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원 기자
이여원 기자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총부에 근무하면서 대중 식사를 마치고 연꽃 방죽이나 소태산 대종사 성탑을 산책하는 점심시간은 내게 주어진 작은 즐거움이다. 원광대 교정이나 수목원에서 만개하는 봄꽃들로 위안받으며 오후 햇살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시간도 더할 나위 없다. 혼자라도 좋고, 발맞추는 동행 있어도 좋은 산책길, 요즘 생각 하나가 더해진다.

혁신. 바꾸거나 고쳐서 ‘아주 새롭게’한다는 뜻. 교단 혁신을 주 업무로 진행하는 교단혁신특별위원회(이하 혁신특위)가 지난달 공식 출범했으니, 이제 업무 개시 한 달을 넘긴 셈이다. 앞서 규정 제정과 혁신특위 위원 구성 과정에서의 물밑 작업, 그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더해졌을까. 한 달을 넘긴 혁신특위도,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도, 부담감과 조급함이 만만치 않은 눈치다. 

3년 임기의 혁신특위가 교단 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과제 선정과 실행을 어떻게 진행해나갈지, 교단 구성원 수만큼 각자의 의식으로 주목하고 있다. ‘경청과 인내로 모든 구성원이 협력해 함께 하는 혁신’을 주문하는, 그 이면에 각자가 원하는 바람이 실린다. 얼마쯤 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심하는 반신반의도 묵직하다. 

다시, 혁신을 생각해본다. 재가출가 교도들로 구성된 교단. 제도도, 의식도, 문화도, 구성원이 만들어간다. 소태산의 교법정신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점검하며, 해결하지 못하고 덮어두었던 교단 과제들을 바꾸거나 고쳐서 아주 새롭게 해야 할 주체는 구성원이다. 교단 혁신은 곧 구성원의 혁신과 다르지 않다. 

구성원인 나로부터의 혁신. 조석심고, 법회출석, 입교연원, 보은헌공을 살펴본다. 일 있을 때와 일 없을 때의 표준을 점검한다. 상시응용 주의사항 6조를 대조하며 자력으로 공부하고 있는지, 교당내왕시 주의사항을 통해 스승의 지도를 받으며 줄 맞는 공부를 하는지 반조한다. 

교화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연대하며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고 있는지, 공부가 근본이 되는 사업을 통해 소태산 대종사의 본의를 실천하고 있는지, 공인의 심법과 자세로 일하고 낱없이 합력하고 있는지, 일 속에서 묵묵히 수행하는 시간을 놓치지 않고 수행과 훈련에서 비롯되는 진정한 힘으로 재가출가의 길을 걷고 있는지 대조한다. 

혁신특위가 출범 이후 주간 브리핑, 공개 토론회, 정기회의 등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며 구성원들의 공의를 모으고 있다. ‘교법대로 신앙하고 공부하고 있는가’, 혁신의 중심이다. 초기교단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에 담긴 의미가 아닐까. 내가 맞이할 때, 비로소 내게도 봄이 온다. 내가 혁신의 주역으로, 교단의 봄을 맞이하자. 

[2022년 4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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