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경 기자
유원경 기자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사대강령 중 하나인 무아봉공의 개념을 간혹 전체를 위해 나를 희생하라는 뜻으로 오해하는 이들을 본 적이 있다. 성가에 “나 없으매 참나 드러나고 내 집 없으매 천하가 내 집이라”라고 했듯, 무아봉공은 나와 너의 국한을 넘어 본래 하나의 자리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이미 하나이기 때문에 은혜이고, 하나된 그 자리를 보아서 나라는 상도 없고 오직 천하 일을 할 뿐이다. 이것이 무아봉공이다.

특히 무아봉공은 천하 살림을 할 수 있도록 소태산 대종사가 밝힌 공부이자 사업이라 생각한다. 소태산의 법장을 이어받은 정산종사는 “한 일터 한 일꾼으로 일원세계 건설하자”는 삼동윤리를 게송으로 남겼고, 이어 대산종사도 “개척하자 하나의 세계”라는 게송을 내렸다. 이를 정리해보면 우리 교단은 소태산 대종사부터 하나의 세계를 개척하기 위한 목표가 분명하다. 무아봉공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교법의 방법일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는 이들이 원불교 교도들이다.

지난달 우리 교단은 대사회적 무아봉공의 실천을 직접 보여줬다. 동해시에 산불로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빨간밥차와 봉공세탁차가 현장을 찾았고, 우크라이나의 안타까운 소식에 교도들은 합력했다. 

동해시 이재민 대피시설에서 보여준 봉공회원들의 활동은 지역민들을 감동시켰다.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은 교도가 있었고, 2주간 전국의 재가출가 교도들이 교구 봉공회의 이름으로 참석하며 끝까지 힘을 모아줬다. 밥차 지원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은 성금으로 합력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하루 세 끼 식사를 직접 숙소까지 배달했고, 의류와 침구류 등도 세탁했다. 이같은 활동이 방송 3사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알려지며 원불교의 위상이 높아졌다. 특히 기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이재민들과 지역민들은 원불교에게 크게 감사를 전했다. 

‘이런 정도의 자원봉사는 누구나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지켜본 봉공회의 모습은 그냥 봉사의 모습이 아니었다. 체계적인 움직임, 그리고 진정 이재민들을 걱정하며 현장을 찾은 봉공회원들의 모습은 ‘무아봉공’의 실천이었다. 원불교가 나아가고자 하는 모습, 그리고 세상에 이루고자 하는 뜻을 보여준 것.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기 위한 교법 실천의 하나의 사례라 평가하고 싶다. 

또한 안으로 재가출가 교도들이 교단을 중심으로 합력하는 결집의 모습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이 느껴졌다. 그 원동력이 있기에 우리 교단에는 희망과 미래가 있다. 동해교당 한 교도의 말이 떠오른다. “원불교 교도라서 자랑스럽습니다.”

[2022년 4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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