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형 교무
조태형 교무

[원불교신문=조태형 교무] 작년부터 제주 애월 원광어린이집과 함께 작업해오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어린이들의 감정 상태를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챙겨주는 마음공부 앱이다. 그 취지가 너무 좋고 앞으로 교화단 관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버겁기는 해도 선뜻 마음을 내 작업을 시작했다. 

‘내가 도대체 왜 한다고 했을까?’ 자책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처음 일을 시작한 그 본의를 다시 반조하고, 함께 하는 교무님과 선생님, 학부모님들의 열정에 감동하며 다시 마음을 추스려 작업에 임했다. 바쁜 가운데 짬짬이 시간을 내서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게 과연 되기는 할까 고민을 하는 시간도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결과물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마음은 참으로 묘해서 잡으면 있어지고 놓으면 없어진다고 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이지만 자신들의 감정상태를 돌아보고 챙기는 시간을 꾸준히 가지다 보니, 그 보이지 않는 마음을 챙기고 돌아보는 가운데 자연히 마음의 힘이 길러지는 게 확인된다. 조금씩 자신의 마음 상태를 객관화시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을 보며, 참으로 ‘불성에는 나이가 없구나’ 하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육신의 나이가 많고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삶의 시간 동안 얼마나 마음을 챙기고 적공하는 노력을 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그렇게 들인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고 반드시 변화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아이들을 통해 배운다.

모인조 교무님이 어린이 감정 다이어리 아이디어를 공유해주었을 때, 그 취지와 가능성에 대해서 십분 공감을 하면서도 ‘그런데, 정말로 이렇게 어린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을 완전히 놓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일선 현장에서 실제 사용해보면서 어린이들을 대하는 선생님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는 힘을 갖추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접하니 이제는 확신이 생긴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이 프로그램의 개발을 어느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하루는 데이터를 확인하던 중 한 아이의 리포트가 눈에 들어왔다. 한달 동안 그 아이의 감정 다이어리에는 부정적인 감정만 기록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프로그램에 버그가 있어서 잘못 표시된 것인가 하고 놀라 확인을 해봤는데 프로그램 자체에 버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도대체 이 아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걱정이 됐다. 알지 못하는 아이였지만 잠시 마음을 모아 지금의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잘 극복해내길 기도했다. 나중에야 아동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어린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에게 자신의 감정 상태에 대해 말하고, 선생님이 그 아이의 감정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주는 시간을 꾸준히 가지면서, 아이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다시 힘을 얻는다.

아직 개발이 미진해 현재는 몇몇 어린이집에서만 베타 테스트를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개발이 마무리되어 보다 많은 어린이집에 프로그램이 보급돼서, 소중한 어린이들이 세상의 빛과 희망이 되는 훌륭한 인재들로 성장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국 산호세 개척

[2022년 5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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