원 2/3이상이 반드시 찬성해야만 당선으로 보는 규정이 확정되었다. 이 정족수에 미치지 못하면 교황 자리는 공석으로 있었는데, 어떤 때는 일주일에서 한 달 또는 몇 년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다. 서로 적대관계에 있는 귀족 가문들이 서로 자기편의 교황을 뽑기 위해 발버둥치곤 했다는데, 무슨 돈벌이가 된다고 지금도 거의 모든 종교에서 비슷한 추태가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포르모수스(Formosus,891~6) 교황은 그의 후계자인 스테판 6세(StephanⅥ, 896~7)에 의해 땅에 묻혀 반쯤 썩은 시신인데도 불구, 시체에 다시 교황의 옷이 입혀져 재판 법정에 세워졌다.

16세기에 교회의 타락이 가장 덜한 곳은 독일이었다. 이탈리아의 교회가 심하게 타락했었다. 그래서 독일에서 종교개혁의 불이 붙었다. 왜냐하면 니체의 말대로 오직 “타락의 초기에만 타락을 참을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란다. 어떤 현실이 부끄러움 없이 되풀이 된다면 그 반복되는 현실에 직면한 사상은 결국 언제나 입을 다물게 되는 법이다.

1996년 출간된 『딜버트의 법칙』이 있다. 이 책은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43주 연속 판매물로 100만 부 넘게 팔렸고, 그 내용은 ‘딜버트의 법칙’으로 알려졌다. 

『딜버트의 법칙』의 원류는 1990년대 초반 미국의 직장인들이 즐겨 읽었던 신문 연재만화였다. 그 내용은 무능한 사람이 조직에서 승진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법칙이다. 샐러리맨 출신의 만화가 스콧 애덤스는 거의 30년 동안 이 만화를 연재했다. 그가 ‘딜버트’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통신업체인 퍼시픽 벨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할 때였다. 그는 만화를 연재하기 위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다. 1995년까지 ‘딜버트’는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그의 새벽시간은 널리 알려졌다. 그는 “신체를 아침 시간에 최적화된 자동장치처럼 맞춰 놓고, 나의 뇌가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내버려둔다”고 말했다.

딜버트는 I.Q.170의 천재 엔지니어이지만, 회사 내에서는 얼간이라고 불리는 남자의 이름이다. 이 만화의 초점은 직장생활을 망치는 부조리한 상황들과 창의적인 작업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그린 것이다. 이 만화는 65개국에 25개 국어로 번역돼 2천여 개의 일간지에 실렸다. 또한 5권의 만화책과 9권의 논픽션 책, 짧은 TV쇼, 영화 프로젝트 등의 결과를 낳았다. 대책 없는 관리자들에 대한 불만과 경영진으로 승진된 멍청이들에 대한 분노다.

 /중앙남자원로수양원

[2022년 4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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