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련 교무
김혜련 교무

[원불교신문=김혜련 교무] 이곳에 오기 전이나 군교화를 하는 요즘도 원불교를 찾는 청년들에게 궁금증이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왜 교당에 올까?’ 바쁜 현대사회에서 청년들이 종교를 찾는 것도 궁금했었지만 군인들이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원불교를 찾아오는 것은 더 희한했다. 종교행사 시간에 원불교를 찾은 용사들에게 물어봤다. “얘들아, 너희는 종교행사에 왜 와?” “시간이 잘 녹아서요.” 

내 머리에 물음표가 떴다. 생각지 못한 답이어서다. 군 복무를 하는 용사들에게 군대에서의 시간은 어떻게든 빨리 가는 게 최선일 것이다. 이병 시절엔 적응하랴 일하랴 시간이 빨리 가지만, 점점 천천히 흐른다. 그러다 주말이 되면 시간이 더디 가는 것에 마음이 더욱 힘들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종교행사에 오면 일요일 오전이 빠르게 지나가고 금방 오후가 되기 때문에 일주일을 버티는 게 조금 낫다고 했다. 

마음이 아팠다. 물론 용사들은 ‘원불교의 가르침과 교무님이 좋아서’라고도 대답했지만, 나는 ‘내 교화대상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좀 더 고민하게 됐다.

소태산 대종사의 교법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줘야 하지만, 하루하루를 애써 보내는 용사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진 않았다. 용사들이 종교행사에 편안히 오기를 바랐고, 전역 후에도 원불교를 따뜻하게 기억하길 바랐다. 

그래서 나의 욕심을 경계하기로 했다. 부대 내에서도 매주 참석 인원수를 보고하고, 원불교 자료에도 한 번씩 출석 수가 게재된다. 하지만 숫자에 대한 욕심으로 용사들을 대하면 그것이 독이 되어 정과 법이 건네기도 전에 그들이 원불교와 멀어질 것 같았다. 보통 원불교를 찾는 이들은 호기심으로 한번 와봤다가 마음에 들어 꾸준히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자주 나오는 인원에게는 교법을 더 잘 알려주고 싶고, 전역 후 근처 교당에 다니는 교도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도 생긴다. 그때마다 ‘다른 사람의 원 없는 데에는 무슨 일이든지 권하지 말고 자기 할 일만 할 것이요’라는 솔성요론 조항을 떠올린다. 원이 없는데 억지로 권하는 것은 도리어 좋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욕심을 거두고 용사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도움이 되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초점을 뒀다. 그 마음으로 교법을 꾸준히 전하다 보니 이제는 제법 마음공부를 알고 실생활에 활용해보는 용사들이 생겼다.

육군학생군사학교(이하 학군교)는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원불교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했고, 이제는 어딜 가나 “교무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받는다. 

교당은 언제 생기느냐고 묻는 사람도 많아졌다. 현재는 많은 분의 염원에 힘입어 학군교 내에 원불교 문무대교당 신축불사를 앞두고 있다.

군대에서의 기억은 평생 간다고 한다. 군대에서 만난 원불교의 기억 또한 평생을 함께할 것이다. 그렇기에 원불교와 만나는 용사들의 1년 반이라는 시간에 최선을 다해주고 싶다. 

교화대상자의 입장에서 교화를 하는 것은 눈에 띄는 성과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그러나 천천히 자연스럽게 원불교의 마음공부를 전하고 따뜻한 정을 나눈 힘은 깊고 오래도록 함께할 것이다. 그것이 숫자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교화의 또 다른 모습 아닐까.

/문무대교당

[2022년 4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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