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영 전통각 명인‘아로새김展’
5월 31일까지 소태산갤러리 전시

정민영 교도
정민영 교도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베인 나무에 새 삶을 불어넣는 전통각자명인 정민영(법명 서인·약대교당) 교도가 칼 대신 잠시 붓을 들었다. 

나무 위를 춤추던 손이 몸의 경계를 타고 법문을 써내린 지난 2년. 4월 20일 원불교소태산기념관 소태산갤러리에서 시작한 그의 ‘아로새김展’엔 그 세월까지도 ‘마음 다듬어 둥글게’ 아로새겨있다.

“덜컥 한다 해놓고 걱정이 많았어요. 내가 뭐라고 이걸 한다고 했을까, 머리를 싸맸죠. 그러다 깨달았어요. 아, 탐진치를 내려놓는 공부 기회구나.”

전통각자로는 명인을 넘어 더 이상 검증이 필요없는 그랜드마스터. 각이 아닌 캘리그라피 작품이라 염려했다지만 사실 그는 이미 그 분야의 마스터이기도 하다. 이 밖에 다도, 단청 등에서도 큰 업적을 이뤄온 그. 허나 이 모든 성취는 오직 전통각을 더 잘하기 위해서였다. 

“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하는 ‘법고창신’을 늘 마음에 둡니다. 캘리그라피도 더 쉽고 새롭게 접근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전시까지 하게 됐네요.”

오직 법문으로 개인전을 연 정민영 명인, 돌아보면 이 회상과는 시작부터 진귀한 인연이었다. 일찍 세상을 등진 친구가 자꾸 꿈에 나타났던 그에게 김덕수 교도(유린교당)가 천도재를 권한 것이 시작이었다. 집 가까운 김포교당에 가보니 이시은 교무와는 한때 다도를 함께 배웠더랬다. 원불교가 궁금해진 그는 목요공부방을 꼬박 1년 다니고야 입교했다. 작품처럼 공부 재미도 새겨온 10여년, 어느날 괴로움이 그를 불러세웠다.

“재작년 큰 수술을 겪은 후 법문에 많이 기댔습니다. 한자 한자 읽고 또 읽으며 이겨냈어요. 자유롭지 않은 팔로 ‘목우십도송’을 완각하고 나니 제게 힘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원불교신문> 연재 제의에 응할 수 있었어요.”
 

원기106년부터 <원불교신문>의 법문향기로 매주 독자들을 만나는 정 명인. 이 또한 즐거운 사연이다. 2년 전 문학과 지성사의 『문학과 사회』로 등단한 장미도 시인(법명 혜윤)이 그의 딸로, 본지 인터뷰에서 엄마 정 명인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러니 시인인 딸이 명인인 엄마를 연재하게 한 셈이다.  

“오래 공부하신 교무님과 교도님들께 법문을 내보이는 게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제가 그랬듯, 누군가 위로 한자락을 받고 힘을 얻게 되면 그걸로 감사고 은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법문을 쓰는 것 또한 마음밭에 씨를 뿌리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어떤 해석도 없이 ‘법문 내려주신 그대로’ 쓴다는 그. 덜고 버리는 작업은 곧 오래 해온 나무 다듬는 일을 닮아있었다. 그러다 보니 벼린 칼날같던 성격도 둥글어져 이제는 눈 뜨는 아침이 오롯이 평화다. 

“교도가 된 후 가장 좋았던 작업은 경산상사님 글씨를 새기는 것이었어요. 제가 살아있는 동안 상사님 글씨는 다 새기고 싶어요.” 수줍지만 힘주어 덧붙이는 바람이다. 

그 신성까지 담아 붓으로 아로새긴 정민영 명인. 그의 작품은 서울 소태산갤러리에서 5월 31일까지 만날 수 있다. 
 

[2022년 4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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