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의 교화, 종교도 여가를 만나자
코로나19 동안 모바일콘텐츠 감상, 산책·걷기 증가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주 52시간 근무 3년, 코로나19 2년 반. 그동안 대한민국의 여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원불교 일요예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종교활동은 주말 혹은 휴일에 이뤄진다. 직업이 아닌 이상 ‘여가’의 영역이다. 흔히 ‘일요예회의 라이벌은 이웃종교가 아닌 가족여행’이라고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난 여가의 시간과 활동, 희망하는 모습들을 통해 우리가 되찾고 싶은 여가를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급격히 바뀐 최근 몇 년간을 중심으로 ‘여가의 숫자’들을 읽어보자.
 

점점 커진 야외활동 및 여행에 대한 욕구를 신앙과 연결한 성지순례나 야외법회 등을 준비해야할 때다.
점점 커진 야외활동 및 여행에 대한 욕구를 신앙과 연결한 성지순례나 야외법회 등을 준비해야할 때다.

우리는 뭘하며 여가를 보냈을까
2020년 1월 첫 확진자 발생으로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삶을 낯설게, 급격히, 완전히 바꿔놓았다. 정신 건강과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여가 역시 마찬가지다. 여행도 축제도 모임도 명절도 없었던 지난 2년 반. 우리의 여가는 어떻게 변했을까. 

국민여가활동조사 통계가 실시된 십 수 년동안 대한민국의 여가시간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일과 삶의 밸런스)의 외침이 무색한 수준이다. 최근 12년 동안, 우리의 여가는 평일 3시간대, 휴일 5시간대에 머물렀다. 주 52시간 근무가 시작된 2018년 역시 평일 3.3시간, 휴일 5.3시간이었고,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2021년에도 평일 3.75시간, 주말 5.7시간이 평균이었다. 

우리는 뭘하며 여가를 보냈을까. 주 여가활동 상위 5개는 ▶TV시청 ▶모바일 콘텐츠/동영상/VOD감상 ▶산책 및 걷기 ▶잡담/통화/문자 ▶인터넷검색/1인 미디어 제작/SNS다. TV시청은 조사 이래 부동의 1위로 최근 3년간 70%대를 기록했다. 2019년~2021년 평균 잡담/통화/문자는 40%, 인터넷검색/1인 미디어 제작/SNS는 35%로 비슷한 수준이다.  

주목할만한 변화는 두 항목에 있다. ‘모바일콘텐츠/동영상/VOD감상’은 2019년 20.8%에서 2020년 32.6%로, 2021년에는 42.8%로 급상승했다. 2년 동안 거의 두 배로 뛴 수치다. 코로나19는 유튜브의 전성기였고 넷플릭스의 정착기로도 불린다. 비대면,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비대면의 확장은 문화생활도 바꿔놓았다. 문화예술행사를 직접 본 비율은 33.6%로 전년 대비 27%p 감소한 반면, 매체를 이용한 간접 관람 횟수는 32.4회로 전년 대비 6.8회 늘어났다. 이제는 비대면 소비 역시 관람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산책 및 걷기’ 항목도 상승(32.1%→42.1%)했는데, 잃어버린 야외활동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실외 활동들이 예상되며, 이미 곳곳에서 이를 준비하고 있다.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여가활동조사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여가활동조사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
그렇다면 사람들이 어떤 여가를 원하는지 살펴보자. 이는 통계청의 2021년 사회조사 결과에서 볼 수 있다. 현재는 주말 기준 동영상 콘텐츠 시청(83.0%)과 휴식(70.7%)이 주를 이루지만, 향후 하고 싶은 것은 관광(67.5%)과 취미·자기계발(44.3%) 순이다. 여가생활에 만족하는 비율은 고작 27.0%이며,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46.1%)이 가장 컸다. 

현재의 여가 키워드 ‘비대면’과 희망하는 여가 키워드 ‘야외활동’, 이 두 가지 뚜렷한 트렌드에서 향후 종교생활의 전략을 세워볼 수 있다. 이미 일상이 된 비대면을 유지하며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원불교 콘텐츠 제작에 주목해야 한다. ‘어떻게 다시 교당으로 오게 할까?’가 아닌 ‘어떤 콘텐츠가 비대면 신앙에 더 적절할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교도들과 좋은 법회를 보는 것보다 좋은 콘텐츠 하나를 세상으로 띄워보내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어떤 형식의 콘텐츠가 좋을지에 대한 힌트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우리는 뉴스와 정보검색(83%), 동영상 시청(70%), 음악듣기(51%), 게임(28%) 순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했다. 뉴스 및 정보, 동영상 형태가 사람들에게 많이 소비된다는 의미다. 

현재 가장 희망하는 여가인 야외활동과 취미·자기계발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하는 데 머리를 맞대자. 성지순례나 훈련에 캠핑이나 레저를 결합하고, 경제적 부담이 있는 취미나 자기계발의 기회를 법회·단회에서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교당 및 훈련원 인근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여행 및 운동을 기획해보자. 마당텃밭이나 교당 인근의 쓰레기를 줍는 산책 줍깅도 환경이라는 가치를 결합한 신앙생활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여가활동의 1순위 목적이 개인의 즐거움이라는 점도 기억해야한다. 개인의 즐거움이라는 목적이 부동의 1위이며 2018년 32.5%에서 2020년 38.9%로 최근 상승했다는 것은, ‘재미있는 종교’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미다. 


비어있던 여가에 종교 채우기
세상을 보여주는 숫자들은 최근 몇 년 동안 큰 등락을 기록했다. 그 중 두드러지는 응답은 곧 우리 사회의 변화한 현주소다. 움직이는 흐름에 앞서 우리가 먼저 준비해 기다려야 한다.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법회를 보던 교도들은 코로나19가 끝나도 계속 비대면을 원할 수 있다. 그런 상태에서 예전처럼 휴일을 교당에서 보내기를 기다리고만 있다면, 너무 많은 것들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비어있던 여가의 자리에 무엇이 채워질 것인가. 그 여백을 종교가 채우려면, 교도들이 원하는 여가를 제공해야 한다. 여가활동과 종교가 함께 가야 교화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2022년 4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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