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 중앙교의회의장.
김창규 중앙교의회의장.

[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법신불 사은님은 무심치 않아서, 사심 없이 일하면, 그대로 다 돌려줍니다.”

젊은 시절, 통장에 당장 한 푼이 없을 때도 그는 여러 불사에 합력했다. 어떻게 그런 용기가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신기할 따름이다.

그중 경남교구청 불사는 법신불 사은의 은혜를 더 크게 체험한 기회다. 불사는 시작했으나 성금이 모이는 속도는 더딘 탓에 마지막 중도금 중 3억이 부족하던 상황. 당시 교구교의회 부의장으로 재정분과장을 맡고 있었던 그는 보유하고 있던 유망 기업의 투자금을 회수해 중도금을 메꿨다. 기꺼이 결정했지만, 사람인지라 ‘이렇게 했다가 나중에 후회가 없을까’하는 생각이 잠깐 들긴 했었다며 웃는 김창규 중앙교의회의장. 

당시의 결정은 후일 정말 우연한 기회에 다시 해당 주식을 인수하는 기회로 찾아왔고, 얼마 후 몇십 배의 이익으로 돌아왔다. 이는 기적이었고 법신불 사은의 위력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전탈전수(全奪全受, 온전히 버려야 온전히 얻는다는 뜻). 이에 대해 그는 불사 스토리에서 “태평양에서 큰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았다가 풀어주었더니, 몇 년간 바다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돌아와 내 품에 크게 안겼다”는 소감으로 밝혔다.
 

중앙교의회의장 연임을 수락했습니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전산종법사께서 재가인 중앙교의회의장을 의장단회의에 함께하도록 길을 열어주셔서 직접 종법사님의 경륜과 말씀을 받들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또 원기104년과 105년에 걸쳐 미국 총부 출범을 비롯해 교단에 상당히 의미 있는 크고 작은 혁신이 이뤄진 것도 뿌듯합니다.”

지난해, 전서 발간 오류로 비롯된 교정 파행 사태를 겪으면서 그는 중앙교의회가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과 재가로서의 한계를 통감하며 상처도 받았다. 하지만 많은 재가출가 교도들의 마음과 마찬가지로, 다시 원불교의 미래를 위해 마음을 추어잡았다. 또 그는 우선적으로 “교단의 ‘신성’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바로 세우는 일이 근본이 되어야 할 것”이라 짚고, 이를 여러 번 강조했다.
 

앞으로 ‘혁신’이 중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혁신은 어느 조직에서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상시활동’입니다. 교단 혁신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좋고 감사한 일이지요. 다만 현재 혁신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교헌개정이 혁신’이라는 주장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실 교헌개정과 교단혁신은 별개의 문제이며, 대부분의 혁신은 교헌개정 없이도 가능합니다. 혹 혁신의 과제 실행을 위해 교헌개정이 필요하다면 그때 절차에 따라 하면 됩니다. 우리 교단은 상시로 혁신이 가능한 훌륭한 체제를 이미 갖추고 있는데, 그 사실이 간과되고 있는 것 또한 아쉬운 점입니다.”

김 중앙교의회의장은 혁신과제를 선정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교단 구성원들과의 소통, 공감, 동참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을 어떻게 혁신할지 중요할 텐데요.
“최근 혁신에 대한 여러 견해에 저의 개인적 소견을 말씀드리면, ‘종법사를 보호하기 위해 종법사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견해 아닌가 합니다. 이는 제도나 관습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단은 이사병행의 교단이기에 이판과 사판이 따로 가는 것은 교법 정신에 어긋납니다. 이사무애의 경지에 있는 어른이 교단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대산종사께서는 일찍이 ‘교단의 헌법은 종법사가 중심이 되어 신앙의 중심체를 세워야지 그렇지 않으면 세월이 오래갈수록 행정중심의 교단이 되어 이해관계에 얽히는 일들이 발생하게 되니 명심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또 ‘법신불이 바로 대종사요 대종사가 바로 법신불이니 대종사의 법통을 이은 종법사는 대종사와 한분임을 알아야 믿고 받드는 데 차질이 없다’고 했습니다. 종법사를 신앙의 중심체로 하여 종법사의 말씀을 신성으로 받드는 것은 인격 신앙이 아니라 그것이 바로 법신불 신앙을 실천하는 길입니다. 공화주의 운영에 상치되는 일도 아닙니다.”

그는 원불교의 창업은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에서 비롯되었고, 구인 선진들의 신성으로 창업의 법계인증이 이뤄졌음을 상기시켰다. 이후 교단 만대의 반석과도 같은 토대는 정산종사의 신성에서 비롯되었다며, 대산종사가 그 신성을 계승함으로써 교단 백년의 법륜이 굴려져 왔다고도 했다. ‘종교의 생명은 신심’이라고 한 정산종사의 법문도 인거했다. 여기에 더해 “교단의 생명력을 회복하고 미래의 동력을 살려내는 일은 교단 신성의 문제를 바로 세우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교단 혁신의 최우선과제도 교단 신성을 회복하여 교단의 정기를 바로 세워가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재가들의 교정참여에 대한 논의도 분분합니다.
“사실 종교 역사상 우리 교단만큼 재가에게 문호가 개방돼 있는 종단은 없습니다. 다만, 교단의 중대사가 있을 때 출가 교무님들의 의식 속에 은연중 재가의 의견이 간과되거나 무시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행을 바루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중앙교의회 운영에 대해서는 각 교구 교의회의장들의 역할을 늘려가고, 상임위원회나 분과위원회 운영을 통해 재가의 교정 참여를 확장하여 중앙교의회를 보다 활성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세상과 함께하는 원불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으로의 시대에 종교의 역할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분야는 세계시민 의식을 함양하고, 세계시민네트워크와 종교가 연대하여 ‘삼동윤리’와 ‘세계평화 3대 제언’의 실천을 통해 세계평화를 실현하는 게 될 것입니다.”

그는 “국내적으로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 있어 원불교가 선도적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킹스컬리지가 발표한 〈2022년 불평등보고서〉 에 따르면 12개 부문 중 7개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갈등지수가 최고다(28개국 중). 이러한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고, 열린 마음은 결국 ‘마음공부’와 통한다.
 

재가출가 교단 구성원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일반 사회에서도 실력 있고 경험 많은 사람들은 어떤 문제나 일을 당했을 때 일단 ‘긍정적인 자세’로 해법을 찾으려고 우선 노력합니다. 해보고 안되면 방법을 다시 찾고 수정해서 나아가지요.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를 가지고 ‘나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다’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감과 긍정적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막연하지만 일말의 가능성, 그것을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지요. 문제해결역량과 긍정적 마인드는 정비례합니다. 부정적인 마인드를 빼고 다양한 연구, 심층 문답, 충분한 자문을 통해 길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4월 25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