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천 교무
이현천 교무

[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올해 대각개교절을 맞이하며 진행된 ‘아라미 축제’가 좋은 경험을 줬다. 언제나 한적했던 총부에 아이들과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과 약간의 소음들은 생각보다 큰 울림으로 와닿았다. 물론 코로나19로 오랫동안 대중이 모이는 자리가 없어서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마치 여행 프로나 유튜브를 통해 접한 여유로움과 즐거운 분위기가 흐르는 해외의 공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유럽을 여행할 때, 날씨가 좋은 날이면 사람들이 공원에서 각자의 방법대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때까지 국내의 공원들은 대체로 ‘무슨 체육공원’, ‘무슨 시민공원’ 등으로 이름 붙여져 운동에 관한 시설이 갖춰진 공원들이 많았고, 휴식을 위한 공간은 정자나 벤치 정도만 갖춰져 있었다. 물론 땅이 넓은 해외의 공원과 우리를 비교하는 것이 꼭 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우리의 생활 수준과 시민의식도 선진국에 부족함이 없는 요즘은 그런 근린시설이 더욱 필요하다고 보인다. 

그래서 ‘성지를 공원화한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이런 상상에 대한 힘을 실어준 법문이 있어 소개한다. 대산종사는 “원불교 성지는 우리만의 성지가 아니라 세계인의 성지이므로 성지 개발은 우리 교단에서도 추진해야 하나 정교동심의 입장에서 그 사업이 추진되어야 장차 이 나라에도 큰 복조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대산종사법어』 제10 정교편 15장)

상상을 이어가보자. 도심지 가운데 공원을 새로 조성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우리의 각 성지는 도심지에 근접해 있고, 볼만한 근대건축물과 갖춰진 조경을 보유하고 있어 방문객에게 힐링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야단법석을 열어 원로들을 모시고 대중의 정신을 맑혀주는 법회도 진행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물론 업무와 생활, 의식집행이 함께 있어 운영이 자리 잡힐 때까지는 어느 정도의 불편이 있을 수 있다. 각 성지와 지역색에 맞는 콘셉트도 생각해봐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공원 등을 운영하는 환경부 같은 기관과 연계해 성지관리와 운영을 분담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만약 상상대로 외부의 운영능력과 우리의 정서를 담은 성지에 사람들이 매일 북적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성지에 근무하는 재가출가의 정성 가득한 모습에 친교와 감화까지 이어질 수 있는 ‘공간교화’도 꿈꿔본다. 시대의 흐름은 점점 빨라지고, 사람들의 삶의 형태도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다. 디지털 교화로의 전환에도 힘써야 하지만, 갖고 있는 자산을 시대와 대중의 요구에 맞게 개선·활용할 방법도 고안해야 한다.

[2022년 5월 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