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은 교도
김대은 교도

[원불교신문=김대은 교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은 인류 사회에 심각한 정신적·물질적 고통과 피해를 총체적으로 줬다. 팬데믹은 먼저 우리의 삶을 바꿨고, 그로 인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으며, 나아가 글로벌 공급체인과 각 국가의 의료시스템을 위협했다. 

이러한 혼돈 속에 세계 국가들은 협력하기보다 자민족중심주의 정책을 펼치며 국제질서의 탈세계화 현상을 가속했다. 코로나19는 창궐한지 불과 2년 만에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이룩한 인권, 민주주의, 세계화 등 현대문명의 소중한 가치들을 심각히 훼손시켰다. 

팬데믹 발발 초기부터 세계의 지성인들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언급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팬데믹은 ‘건강의 위기’가 아니라 ‘정치의 위기’”라고 주장하며, 국가주도의 거버넌스가 아닌 시민들의 의식을 제고하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국제 사회가 공조를 통해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팬데믹보다 ‘핵·기후변화·자원고갈·불평등’ 문제해결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언급했으며, 팬데믹은 아이러니하게도 국제 사회가 협력해야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초국가적인 시스템 구축’을 통해 글로벌 위기를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세기 르네상스맨이라 불리는 『더 나은 미래』의 저자 자크 아탈리 교수는 “팬데믹 이후 세계는 ‘이기적 생존경제’에서 ‘이타적 생명경제’로 나아가야 한다”며 ‘생명경제’를 주창했다.
 

우리의 문제는
이미 밝혀 놓으신 혜안들을
‘신성’으로 받들지
못한 데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19로 인해 국제 사회는 미래에 대한 격렬한 논의들을 활발하고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원불교 교단은, 종교계는 어떠한 시대적 화두를 인류에게 또는 우리 사회에 제시하였는가? 아마도 영향력 있는 메시지는 없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이처럼 종교가 사회에서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한국갤럽의 『종교에 대한 인식 조사(2021)』에서 드러났다. 2014년 조사에서는 다수의 사람들이 종교가 사회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었지만(63%), 2021년에는 38%만이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종교가 사람들의 마음에서 점차 잊혀져가고 있다. 

앞서 세계적 석학들의 주장들은 선 종법사들이 이미 밝혀놓은 이치들과 같다. 우리의 언어로 바꾸어 표현하자면, ‘일원주의’, ‘삼동윤리’, ‘세계평화 3대 제언’ 등이다. 우리의 문제는 이미 밝혀 놓으신 혜안들을 ‘신성’으로 받들지 못한 데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사람을 쓸 때 신성과 공심을 묻고 그 다음에 재주를 물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재주를 보고 공심은 물으면서 신성은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우리가 일원세계 건설을 통해 일체생령을 낙원세계로 인도하려면 대중을 구제하고 인도하는 종교의 본연의 역할에 대해 근원에서부터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대산종사가 말하였듯 우리 교단은 일원세계 건설이 목적이며, 그것이 바로 세계평화와 인류 구원이다. 바야흐로 신성으로 행동할 때이다.

/한강교당

[2022년 4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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